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리포트 -유쾌한 혜경씨의 서른즈음에

정혜경展 / JUNGHYEKYUNG / 鄭惠瓊 / video.mixed media   2008_0407 ▶︎ 2008_0421

정혜경_김광석 보고서_단채널 비디오_00:09:30_2007~8

초대일시_2008_0407_월요일_06:00pm

공연_포크락 밴드 County_07:00pm

관람시간 / 12:00pm~07:00pm

갤러리 꽃_GALLERY COTT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7-36번지 B1 Tel. +82.2.6414.8840

"서른즈음에 이 노래는 뭔가 이렇게 공감을 하시죠 다들? 아직 아니라구요? 쫌 지나보세요. 뭔가 스스로 가진 한계라고 하는 거 꼭 나이 때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생활하다보면 졸업하고 또 20대가 지나가고 20대가 참 좋은 것 같아요. 제 느낌으로는 이때까지 생각으로는 기대도 크고 가능성도 있고 그래서 이리 저리 시도하다가 깨지기도 하고 그래도 꿋꿋하게 다시 시작할 수 있고 뭐 그럴 수 있지 모 그러면서.. 큰 실패를 보아도 툭툭털고 일어설 수 있는 나이가 20대가 아니가 싶습니다. 근데 30대쯤 대면 뭐하나 정해놓고 그거 아등바등 잡고 있을 수밖에 없죠. 그리고 20대 때 가졌던 가능성들도 많이 줄어들고 그러다보니까 답답해져서 그런 내용으로 부른 노래입니다." ■ 김광석이 남긴 이야기

김광석 다시 부르기 ● 솔로 음반을 낸 1989년부터 작고하던 1996년까지 김광석은 80년대와 90년대의 감성을 대변하는 한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지금까지도 그는 한 시대를 기억하게 하는 생생한 코드이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과 동물원에서 활동했던 그가 라이브 공연의 무대에서 서서 관객과 만났던 순간들은 오랫동안 우리의 뇌리에 남아있다. 안치환과 강산에가 강한 비트의 록을 들고 나와서 새로운 시대의 감성을 자극할 때도 그는 통기타와 하모니카를 들고 맑고 고운 미성으로 시를 읊었다. 80년대의 열망이 90년대의 좌절로 이어질 때 한 시대의 집단적인 심리적 결핍을 또 다른 감성으로 채워준 이가 음유시인 정태춘과 더불어 국민가수 김광석이었다. 정태춘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긴장의 끈을 놓고 식어가는 대중들을 향해 환멸의 시대 90년대를 '지나간다'고 토로할 때, 김광석은 씨익 웃으며 동물원의 노래 '변해가네'처럼 세상의 변화를 담담하게 맞이하고 있었다. ● 한 시대를 견인한 스타는 세월 가면 너나없이 명멸하기 마련이다. 김광석은 그 스스로 자신을 떠나보냈다. 김광석은 갔지만, 그러나 그는 여전히 살아있다. 방송다큐멘터리와 리메이크 음반들, 출판물들, 그리고 준비 단계에 있는 김광석 주제의 극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그를 다시 읽으려는 시도들이 줄을 잇고 있다. 서른 나이의 정혜경이 '서른 즈음에'를 모티프로 김광석에 관한 보고서를 썼다. 『김광석 리포트』는 작고한 아티스트에 관한 젊은 아티스트의 오마주이다. 이제 두 번째 개인전을 여는 이 작가는 90년대 후반에 스물 나이에 접어들었고, 10대 때 김광석을 듣고 자란 세대이다. 따라서 그가 철들고 나서 김광석에 열광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김광석은 10대들의 우상은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그런 그가 서른을 맞이하면서, 더 좁게 말하자면 '서른 즈음에'라는 언어를 접하면서 김광석을 다시 듣기 시작했다.

