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시선 hidden sequence

2008_0116 ▶︎ 2008_0210

류현욱_The past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00×100cm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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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8_0116_수요일_06:00pm

참여작가_류현욱_안옥현_이민경

갤러리 쌈지_GALLERY SSAMZIE 서울 종로구 관훈동 38번지 쌈지길 내 아랫길 Tel. +82.2.736.0088 www.ssamziegil.com

숨겨진 시선_hidden sequence ● 현장에서 직접 캐스팅한 배우를 고용하기로도 유명한 이란의 영화감독 압바스 키에로스타미의 영화 「체리향기」의 마지막 부분은 의도적으로 감독과 스텝들의 촬영장면을 넣으며 영화와 현실의 간극을 극명하게 보여줌으로써 러닝타임 95분 동안 주인공의 생사(生死)에 몰입해 있던 관객들에게, 자신들이 본 것이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감독의 전지적 시점으로 만들어진 '픽션'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 시각이미지의 환영들은 종종 현실과 같은 감동을 준다. 모든 시각예술의 관자(觀者)는 그것을 '봄'으로 만난다. 부정할 수 없이 '보는' 행위의 이면에는 이미지를 생산한 자들의 시선이 닿았던 것에 대한 추적을 시작하는 당신이 있다. 그 추적은 눈 앞의 현실에서 환영을 쫓는 순간 시작된다. ● 이 전시에 참여한 류현욱, 안옥현, 이민경은 때로 관객의 시선을 제한하고 때로는 그 시선의 욕망과 추적을 따돌리기도 하며 이미지를 은폐, 과장함으로써 현실과 환영의 안과 밖, 우리가 던진 시선 너머 그 모서리의 경계를 탐미한다. 영화의 미장센이 시간을 포함한 정면(正面)적 프레임이라면 이들의 작업도 편집에 의해 사실과 허구의 이분법을 무의미하게 허물고 다시 짓는 무대 위의 상황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류현욱_curtain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94×130cm_2007

류현욱 ● '사물과 실재, 보이는 것과 존재하는 것, 사물과 여백 사이, 기억 되어진 것과 잊혀진 것, 수면 위 투영된 세계와 물 속으로의 침잠. 간지럼 태우는 것과 면도날로 살을 베이는 것. ' ● 현욱은 한때 자신의 작가명을 'R' 이라는 이니셜로 익명화하고(2005~2007) 본인의 작업을 3자적 시점으로 관망하기 위한 시도를 한다. 그의 회화를 구성하는 것은 화면 밖으로 잘려나가 보이지 않는 이미지와 깊이를 알 수 없는 추상적인 배경이다. '시간의 내러티브와 조건을 제거시켜 중성화 하는 것'이 그가 밝힌 작업의 출발점이다. 이것으로 유추해 보건대 그의 작업은 이미지를 표현함으로써 시간의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한 행위이다. 한계(캔버스 사이즈)가 정해지고 프레임으로 둘러 싸여진 회화는 환영을 부인하기보다는 오히려 부추기는 강력한 힘을 가진다고 했던가.(브라이언 오 도허티-하얀 입방체 안에서) 자신을 부정하면서까지 멀리 떨어져,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본인의 일상을 담담히 바라볼 수 있기를 원하면 할수록, 아마 그는 미끄러지듯이 자신의 일상의 기억을 그린 회화 속으로 빨려 들어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안옥현_사랑한다고 말해_Say Love Me_단채널 비디오_00:04:00_2007
안옥현_옥규와 빨간북_디지털 프린트_101.6×101.6cm_2007

안옥현 ● '이미지를 유심히 쳐다본다는 것. 관찰한다는 것은 어쩌면 결국 거울에 비친 나를 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옥현을 보면 만날 수 없는 그녀의 목소리에서도 애절함과 애틋함이 피어난다. 그 가짜 목소리의 퍼포먼스 앞에서 관객은 꿈을 꾸듯, 마치 그녀의 공간이 내 앞에 존재하고, 객석이 꽉 착 것처럼 믿고 그 안에 푹 잠기고 만다. 처음부터 그는 들을 수 있지만 닿을 수 없는 음향의 힘을 발견한 듯하다. 결국 관자들의 눈 앞에 서는 것은 피사체가 아니라 사진가 자신이며 가장 많은 것을 잃어야 하는 것도 본인 이었던 것을 잘 알고 있었을까. 「무제시리즈」(2000)를 촬영할 당시 핀홀 카메라 앞에서 몇 십 분이고 자신의 빛과 움직임, 존재를 희생하였던 그녀는 「사랑한다 말해줘_Say love me」에서 서로 빗나간 이미지와 사운드로 관람객의 응시를 쥐고 흔든다. 시선이 닿은 곳과 그 현실이 서로 일치 하지 않는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그 표면 앞에서 감동하는 우리... 그리고 우리의 시선을 반사하는 이미지의 표면, 그녀는 매혹적인 환영의 역설을 소근거린다.

이민경_The sink room_디지털 프린트_160×98cm_2006
이민경_문이 있는 공간_디지털 프린트_100×93cm_2006

이민경 ● '... 역시 장소들은 누군가가 그 영역에 발을 들여놓기 전까지는 무명의 텅 빈 공간이다. 비워진 공간은 소비되고 있는 상업적인 물건들처럼 매우 일시적이고 순간적인, 쉽게 변하는 어떤 것이다.' ● 공간은 시간의 지배를 받는다. 또 한번 말해, 물리적 부동의 무엇으로 자칫 오해하기 쉬운 건축은 여러 세기가 지나고, 우리의 존재가 기억조차 되기 힘든 미래에는 분명히 사라지고 말 것이다. 지금까지 지어진 모든 방들이 그랬듯이 말이다. 민경은 이리저리 이사를 다니며 일정기간 머물렀던 공간(유학시절의 기숙사, 스튜디오 등)에 대한 객관적 기록을 하리라고 작심한다. 이러한 의지에 대한 레포트는 공간 안에 실재하였던 오브제-가구, 집기, 도배지, 바닥 마감재들을 사진 촬영으로 기록하고, 그것을 다시 실 공간과 비슷한 모형 공간 안에 배열하고(작가의 기억에 의존한 크기의 축소) 또 한번 그 미니어쳐를 촬영함으로써 완성된다. 그녀가 공간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위해 오려낸 사진, MDF등으로 지었던 작은 미니어쳐 방도 결국 오래가지 않아 휘고 낡아 으스러져갈 것이다. 다만 그녀가 던진 공간에 대한 시선, 기억, 그 개념만이 부유할 뿐이다. 민경이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발성하였던 단어 "디아스포라(diaspora)"는 그녀의 작업을 보는 관객, 곧 사라지고 말 이미지를 보고 있는 우리를 향한 시선인지도 모르겠다. ■ 갤러리 쌈지

*디아스포라 [Diaspora]: 디아스포라는 '이산(離散) 유대인', 혹은 '이산의 땅'이라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이는 그리스어에서 온 말로 '분산(分散)·이산'을 뜻함.

Vol.20080116d | 숨겨진 시선 hidden sequenc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