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ECE for ONE - noname

정진서展 / JUNGJINSUH / 鄭鎭瑞 / sculpture.installation   2008_0312 ▶ 2008_0325

정진서_grandfa_나무에 유채_50×50×1cm_2008

초대일시_2008_0312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덕원갤러리_DUKWON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 15번지 Tel. +82.2.723.7771~2 www.dukwongallery.co.kr

눈(眼)으로 찾아가는 '나' ● 인간의 정체성과 자아에 관한 주제는 언제나 흥미롭다. 인간이라는 독립체가 이 하나의 개별적이고 독자적인 하나의 자아로 형성되는 것은 '나' 자신이 걸어온 많은 환경들과 개인의 역사에 의해서 확립된다. 하지만 이러한 개인의 역사를 살펴보면 수많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도가 펼쳐진다. 이러한 인간관계들 속에서 그들 각각의 시각과 판단으로 인해 나타나는 '나' 가 존재한다. '나'는 내 입장에서 보면 이 세상의 주인공이고 모든 일이 나를 중심으로 경험되어지고 인식되어지지만, 타인에 있어서는 인간관계에서 나도 또 다른 수많은 '나'의 주변에 요소일 뿐이다. 내가 인식하는 자아와 다른 사람들이 인식하는 '나'는 똑같을까? 사람들에 따라서 그들만의 내가 존재할 것이다.

정진서_book make man_혼합재료_88×48×165cm_2008

현대사회는 과거와는 다르게 인간관계라는 것이 직접 얼굴을 마주보며 만나는 것 이외에도 여러 가지 방법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이제는 어떤 사람을 보지 않고도 '그'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인터넷을 통한 미니홈피나 텔레비전, 신문, 잡지 등 미디어에 유명인 뿐 만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다양한 매체에 과거에 비해 많이 노출되어있다. 여기서 우리는 한 인간의 자아를 알아가는 데는 얼마나 많은 정보를 우리 파악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한정되어 있고, 우리만의 자의적이고 주관적인 판단으로 과연 한 인간의 자아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은 자신에 대한 자아를 확실하게 인지하지도 못하면서 다른 사람의 정체성이나 성격에 대해서 규정짓는다. 이렇듯 '나'는 나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인식 속에서, 여러 가지 매체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작가는 이렇게 복잡하게 형성되는 인간관계에서 진정한 '나' 라는 자아는 무엇인지 고민한다.

정진서_lover_나무에 유채_116×87×2.5cm_2007

정진서는 이전의 작업에서부터 인간의 다중성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해왔다. 대부분의 작업은 대상물에서 색 면을 분할하여 해체하고 다시 조합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는 크게 두 가지의 방법으로 인간관계와 내면에 대한 표현을 한다. 하나는 이전까지 해왔던 색면을 분할하는 방법이다. 커다란 색면은 덩어리들로 인위적으로 구획되어 나뉘어져있고, 이러한 색면 덩어리들이 모여서 하나의 평면을 이룬다. 평면위에는 익명성을 가진 존재들의 이미지들이 나타난다. 그 이미지에 등장하는 인물은 작가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들이며, 인터넷에서 작가의 임의대로 퍼온 사진이미지이다. 작가는 이러한 해체와 결합을 하는 과정을 통해서 여러 가지 요소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타나는 작품에는 면이 있고, 색 덩어리가 있고, 선이 존재한다. 이러한 요소들이 서로에게 유기적으로 연결되기도 하면서 밀어내기도 하면서 묘한 긴장감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인간의 자아를 구성하는 요소의 다양성과 다의성을 긴장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또한 이렇게 만들어진 작업들을 퍼즐처럼 흩트려놓아 관객들이 직접 맞추어 볼 수 있게 한다. 이러한 과정을 관객들이 참여하게 만들어 처음 보는 인물의 이미지를 맞춰가면서 작가가 작업하는 과정을 답습하게 되고, 한 사람의 자아가 형성되는 과정의 복잡성과 다중성을 느끼게 된다.

정진서_turningpoint_나무에 유채_87×95×2.5cm_2007

두 번째로는 시각적인 착시의 방법을 사용한다. 이러한 방법은 두 종류의 작품으로 나타나는데 하나는 선과 면에 의한 시각적인 효과에 의해 평면에 나타나는 기존의 이미지와 라인을 따라 생기는 두 가지의 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보여지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시각적인 차이를 이용하여 작품에 착시 효과를 준다. 책과 남자의 뒷모습이 각도에 따라 나타나게 한다든지, 구멍을 통해서 보면 액자에 있는 아이의 모습이지만, 실제로 보면 산의 모양을 하고 있는 착시를 이용한 작업을 한다. 작가는 시각적인 착시현상을 이용함으로써 인간의 시지각이 정확하지 않듯이 우리가 만나게 되는 다양한 자아와 '나' 자신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힘들고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고, 조금만 인식을 바꾸거나 다른 조건에서는 완전히 다른 자아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정진서_alone not alone_나무에 유채_127×76×2.5cm_2007

작가는 다양한 시각적인 방법을 통해서 인간관계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의문들을 작업에 유기적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다양한 모습들을 찾아내고 그것들을 이해하고자 한다. '나' 라는 존재는 나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들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결국 이러한 '나'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작가는 다양한 '나'를 분해하고 재조합하거나 착시효과를 사용하여 하나의 형상 속에 내재하고 있는 다양한 의미들과 흔적들을 발견하고 진정한 자아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반문하고 있다. 이렇게 작가가 말하듯이 세상에는 수많은 '나' 가 존재한다. 수많은 '나' 는 나에게 익숙한 나이기도 하지만 나 자신도 알지 못하는 '나' 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렇듯 다양하게 발견되는 '나' 라는 존재를 파악하고 이들을 인지하고 알아갈 때 진정한 자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혹여 영원히 발견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한 것이며 우리들은 우리의 자아를 찾기 위한 여정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 신승오

Vol.20080312c | 정진서展 / JUNGJINSUH / 鄭鎭瑞 / sculpture.instal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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