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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8_0304_화요일_05:30pm
갤러리 우덕 서울 서초구 잠원동 28-10번지 한국야쿠르트빌딩 2층 Tel. +82.2.3449.6071~2
「illusion연작시리즈」는 어릴 적 방학숙제로 채집해 박제시켰던 나비로부터이다. 아름다운 나비를 잡아 박제시켜 영원히 간직한다면 그 나비의 아름다움은 영원한 것일까? 라는 물음에 대한 반문으로의 시작이었다. 살아있는 생명체인 인물과 나비를 평면적인 화면으로 표현하는데 움직이는 생명체이기보다는 갇혀, 마치 철 핀으로 고정된 나비 박제처럼 보이게끔 작품으로 표현해봄으로써, 덧붙여 나비가 앉아있는 곳이 바로 꽃인지, 꽃이라고 명명되어져 인식된 꽃만이 꽃인가에 대한 물음과 함께 또한 이 세상에 영원히 남겨질 것은 실재가 아니라 허상일 수도 있다는 관점을 함축적으로 표현 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런 과정 속에서 매체에 유영하며 떠돌아다니는 이미지 중 너무도 대중화돼서 그 이미지만이 그 대상의 전부인 양 대표되는 이미지를 채집해 박제화하려 했으며, 이러한 내 작업이 단순한 이미지의 보관인지 이미지에 대한 또 다른 영원성을 부여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리적인 타당성도 가져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매일매일 작품 안에 박제시킬 이미지를 찾아 웹서핑을 하고 자료가 될 영화를 보며 여러 다양한 매체를 섭렵하던 나는 정작 이미지와 혼자만의 철학을 운운한 고급사유에 중독되어 버리고 말았다. 장자의 [제물론편]에 『장자가 어느 날 꿈을 꾸었다. 나비가 되어 꽃들 사이를 즐겁게 날아다녔다. 그러다가 문득 깨어 보니, 자기는 분명 장주가 되어 있었다. 이는 대체 장주인 자기가 꿈속에서 나비가 된 것인지, 아니면 나비가 꿈에 장주가 된 것인지를 구분할 수 없었다.』라고 말한 내용처럼 내가 누구인지 누가 나인지 모르게 되어 버린 것이다. 작품이 우선인지, 이미지가 우선인지, 내 작품의 주제는 무엇이고, 내 작품의 사회학적 접근은 무엇이며, 예술인지 등등 점점 더 원초적인 질문으로 빠져들어 재현드라마가 있듯이 재현작가가 되어버리는 것인지, 창작을 하고 있는 건지에 대한 혼란은 과부화 되어 '펑'하고 터져 버렸다.
"Free as Wind" 바람처럼 자유롭게...의도된 것인지 모를 상황처럼 빠삐용의 주제곡이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온다. '펑'하고 터지는 순간, 산산조각 난 순간, 흩어지며 알아졌다. 그 동안의 작품 속 박제는 다름 아닌 내 스스로 억압시켜버린 작가로써의 자아가 박제화 되었던 것이라는 것을. 이러한 작품과정들에 대한 경험이, 삶에서의 새로운 재맥락화 작업이, 잃어버린 나를 찾는데 좋은 도구가 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온 찰나였다.
'나비의 상징은 이제부터 자유다' 나의 나비는 날개 짓을 시작했다. 「Free as Wind작품 시리즈」하나의 아이콘이 된 이미지는 허상을 넘어선 내 기억안의 내 모습으로 실재한다. 삐삐를 보며 모험을 꿈꾸었고, ET를 보며 나에게도 외계친구가 있었었고, 슈퍼맨이 하늘을 날을 때 나는 정의의 이름으로 책상 위를 뛰어 내렸다. 어린 시절 내 유년의 기억보다 극명하게 떠오르던 이미지는 작가만의 이야기도, 사회적이기만 한 이야기도 아니며, 나와 우리에 대한 이야기일 수 있으며, 나와 그들을 이해하는 매개이다.
나는 실재일지 허상일지 모를 수많은 이미지 속에 나를 '박제화' 시켰던 것을 거부하고, 빠삐용이 마지막 장면에서 탈출에 성공한 다음, 야자수 열매 위에 드러누워 하늘을 향해 큰 소리로 외치듯 "난 자유야...이놈들아...난 자유라고..."외친다. ■ 박미진
Vol.20080304a | 박미진展 / PARKMIJIN / 朴美珍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