Opening_2008_0110_목요일_06:00pm
Project 行間 01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더 갤러리_THE GALLERY 서울 마포구 서교동 367-13번지 W&H빌딩 B1 Tel. +82.2.3142.5558 www.gallerythe.com
Project 行間 2008.1_2009.12 ● '본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아는 만큼 보이거나, 보고 싶은 것만을 선택적 무의식으로 보고 있지는 않은가? 그것은 일상과 예술작품을 대하는 태도 모두에 해당한다. 문학적 용어인 행간은 그러한 표면적 해석에서 벗어나 좀 더 진지한 태도로 작품이나 창작자의 의도를 비교적 정확하게 접근하기를 바라며 마련한 방법론일 것이다. 줄과 줄 사이에 비어 있는 공간인 행간을 그저 문자 그대로 해석하기보다는 숨은 속내, 어쩌면 진정성에 더 닿아있을지도 모를 너무나 까발리길 원치 않는 작가적 속내일지도 모른다. ● 더 갤러리는 2008년부터 2009년 2년간에 걸친 아주 긴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옴니버스 형식의 전시로서 개개의 개인전형식의 전시를 보여주면서 거시적으론 하나의 이야기를 펼치는 것이며, 펼쳐질 하나의 이야기는 다름 아닌 '행간'의 이야기들인 셈이다. ● 이 프로젝트 '행간'에서 보여질 작가들은 현대 대한민국 미술계의 허리에 해당하는 작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들의 작업에 대한 진중한 태도는 이미 수차례에 걸친 그들의 전시로 보여진 바 있다. 그들이 읽어낼 행간은 개인적 작업구조와 미술이라는 오래된 가치에 대한 불변, 예술과 작가의 관계가 작업으로 등장할 것이며, 그들과 사회, 미술이란 영역 속의 작가적 위치, 대한민국 미술계의 현주소와 작가의 위치는 더 갤러리와 미술판 글쟁이들이 함께 읽어나갈 행간이 될 것이다. 자꾸만 무언가를 범주화 시키고, 또래를 묶고, 스팩트럼을 나누는 작업도 분명 필요한 일 일테지만 그것들이 수리적으로 완벽하게 분리되지 않는 예술과 인간의 이야기를 행간으로 읽어내는 작업도 반드시 필요한 지점이라는 생각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장에서 조금 무모해 보이는 이 긴 프로젝트는 보는 이의 힘이 함께 호흡해야만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100미터 달리기의 벅찬 숨과 산책로의 느린 호흡 중 어느 것이 더 아름답거나 가치 있다고 비교할 수 없는 일처럼 시대의 흐름을 빠르게 짚어내면 분류시키는 작업과 그 행간을 보고자 하는 일이 비교의 대상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2008~2009년 더 갤러리 프로젝트 행간에서 만날 작가는 원혜연, 홍지윤, 이기섭, 박현선, 박소영, 이상준, 이정렬 등이며 모든 전시가 완료된 후 작가론으로 묶여 책으로 발간하는 사업까지가 프로젝트 행간의 마침이 될 것이다. 자, 이제 느리게 준비 호흡을 하고 함께 시작해 보자. 시작은 2008년 1월 10일 원혜연의 전시부터다! ■ 김최은영
원혜연의 작업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작품 속 강렬한 시선을 기억할 것이다. 캔버스 너머를 꿰뚫어 보는듯한 인물의 시선과 표정, 모노크롬의 색채, 인간본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작업들이었다. 그런 그의 작업이 달라졌다. 강렬한 시선은 사라지고 그저 관망하는 듯한 시선과 흑백의 연필 선만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작가가 변하였다. 기존 작업들은 개념적이고 너와 나의 경계를 확실히 그으려는 것이었다. 독단적이고 단정적이었다. 집요하게 캐내고 쌓아올리고 세부적인 것은 현미경 들여다보듯이 했다. 작업이 주체가 되어 무의식적으로 따라가는 예술을 해왔다. ● 인생이 비극적이라 생각했던 그는 이상주의, 절대주의의 같음에 것을 찾기 위한 고발, 염원 의 작업을 했으며, 한 세계로 깊이 빠지다 보니 왜곡, 집착이 생겼으며 깊게 들여다보는 것이 색안경을 끼게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알맹이를 찾겠다는 것이 편견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알고 있는 예술이 쫒아오는 속도, 긴장감에 희열을 느꼈으나, 그 안에서 평화로운 자신을 잃었다. 삶에 대한 아슬아슬한 희열은 한계가 있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쉬고 싶었다고 했다. 