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UP_Yellow

이길렬展 / YIGILREAL / 李佶烈 / painting   2008_0125 ▶ 2008_0220 / 월요일휴관

이길렬_Pick Up-Yellow_인화된 사진긁기_20×25cm_2004-2007

초대일시_2008_0125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8:00pm / 월요일 휴관

샘터갤러리_SAMTOH GALLERY 서울 종로구 동숭동 1-115번지 샘터사옥 Tel. +82.2.3675.3737 www.isamtoh.com

옛날에는 누구든 자기의 작업을 한다는 것은 그가 그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행복하고 긴 시간을 요구하는 몇몇 결정중의 하나로 여겨졌다. 예술 작품은 우리를 기쁘게 해 주었는데, 거기에는 장인의 기분이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완성작에서 보이는 불규칙한 점이나 특이한 점들, 그리고 조금씩 상이한 점들은 작업 시에 내린 결정의 결과인 것이다. 이를테면 작가가 반복하는 행위에 지쳐 형태를 바꿔 본다거나, 어떤 색감이나 느낌이 부족해서 다른 것으로 바꾸는 경우라든가 하는 것이 바로 인간과 재료 사이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증명해 주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제작된 작품을 접하게 될 사람은 망설임이나 기분의 변화를 통하여 나타나는 작가의 기질을 이해하게 될 것이고, 바로 그럼으로 해서 이 작품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더 가치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이길렬_Pick Up-Yellow_인화된 사진긁기_20×25cm_2004-2007

수년간 [Pick-up]이라는 주제로 작업을 해 오던 길거리 수집의 작가 이길렬이 그간에는 줍는 행위를 통하여 줍는 주체와 수집 당하는 물질인 객체, 시간과 장소성에 대하여 다의적 관심사를 표현하였다면, 이번에 선보이는 새로운 그의 작업인 [사진 긁기]에서는 그간의 작업과 관련하여 더욱 심도 있는 실험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 긁기]라고 명명되어진 일련의 작업이 그것이다.

이길렬_Pick Up-Yellow_인화된 사진긁기_20×25cm_2004-2007

작가에 의하여 무작위로 찍힌 익명의 대상물(네거티브 사진 인화물)에서 즉흥적으로 이미지를 제거해 나가는 작업을 말하는데 - 아마도 작가는 학창시절 수학여행 때 찍은 사진 위에 잠시 물을 축여 놓으면 핀으로 잘 긁히는 사진의 성질을 이용하여 낙서를 하던 추억을 상기하였으리라 - 그의 스크래치(scratch 원래 스크래치란 삭발 혹은 반 삭발한 머리에 칼집 같은 문양을 내는 것을 일컫는 말이었는데, 미술에서는 여러 가지 색을 바탕에 칠한 후에 어두운 색을 덮은 다음 각종 핀이나 칼등을 이용해 긁어서 그림을 그리는 기법을 말함) 작품에는 두 개의 이질적인 이미지가 존재하는데, 하나는 파괴되지 않고 보존시켜야만 되는 재현적 이미지와 철저하게 제거되고 지워진 부자연스러운 여백의 이미지가 그것이다.

이길렬_Pick Up-Yellow_인화된 사진긁기_20×25cm_2004-2007

이토 도시하루는 '사진은 시간의 토막이나 공간의 단편일 뿐만 아니라, 기억과 역사의 적층(積層)임과 동시에 물질과 육체의 충돌의 증거다. 또 미디어의 침전과 같은 것이고, 어떤 새로운 미지의 영역을 향해 열려 있는 시간적인 경험이다.' 라고 보았는데, 이길렬에게 사진은 그가 길거리에서 주운 사물과 별반 다르지 않는 오브제로서 -그는 다다적 오브제의 계보를 적극 거부한다- 거기에는 사진의 관습적 권위주의나 전통이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다. 그는 사진에서 극히 일부분만 남기고 모든 이미지들을 지워 나가는데, 남겨진 사물은 그가 그동안 수집한 물건과 거의 동일한 느낌으로 시각화되어 진다. 그는 어쩌면 보여주려고 그리는 것이 아니라 지움으로 해서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불투명하던 이미지가 드디어 투명해지는 것이다.

이길렬_Pick Up-Yellow_인화된 사진긁기_25×20cm_2004-2007

이길렬의 그림에는 장인의 기질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다. 그의 그림의 주인공들은 언제나 한결같이 돌멩이, 다 떨어진 신발, 끈, 쇠붙이등과 같이 반 권위적이거나 반 예술적이다. 어쩌면 쓰레기 같기도 하다. 이길렬은 몇 시간의 노동 끝에 달랑 하나 또는 몇 개의 이미지만 남겨놓고 모두 긁어 버리는데 그 소외된 이미지에는 아이러니 하게도 낭만적 자유로움이 차지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길렬_Pick Up-Yellow_인화된 사진긁기_20×25cm_2004-2007

이길렬은 진실에 가장 접근해 가는 매체로서 사진을 택했다. 사진은 여러 매체 중에서도 특히 신뢰할만한 증거로 간주되어 지고 있다. 하지만 객관성 있게 현실을 기록하는 사진이 리얼리티를 기록 할 수 있다고 누가 말 할 수 있겠는가? 어쩌면 현실의 기록은 매체가 지향하는 하나의 방향성에 지나지 않을까? 이길렬은 그 리얼리티를 제거함으로서 더욱 신뢰할 수 있는 완성된 이미지에 접근해 가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의 작업이 사진의 역사성에 닿아있는 것을 부인 할 수는 없지만 그의 이미지들에서 더욱 신뢰성이 느껴지는 것은 가공되지 않은 그만의 미적 영역이 확고해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 이종호

Vol.20080125b | 이길렬展 / YIGILREAL / 李佶烈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