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8_0213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신한갤러리_SHINHAN GALLERY 서울 중구 태평로 1가 62-12번지 신한은행 광화문지점 4층 Tel. +82.2.722.8493 www.shinhanmuseum.co.kr
대학에서 미술사학을 부전공하면서 주로 수묵화로 진행되는 한국화 수업을 들었다. 그 수업을 통해 먹의 농담으로 빚어지는 수묵화의 매력에 빠진 적이 있었다. 2년 전에 병원에서 척추를 찍은 X-ray를 들여다보면서 문득 수묵화가 되살아났다. 흑백이라는 점과 약간의 번짐 효과는 흡사 수묵화 먹의 농담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아 이 작업을 구상하게 되었다. 또한 현대사회를 대변하는 첨단 제품을 촬영하면서 X-ray를 예술 도구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1895년 뢴트겐에 의해 X-ray가 처음 발견되었을 때, X-ray의 해로움을 알지 못한 그는 자신을 반복적으로 노출시키거나 자신의 부인 손과 같은 다양한 소재를 유희의 수단으로 촬영하였다. 이처럼 유희로 시작된 X-ray 촬영은 방사선의 위험성이 알려지고 의료용으로 한정되어 발전되면서 오늘날 제한적으로만 사용되고 있다. 만약, X-ray가 유희용으로 계속 발전하여 현대에 이르렀다면 어떻게 응용되었을까? 이 작업은 X-ray를 예술로 활용한 작업이다.
촬영은 아주대 영상의학과 김선용 교수의 배려로 아주대병원에서 진료가 끝난 밤 시간에 디지털 X-ray 촬영기를 이용해 이루어졌다. 수묵화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여백이 많으며, 이 여백은 작업을 보는 이들로 하여금 생각할 여지를 제공한다. 인화는 한지에 디지털 프린트 방식을 선택하였으며, 낙관을 직접 찍고, 마무리는 액자 대신에 족자를 이용함으로써 수묵화 분위기를 충분히 살렸다. X-ray를 이용한 디지털 사진을 방법적으로 채택한 이 작업은 내용 면에서는 순수사진이면서 방법적인 면에서는 과학사진에 해당한다. X-ray 같은 기술이 사진일 수 있는지 묻는다면 사진이 처음 나왔을 때나 디지털카메라를 처음 사용했을 시기에도 같은 질문이 있었다는 점을 상기시켜 주고 싶다.
사물의 내면을 흑백으로 볼 수 있는 X-ray의 특성과 묵의 농담으로 자연의 내적인 본질을 표현하는 동양 수묵화의 특성 사이에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이 작업을 통해 X-ray가 가지는 21세기 새로운 표현 수단으로서의 가능성을 시험하며, 예술과 과학, 고전과 현대 그리고 동양과 서양의 만남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다른 예술가들에게는 일반적인 시각을 탈피하여 새로운 시도를 제안하며, 일반 관객들에게는 예술에 대한 거리감을 좁히는 계기가 되리라는 기대를 갖는다. ■ 채경
Vol.20080213c | 채경展 / CHAEKYUNG / 蔡敬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