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약

이학승展 / LEEHAKSEUNG / 李學勝 / drawing.video   2008_0213 ▶ 2008_0224

이학승_소리약_혼합재료_20×15×1cm_2008

초대일시_2008_0213_수요일_06:00pm

오프닝 퍼포먼스_안동섭(사운드 DJ)_이학승

후원_한국문화예술위원회

갤러리175_Gallery 175 서울 종로구 안국동 175-87번지 안국빌딩 B1 Tel. +82.2.720.9282 blog.knua.ac.kr/gallery175

사운드의 형상성, 그리고 그라운드의 잠재성Ⅰ. 역사적으로 미술은 다분히 시각적 요소에 기대어 왔다. 물리적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이 항상 "들을 수"있는 작품을 지배해 왔다는 것이다. 특히 19세기 낭만주의와 상징주의에서는 음악적 요소와 더불어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회화야말로 최고의 시각예술로 평가되었다. '시각의 청각화', 그것은 리듬과 하모니를 통해 마치 시를 음유하듯 미술을 즐기고자 하는 노력이었다. 이렇듯, 미술에서의 청각적인 요소의 개입이 높이 평가되었다고는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시각적 요소를 뒷받침해주는 존재로써 -자연스럽게 시각미술의 견제를 받으며- 현대 미술의 하위 주변부에 위치해 왔다. 그러나 이후, 뉴미디어의 개입으로 자연스럽게 인간의 오감을 자극하는 환경이 형성되면서, 60년대 존 케이지 John Cage를 필두로 시작된 미술계의 사운드의 잔잔한 파장은 점점 그 영역을 조심스럽게 넓히고 있다. 세계를 온전히 지각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모든 감각이 유기적으로 동원되어야 한다고 했던 맥루한 Mcluhan의 말처럼 작가 이학승은 청각과 시각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그 지점에서,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올바르게 지각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보여주고 있다. 일차적으로 그는 질문한다. "소리의 이미저리, '청각의 시각화'의 가능성은 어디까지인가?" 사운드의 형상성, 그리고 그것이 가지는 잠재성, 이것이 바로 작가 이학승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이학승_소리_효능_드로잉_2008
이학승_Anatomical_sonic_chart_2008

Ⅱ. 4개의 흰 벽면으로 둘러 싸여진 공간에 당신과 한 마리의 흰 고래가 있다. 흰 고래는 자신의 몸을 가누기도 힘겨운 눈빛으로 소리를 낸다. 부우- 하는 소리와 함께 당신은 지금 고래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 소리 안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을까? 이것은 이학승의 2006년도 작품인 「Sleeping Wales」이다. 작품 앞에 서서 혹자는 해변에서 힘겹게 죽어가는 고래의 모습을, 혹자는 평화롭게 잠을 청하는 고래의 모습을 그릴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고래의 소리는 상상력을 열어주는 매개장치가 된다. 작가가 처음 이 작품을 구상했던 해변에서 죽어가는 고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고래가 가지고 있는 천연의 목소리를 들려줌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고래의 이야기들을 생산하고 즐기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작가가 발견한 자연적인 사운드가 가진 매력이기도 하다. 자연 그대로의 소리, 가공되지 않은 상태-혹은 소음- 그것이 가진 의미는 무엇인가?

이학승_In the water(양수 속에서)_혼합재료_160×200×110cm_2008
이학승_In the water(양수 속에서)_드로잉_2008
이학승_In the water(양수 속에서)_퍼포먼스_비디오_00:13:05_2008

Ⅲ. 조형예술에서 피규어-그라운드Figure-Ground라는 이론이 있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지배적인 구상을 배경과 분리시켜 읽어낸다는 것이다. 이것을 사운드에 적용시켜보자. 우리가 라디오를 들을 때, 자연스럽게 듣게 되는 디제이 DJ의 목소리와 음악은 피규어이다. 그리고 튜닝을 하면서 나는 잡음과 때때로 섞여 나오는 다른 주파수의 소리, 라디오를 켜고 끄는 소리, 그리고 라디오를 듣고 있는 나의 숨소리는 그라운드이다. 우리는 언제나 피규어라는 지배적인 형상에 주목하지만, 그라운드는 때때로 무시해버리고 만다. 하지만 역으로 그라운드가 없으면 피규어도 없다. 그 둘이 역동적으로 만들어가는 관계와 과정이 우리가 지각하는, 혹은 할 수 없지만 존재하는 모든 것이 된다. 들뢰즈 Deleuze는 새로운 사유가 창출되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어떠한 개념에 종속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모든 것은 서로의 차이를 기반한 것이며, 어떤 한가지로 환원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인식의 여부를 떠나서, 그 각각의 요소는 가능성을 내재한 것이며, 피규어-그라운드 Figure-Ground의 인식형태 또한 단지 관습에 기반한 결과일 뿐이다. 작가 이학승은 이러한 관습을 배제하고, 그라운드가 되는 사운드, 각각이 가진 잠재성과 역동성을 발견해낸다. 실질적으로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사운드는 자연이 만들어 내는 사운드의 절반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인식하는 순간, 그것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그 모든 잠재적인 효과들을 작가는 상상해 본다.

이학승_Speak-er_철_230×230×95cm_2008

Ⅳ.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이전 작업에 비해 보다 적극적으로 잠재적인 사운드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는 우리가 태어나서 처음 접하는 인간의 몸 속에서 나는 가장 원초적인 소리를 갤러리라는 인공적인 상태의 전시공간으로 가지고 들어온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아마 가장 친밀한 소리를 낯선 공간에서 새롭게 듣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또한 작가는 이러한 자연적인 사운드의 잠재성을 치유력으로 보다 확대시킨다.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지게 될 「소리약 시리즈」(2008)는 작가가 탐지한 그라운드 사운드의 잠재성을 상상력과 결합시켜 이미지화한 작업이다. 또한 「In the water (양수 속에서)」(2008) 작업은 인간의 신체에서 나는 소리와 가장 가까운 소리를 드럼이라는 리드미컬한 악기를 통해 들려주는 퍼포먼스이다. 우리가 인지할 수도 없을 만큼 자연적인 상태의 소리, 그라운드 사운드가 인공적인 악기와 만나 피규어 사운드가 되었을 때, 우리는 그 소리를 어떻게 지각할 것인가. 묻혀진 소리의 발견, 그리고 그가 가진 잠재성의 확인, 이를 통한 개념의 전복과 상상력의 증폭.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가 우리에게 보여줄 그 모든 것이다. ■ 최정은

Vol.20080212e | 이학승展 / LEEHAKSEUNG / 李學勝 / drawing.vi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