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땡!

2008_0110 ▶ 2008_0224

얼음,,,땡!展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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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8_0110_목요일_06:00pm

참여작가 강용면_경수미_노동식_박혜수_백기은_심소라_이상선_홍상식   관람시간 / 11:00am~07:00pm

갤러리 잔다리_GALLERY ZANDARI 서울 마포구 서교동 370-12번지 Tel. +82.2.323.4155 www.zandari.com

멈춰진 시간과 흐르는 시간에 관한 이야기 ●"가위바위보!!" 아이들의 긴장된 목소리가 놀이터의 공기를 미세한 떨림으로 채운다. 곧 이어 술래로 뽑힌 아이가 달리기 시작하고, 붙잡힐 듯 잡히지 않던 한 아이가 "얼음!"을 외친다. 순간 시간이 정지된 듯 움직일 수 없는 아이, 잠시동안 숨을 고르던 아이는 달리는 친구들을 보며 한참을 정지된 시간 속에서 애를 태운다. 그 순간 친구가 술래의 눈을 틈타 "땡!"을 외치며 아이의 어깨를 치고 달려간다. 그제서야 활짝 웃는 아이는 멈춰진 시간에서 벗어나 흐르는 시간과 함께 호흡하며 달린다. 가슴이 터질듯한 숨가쁨도, 뺨을 스치는 겨울 바람의 날카로움도, 달리는 아이의 자유로움 앞에서는 한낱 먼지가 되어 훌훌 날아가 버린다. 그리고 이제 그 놀이가 전시장으로 자리를 옮겨 펼쳐진다. 본 전시는 너무 행복한 순간에 이 순간이 멈춰서 영원했으면 하는 생각, 너무 슬픈 순간 시간이 약이라며 시간이 빨리 흘러가길 바랬던 순간 등, 누구나 한번쯤 바래본 적이 있을법한 시간에 관한 생각들을 담고 있다. 이제 귓가에 가만가만 들려오는 얼음,,,땡!'의 이야기에 함께 귀 기울여보자.

강용면_Taking a lesson from the past-The four Devas _아크릴, 발광다이오드_110×100×180cm/120×95×200cm_2006

쉿! 귀 기울여 볼 만한 얼음,,,땡! 의 속 이야기 ● 어릴 적 누구나 해봤음직한'얼음,,,땡!'놀이는 같은 공간 안에 멈춰진 시간과 흐르고 있는 시간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주관적인 시간에 대한 수많은 논의들을 되새기게 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폴 리쾨르(Paul Ricoeur)가"사람들은 공적인 시간(이야기화 되어가는 시간)과 개인의 시간(주관적 시간), 이 두 가지 시간을 오가며 살아간다"고 말한 것처럼, 사람들은 시계와 달력으로 규정된 시간에 맞춰 살아가면서도 자신만의 시계를 켜놓는 것 또한 잊지 않는다. "그 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았어", "20대에는 시간이 20m/s로, 30대에는 30m/s, 40대에는 40m/s 로 흘러간다"등의 말처럼 결국 주관적인 시간이란 세상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다양하고 또한 각각의 속도와 양으로 존재하며, 공통분모를 갖되 각자의 느낌들로 재해석된다. 항상 물리적인 시간을 믿고 그에 맞춰 살아가는 우리들, 이번에는 우리가 느끼는 시간을 한번 믿어보는 것은 어떨까? 비록 시각적으로 볼 수는 없지만, 실제로도 시간의 멈춤과 흐름이 존재할 것이라 믿는 것에서부터 우리가 고대해 마지않는 시간여행은 시작될 것이다.

노동식_떴다떴다 비행기_솜, 철사, 스티로폼_가변설치_2007
경수미_꿈꾸는 물고기_철사, 철망, 알루미늄, 천, 조명_가변크기_2007

얼음,,,땡! ● 갤러리로 들어온 관람객과 8명의 작가들이 전시장을 놀이터 삼아 얼음,,,땡! 놀이를 시작한다. 전시장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웃음 소리가 서늘하게 비어있는 전시장을 가득 채우며 얼음,,,땡! 놀이가 정점에 이를 때쯤, 술래(관람객)가 노동식의 「떴다떴다 비행기」를 향해 손을 뻗는다. 전시장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노동식의 비행기는 천천히 얼어가는 눈송이를 연상시키는 동시에 어슴프레하게 남아있는 시간의 흔적을 담고 있다. 날아온 시간과 앞으로 날아갈 시간을 담고서 그 자리에 멈춰 서있는 비행기는 공기의 흐름마저도 멈춰버린 듯, 숨을 멈추고 바라보게 한다. 이렇듯 순간의 찰나를 포착하여 정지시키는 그의 작품은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순간순간, 즉 현재라는 시간을 충실히 담아내고자 하는 그의 노력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차츰 멈춰서는 노동식의 「떴다떴다 비행기」와 달리 경수미의 「꿈꾸는 물고기」는 물 속에서 헤엄치는 것 마냥 유유히 그리고 요리조리 술래(관람객)를 피해 움직인다. 「꿈꾸는 물고기」는 반짝이는 별 나라에 온 것처럼, 또 바닷 속 세상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다른 시간과 공간을 경험하게 한다. 반짝반짝 따스한 불빛을 품은 물고기로 하여금 현실이 아닌 시간, 동화나 환상의 시간을 시각화하는 그의 작품은 현재를 살아가지만 항상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의 마음과 닮아있다.

