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as wind

박미진展 / PARKMIJIN / 朴美珍 / painting   2008_0304 ▶ 2008_0318

박미진_illusion_장지에 중채_193×133cm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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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8_0304_화요일_05:30pm

갤러리 우덕 서울 서초구 잠원동 28-10번지 한국야쿠르트빌딩 2층 Tel. +82.2.3449.6071~2

「illusion연작시리즈」는 어릴 적 방학숙제로 채집해 박제시켰던 나비로부터이다. 아름다운 나비를 잡아 박제시켜 영원히 간직한다면 그 나비의 아름다움은 영원한 것일까? 라는 물음에 대한 반문으로의 시작이었다. 살아있는 생명체인 인물과 나비를 평면적인 화면으로 표현하는데 움직이는 생명체이기보다는 갇혀, 마치 철 핀으로 고정된 나비 박제처럼 보이게끔 작품으로 표현해봄으로써, 덧붙여 나비가 앉아있는 곳이 바로 꽃인지, 꽃이라고 명명되어져 인식된 꽃만이 꽃인가에 대한 물음과 함께 또한 이 세상에 영원히 남겨질 것은 실재가 아니라 허상일 수도 있다는 관점을 함축적으로 표현 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런 과정 속에서 매체에 유영하며 떠돌아다니는 이미지 중 너무도 대중화돼서 그 이미지만이 그 대상의 전부인 양 대표되는 이미지를 채집해 박제화하려 했으며, 이러한 내 작업이 단순한 이미지의 보관인지 이미지에 대한 또 다른 영원성을 부여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리적인 타당성도 가져 보고 싶었던 것이다.

박미진_illusion_장지에 중채_130×162cm_2008

그러나 매일매일 작품 안에 박제시킬 이미지를 찾아 웹서핑을 하고 자료가 될 영화를 보며 여러 다양한 매체를 섭렵하던 나는 정작 이미지와 혼자만의 철학을 운운한 고급사유에 중독되어 버리고 말았다. 장자의 [제물론편]에 『장자가 어느 날 꿈을 꾸었다. 나비가 되어 꽃들 사이를 즐겁게 날아다녔다. 그러다가 문득 깨어 보니, 자기는 분명 장주가 되어 있었다. 이는 대체 장주인 자기가 꿈속에서 나비가 된 것인지, 아니면 나비가 꿈에 장주가 된 것인지를 구분할 수 없었다.』라고 말한 내용처럼 내가 누구인지 누가 나인지 모르게 되어 버린 것이다. 작품이 우선인지, 이미지가 우선인지, 내 작품의 주제는 무엇이고, 내 작품의 사회학적 접근은 무엇이며, 예술인지 등등 점점 더 원초적인 질문으로 빠져들어 재현드라마가 있듯이 재현작가가 되어버리는 것인지, 창작을 하고 있는 건지에 대한 혼란은 과부화 되어 '펑'하고 터져 버렸다.

박미진_illusion_장지에 중채_130×130cm_2008
박미진_illusion_장지에 중채_130×130cm_2008

"Free as Wind" 바람처럼 자유롭게...의도된 것인지 모를 상황처럼 빠삐용의 주제곡이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온다. '펑'하고 터지는 순간, 산산조각 난 순간, 흩어지며 알아졌다. 그 동안의 작품 속 박제는 다름 아닌 내 스스로 억압시켜버린 작가로써의 자아가 박제화 되었던 것이라는 것을. 이러한 작품과정들에 대한 경험이, 삶에서의 새로운 재맥락화 작업이, 잃어버린 나를 찾는데 좋은 도구가 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온 찰나였다.

박미진_free as wind_장지에 중채_90×130cm_2008 박미진_free as wind_전시장 설치

'나비의 상징은 이제부터 자유다' 나의 나비는 날개 짓을 시작했다. 「Free as Wind작품 시리즈」하나의 아이콘이 된 이미지는 허상을 넘어선 내 기억안의 내 모습으로 실재한다. 삐삐를 보며 모험을 꿈꾸었고, ET를 보며 나에게도 외계친구가 있었었고, 슈퍼맨이 하늘을 날을 때 나는 정의의 이름으로 책상 위를 뛰어 내렸다. 어린 시절 내 유년의 기억보다 극명하게 떠오르던 이미지는 작가만의 이야기도, 사회적이기만 한 이야기도 아니며, 나와 우리에 대한 이야기일 수 있으며, 나와 그들을 이해하는 매개이다.

박미진_free as wind_장지에 중채_100×100m_2008
박미진_free as wind_전시장 설치

나는 실재일지 허상일지 모를 수많은 이미지 속에 나를 '박제화' 시켰던 것을 거부하고, 빠삐용이 마지막 장면에서 탈출에 성공한 다음, 야자수 열매 위에 드러누워 하늘을 향해 큰 소리로 외치듯 "난 자유야...이놈들아...난 자유라고..."외친다. ■ 박미진

Vol.20080304a | 박미진展 / PARKMIJIN / 朴美珍 / painting

2023/10/20-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