이번 작업은 멈춤이고 자신의 조율에 대한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인 것이다. 원혜연은 스스로 멈추고 기존의 감정들을 내려놓음으로서 자연스러운 흐름을 고요히 지켜보는 풍요로운 과정을 보내고 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그 과정이 많이 평화로웠다고 한다. 치열함, 절박함, 긴장도 좋지만 자기안의 균형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작업을 하면서 작은 해답을 얻었다. 생을 노래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했다. 예전엔 심심하게만 생각됐던 마티스에 끌리는 것은 수직으로 달려오던 것을 멈추고 마음에서 잠시 내려놓음으로서 관망의 풍요로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예전에 느꼈던 감정들, 예술은 소중한 경험으로 남기고 자료수집과 같았던 그동안의 것들을 덜어내는 작업을 통해 작품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자신만의 무늬를 짤 수 있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 작품 속 심상의 인물. 이것은 여전히 인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물에 성격을 부여하는 것은 어떠한 언어를 떠나 지시하는 바이고, 그것을 그저 따라가는 것이다. 그저 흐름에 맡긴다. 시작과 끝도 그러하다. 인물들은 그릴 때마다 진화한다. 작가의 그릇만큼 남기고자 하는 심상까지 그려진다. 그래서 덧붙이기도 하고 빼기도하는 훈련이 필요한데 요즘 개념적인 것이 싫다는 작가는 영화나 음악 같은 다른 외부의 창작물이 자신 속의 나무를 자극하고 흔들면 감흥을 느끼는 외부적인 훈련을 하고자한다. 결국 자신을 단련하고 정화시키기 위함이다. 기존 작업과는 다른 심상으로 인물을 만들어내고, 그 인물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에너지를 전파한다. 대상성은 없다. 자기 자신을 알아가고자 한다. ● 작품 속 공간. 그는 항상 공기층을 느끼면서 그림을 그린다. 기본적인 시간의 층, 시간의 누적을 느끼면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그만의 공간을 표현한다. 규정짓고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친절하게 형태를 보여주지만 그에게 확실하게 제시되는 공간은 불편하다. 작가의 인생은 그렇지 않았다. 친절하지 않다. 그래서 그의 공간은 고요히 흘려보내는 자신만의 시간층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인물들의 시선도 고요히 그 흐름을 지켜보고 있다. 그 시간의 흐름을 내 것화 하지 않고 그저 고요히 흘려보내는 것이다. 자연스레 내려놓음으로서 나갈 것은 나가고 채워질 것은 채워진다.
색을 떨쳐버리고 흑과 백으로 완성된 작품은 그의 관망하는 심상을 잘 드러내준다. 하얀 종이에 2B에서 8B의 다양한 연필로 그만의 심상의 공간을 만들었다. 연필의 사각사각하는 맛이 좋아, 공기층이 느껴지는 게 좋아 연필로 그렸다는 작가. 길이가 짧아지면 맛이 나지 않아 긴 연필만 쓴단다. 머든지 맛있어야 작업을 하는 것이다. 20다스는 충분이 넘을 것 같은, 잘 깎아놓은 연필은 유화작업시 두세 양동이에 가득했던 세필과 같이 작가의 손이 가는대로 하얀 종이에 좋은 맛을 내며 화면을 채우고 있다. ● 원혜연은 이번 작업을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강렬했던 예술들을 잠시 내려놓음으로서 자연스레 흐름을 바라보는 풍요를 깨달았다. 그동안의 작업의 끝에서 느낀 절망과 결핍은 작가를 스스로 멈추게 함으로서 기존의 마음을 열고 환기시켜주었고 관망의 심상으로 바라볼 때 느껴지는 풍요를 얻게 해주었다. 인간이 구조화 시키는 것이 아닌 그저 흘러가는 자연스러움에 대해 가슴으로 느끼었다. 그의 이번 전시『멈춤_잠시 내려놓다』는 그의 10년 동안의 예술세계를 잠시 멈추고 자신을 조율하는 시간이었다. 이 시기가 지나고 새로운 작업을 하면서 또 언제 위기가 닥쳐올지 모른다. 그러나 작업이 절망이며 구원이듯, 아픔을 겪어도 또 다시 사랑을 하는 것처럼... 이 시간을 딛고 벌써 다음 작업을 구상하고 있는 작가의 새로운 작품이 기대된다. ■ 백숙영
Vol.20080110a | 원혜연展 / WONHYEYEON / pani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