백기은_이상한 나라의 동물들-스냐크 사냥_종이에 펜, 철사, 구리_가변크기_2007

술래(관람객)의 손을 피해 요리조리 실랑이를 벌이던 백기은의 「이상한 나라의 동물들-스냐크 사냥」이 드디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온다. 그러나 잡히려는 순간, 기회를 틈타 다시 저만치 튀어 오른다. 백기은의 「이상한 나라의 동물들-스냐크 사냥」은 드로잉과 설치를 함께 배치하여, 잠잠하게 멈춰진 순간을 풀어내어 다시 흐르게 한다. 이처럼 전시장 벽면을 따라 가지런히 붙어있는 드로잉과, 전시장 곳곳에 매달리고, 붙어있고, 숨어있는 설치 작품과의 대비는 '얼음'에서 '땡'으로 향하는 순간의 느낌을 잘 포착해내고 있다. 반면 일찌감치 저 멀리 떨어져 있던 강용면의 「Taking a lesson from the past-The four Devas」이 혹시나 손을 뻗을 관람객을 피해 서서히'얼음'이 된다. 「Taking a lesson from the past-The four Devas」이 풍기는 파란 아크릴의 푸른 기운은 전시장의 공기를 서늘하게 하고, 그 고유의 웅장함으로 공간을 압도한다. 또한 아크릴 때문에 반짝이는 불빛에 다가갈 수 없게끔 함으로써 불빛으로 상징되는 소중한 어떤 것-우리가 시간을 멈췄으면 하는 순간들, 지켜내고 싶은 순간들-을 품고 있는 듯 여린 불빛을 놓지 않는다.

심소라_Drawing of the View_유리주물_336×780cm_2007
박혜수_관계에의 시간_실, 실패, 혼합재료_366×78×526cm_2007

전시장의 또 다른 공간에서는 심소라의 「Drawing of the View」가 박혜수의 「관계에의 시간」이 돌리는 실타래와 함께 움직임을 시도하다가 술래(관람객)에 의해 다시 얼음으로 돌아간다. 심소라의 「Drawing of the View」은 얼음이 깨어지다가 멈춘 듯, 갈라진 유리의 선을 통해 그림을 그려낸다. 직접 연필이나 물감으로 그린 그림이 아닌 만큼 우연적 효과를 가미하고 있는 「Drawing of the View」은 유리라는 재질의 특성상 얼음의 이미지를 갖는 것은 물론, 곧 산산히 부서져 내릴 것 같은 암시와 복선을 담고 있다. 이렇듯 끊임없이 '뽀지직, 뽀지직' 갈라지다 멈추고, 다시 멈추다 갈라지는 듯한 「Drawing of the View」은 '얼음'에서 '땡'이 되기 직전의 느낌을 잘 포착해낸다. 반면 박혜수의 「관계에의 시간」은 움직이지 않는 것을 움직이게 함으로써 능동적인 '땡!'의 느낌을 구현한다. 벽면 가득 설치된 색색의 실타래들은 술래(관람객)가 손잡이를 돌릴 때마다 가운데 봉으로 모여들고, 이는 머리 속 여러가지 기억의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또한 '드르륵, 드르륵' 소리와 함께 시간이 흘러가기 시작하는 그의 작품에서, 우리는 멈춰진 시간을 흐르게 하는 것이 자신의 손에 달려있음을 느끼게 된다.

홍상식_look into-겨울나무_음료용 빨대_가변설치_2007

전시장을 이곳저곳 누비는 술래(관람객)의 눈을 피해, 저 멀리 홍상식의 「look into - 겨울나무」가 우두커니 서있다. 얼음인 듯 얼음이 아닌 「look into-겨울나무」은 눈 쌓인 겨울 풍경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앙상한 겨울 나무의 가지 사이로 보이는 밝은 빛이 이것이 아직 얼음이 아님을 환기시킨다. 다만 빛나는 생명력이 겨울 바람을 이겨내고 야무지게 기지개를 펼 순간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 또 다시 술래(관람객)가 주위를 살피다 이상선의 「兒孩-날으는 들꽃」을 향해 손을 뻗는다. 그러나 술래(관람객)는 아찔한 꽃향기에 흠칫하며 멈춰선다. 이상선의 「兒孩-날으는 들꽃」은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얼음땡' 놀이를 즐기는 관람객과 작가들의 모습과 닮아있다. 아이들의 사랑스럽고 조금은 익살스러운 얼굴에서 우리는 우리네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슬며시 미소짓는다. 더불어 캔버스에서 날아드는 바람꽃이 전시장 곳곳에 살포시 내려앉아 그 보드라운 감촉으로 얼굴을 간지럽힌다 그렇게 캔버스 속 시간과 전시장의 시간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흐른다. ● 비행기가 멈춰서고, 물고기가 헤엄쳐 다니고, 또 웃음소리가 전시장 공간에 빛을 내며 흩어진다. 어느덧 뉘엿뉘엿 해가 저물고, 드디어 '얼음,,,땡!' 놀이는 끝을 맺는다.

이상선_兒孩-날으는 들꽃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94×259cm_2007

끝나지 않은 이야기-얼음,,,땡! ● 사실 어떤 것이 '얼음'이고 '땡'인지 정해져 있는 것은 없다. 작가들의 작품은 순간 순간에 따라 '얼음'과 '땡!'이 될 뿐, 그것을 정하는 것은 어쩌면 관람객의 손에 달려있는지도 모른다. 2008년의 시작, 지나간 시간과 앞으로 다가올 시간을 눈앞에 둔 이 시점에서 과연 어떤 기억과 시간을 멈추게 하고, 다가올 어떤 시간을 흐르게 할 것인가? 이렇듯 살아감에 있어 '얼음,,,땡!' 놀이는 언제나 진행 중이다. 소중한 시간을 얼려서 멈추게 하고 싶은가? 힘든 시간을 빨리 흘려버리고 싶은가? 그러면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어보자. "얼음,,,땡!!" ■ 김민아

Vol.20080110b | 얼음,,,땡!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