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답사기-풍경을 쓰다 1996-2007

이정은展 / LEEJEONGEUN / 李姃恩 / video.painting.installation   2008_0120 ▶ 2008_0206

이정은_일상생활 답사기-풍경을 쓰다_1996-2007_책, 비디오, 나무에 아크릴채색_1996-2007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일상생활 답사기-풍경을 쓰다 1996-2007 Expedition into Daily Life-Writing Landscape 1996-2007   관람시간 / 09:00am~06:00pm / 주말, 공휴일 휴관

송은갤러리_SONGEUN GALLERY 서울 강남구 대치동 947-7번지 삼탄빌딩 1층 Tel. +82.2.527.6282 www.songeun.or.kr

여행 중에 우리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일상 속 세계와 시간을 경험한다. 현세의 존재와 그 자아 그리고 세계의 경험의 형태로써 시간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되는데, 시간은 존재에 의해 총체적인 것으로 파악되고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상의 시간이 공허하며 일반적으로 도식화하여 개념지을 수 있는 데 비해 모든 사물은 물리적으로 파악될 수 있는 자신만의 시간을 점유하고 있다. 이동하는 여정 중에 시간은 지속되는 일상생활의 프레임 안에서 빠르게 또는 느리게 진행된다. 여기서 지속이란, 존재 속에서의 자기동일성(identity)을 의미하게 된다.

이정은_일상생활 답사기-풍경을 쓰다_1996-2007_부분

앞서 말했듯 우리는 여행 중에 익숙해진 환경 속에 있었던 자신을 평소와는 다른 방식으로 경험한다. 낯선 곳, 낯선 언어, 낯선 삶의 방식의 조건 하에 우리는 생각, 감각과 인식의 경계를 경험한다. 자, 그렇다면 이제 여행자의 신분으로써 우리의 일상적인 삶의 장소로 돌아가, 자신의 경험과 일상의 반영 속에서 익숙해진 공간을 관찰하는 것을 시작해보자. 식상해지고 따분하기 만한 우리의 일상생활 속 풍경은 제3자의 여행자의 시각으론 이국적이기까지 하다. 사실 여행이라는 것은 항상 일시적이고 시간적 조건제약이 따르기 마련이며, 이러한 잠시 지나쳐 버리는 상황이라는 통과(passaqge)적인 특성은 마치 순간적으로 떠오른 기억이라는 현상과 같은 맥락에서 연관시켜 볼 수 있다.

이정은_일상생활 답사기-풍경을 쓰다_1996-2007_부분

특별하지 않은, 지나쳐버릴 수 있는 소박한 일상생활의 삶을 담으려는 작가 이정은은 서울에서 태어나 독일과 한국 등 세계의 곳곳을 오가며 답사, 통과, 시공간적 세계의 인식, 기억현상들을 주제로 작업하고 있다. 작가는 "우리에게 반복을 통해 잘 알려져 있거나 또는 식상하고 변화없는 풍경들은 다른 작가들에 의해 언급되어 왔지만 내가 감지하고 경험하는 풍경은 유일한 지금 이 한 순간이다. 그 풍경은 자신만의 고유한 지역적, 심리적인 시간을 점유한다"라고 하였다.

이정은_일상생활 답사기-풍경을 쓰다_1996-2007_부분
이정은_일상생활 답사기-풍경을 쓰다_1996-2007_부분

작가의 작업의 기초가 되는 여행은 필드 답사이다. 작가는 이것을 "일상생활로의 탐험, 답사기"라고 부른다. 작가의 작업은 기초적인 자료수집으로부터 시작된다. 마치 석기시대의 수렵 채집가인 것처럼, 일상생활로부터 자신이 태어난 서울과 제2의 삶의 터전이 된 함부르크, 잠시 방문한 곳 등 지도, 사진, 노트, 스케치, 비디오 등을 수집한다. 이렇게 수집한 자료는 설치작업의 아주 중요한 토대가 된다. 특히 그녀의 작업 중 하나인 시간의 지형도, 시간의 아카이브는 근래 10년을 어우르는 연작작업이다. 작가가 관심을 갖는 변화, 소멸, 생성,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일상생활 속의 신화 등의 테마를 이용하여 표현한다. 현대의 건축과 옛 단독주택들의 부조화, 40년대의 문의 철거, 사용되지 않는 철도, 일년 이상 개통을 기다리는 다리, 사라져버린 트윈빌딩, 다시 발견된 청계천 등을 (예전에는 책으로도 사용했던) 나무 막대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스케치한다. 이렇게 표현된 그림은 공간 속 벽면에 문양처럼 설치되는데 관람자는 공간 속에서 장식 띠처럼 이어진 그림들을 따라 산책하게 된다. 이런 신체적인 움직임은 마치 그림 한 장면 한 장면을 필름처럼 경험하게 된다. 이렇게 작품 속 풍경 속을 산책하는 동안 관람자는 정말 이곳이 존재하는 곳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될 것이며 그 순간 체험한 상들을 자신의 기억을 통해 낯설게 표현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기억 속에선 우리가 경험한 사건의 사실이 얼마든지 미화되고 왜곡될 수 있다. 그녀의 그림 속에서도 현실의 순간 보존이라는 원초적인 모습은 결코 찾아볼 수 없다.

이정은_일상생활 답사기-풍경을 쓰다_1996-2007_부분

형상들은 점점 희미해져 사라져버릴 것만 같다. 임마누엘 칸트는 "현상의 실재는 시간 속에서 가능하며, 그것은 지양될 수 없는 것이다"라고 했다. 작가 이정은 또한 사실을 바탕으로 하는 그림과 기억 속 보존된 실상의 진실의 개념에 대해서 항상 스스로 질문한다. 어떠한 장소도 항상 변화에 의해 지배되는 것이며 그것에 대한 기억 또한 점점 퇴색되어 버리는 위험을 안고 있지는 않은가? 이정은의 작업에서는 매체의 전용을 통해서(그림이나 비디오의 매체의 의해 특정한 장소에서 실제로 경험한 것들에 대한 증언들이 가상-비현실로써 보여지게 된다.) 그려진 그림과 아무 것도 그려지지 않은 나무 막대 위에 동시에 직접 비디오 필름이 투사된다. 비디오 영상작업은 연대기 순이 아닌 기억의 진행 순서대로 프로젝션이라는 수단을 통해 움직이는 그림으로 표현되며, 여행기가 자막으로 위에서 아래로 함께 흐르도록 편집되어 있다. 영상작업들은 다양한 장소들과 연관되어 기억 속의 이야기들을 반영한다. 기억이라는 현상은 사람들에게 존재구성의 일부분으로서 서로간의 동일성을 각인시킨다. 작가는 이러한 동일성은 인간 내면의 내재한 공감대를 전제한다고 말한다.

이정은展_송은갤러리_2008
이정은展_송은갤러리_2008

시간은 마음의 형상, 우리 자신의 관조, 그 내면의 상태에 다름 아니다라고 하는 칸트의 말을 빌릴 때, 작가 이정은의 설치작업은 단지 작가 대변기능 뿐 아니라 점점 변화하고 사라져버리는 순간의 반영이라는 의미도 갖게 되는 것이다. 공간의 변화에 있어서 현실의 장소는 사라지고 그것의 기억의 순간만이 마지막으로 남게 된다. ■ 마이케 벰 Meike Be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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