정혜경_김광석 보고서_단채널 비디오_00:09:30_2007~8

정혜경은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김광석을 새로 배웠다. 리서치 베이스의 미술 프로젝트는 일련의 관심사나 주제를 설정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새로운 정보를 제시하는 보고서 형식의 전시로 이어진다. 우리에게 시각예술가의 전형은 언제나 자신의 체험을 시각적 물질들, 가령 드로잉이나 회화나 조각 등의 심미적 가치를 담은 물질들을 생산하는 것으로 귀결한다. 따라서 예술가의 체험의 배경과 과정 등은 작품 뒤로 숨고, 오로지 그 결과만이 관객과의 소통을 매개한다. 우리미술계의 관행으로는 무언가를 보여준다는 것은 작가의 체험과 감성을 담은 '작품'을 보여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은 작가의 체험과 감성이 생성되고 변화하는 과정까지 보여주는 일은 그리 익숙하지 않은 일이다. 정혜경의 이번 프로젝트는 작가가 새로운 체험을 쌓아가는 과정을 드러내면서 담백하게 주제의 의미에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 여기서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다. 영 아티스트가 10여년 전에 세상을 떠난 뮤지션을 재조명하는 일에 나선 까닭이 궁금하다. 그는 80년대와 90년대의 간극을 넘어 세대간의 감수성 차이를 확인해보고 그 차이를 넘어서는 보편성이 어떤 것인지를 찾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는 그 해답을 찾아 나섰다. 스타를 작업의 소재로 끌어들이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팝아트의 이름으로 지속-반복하는 스타 이미지 재활용 작업들 말이다. 그 결과 우리는 아무런 맥락 없이 그 지겨운 마를린 먼로를 도처에서 대면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한국의 20대 젊은이들이 먼로를 재생산하는지 그 까닭을 알 수 없다. 팝아트에 관한 무지와 몽매는 이미 그 도를 넘어섰다. 이런 정황들에 비해 정혜경이 김광석을 들고 나온 것은 슈도(pseudo)팝아티스트들이 횡횡하는 현실과 경쾌하게 차별화 하는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정혜경_세계일주_스테인리스 스틸_190×79×123cm_2007

스테인리스 스틸과 통기타로 만든 오토바이 입체설치물 '바이크' 연작은 일탈의 서사를 대리상징한다. 2미터 길이의 메탈 바이크「세계일주」는 스테인리스 스틸 판재를 자르고 조립해서 만든 오토바이이다. 나이 마흔 즈음에 할리 데이비슨 한 대를 사서 전 세계를 여행하고 싶다고 했다는 김광석의 말을 토대로 한 작업이다. 메탈바이크는 자유를 찾아 떠나고자 했던 김광석의 자유의지를 대변한다. 기타로 만든 오토바이「Touch me」는 김광석의 분신과도 같은 모뉴먼트이다. 이 기타바이크 또한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고자했던 김광석 그 자체이다. 산울림의 노래「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는 보는 것과 듣는 것, 상상하는 것들을 마구 뒤섞여 의미작용이 끊임없이 미끄러지는 언어유희의 연쇄이다. 정혜경이 만든 기타오토바이도 이러한 의미의 미끄러짐 가운데서 감성을 자극하는 매력이 있다. 배영환이 버려진 농짝으로 만든 기타「남자의 길」처럼 말이다.

정혜경_Touch me_혼합재료_160×70×123cm_2008

정혜경은 입체설치 작품 기타바이크를 영상작업으로 번안하기도 했다. 「Chaos」는 포토 몽토쥬를 이어붙인 2D 애니메이션이다. 기타바이크를 타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김광석을 코믹하게 연출하고 있다. 김광석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에 비트박스의 리듬을 가미한 리믹스 곡「서른 즈음에」를 배경으로 '터치 미'를 탄 김광석이 '혼돈'의 세상을 휘젓고 다니는 것이다. 소품 메탈 드로잉 연작「거리에서」는 한결 소프트하다. 스테인리스 스틸 판재에 레이저 커팅으로 라인 드로잉을 하고 그 형상의 면면 들을 조금씩 뒤로 밀고 앞으로 당기면서 철판 드로잉 작품들을 만들었다. 메탈 드로잉 연작 열다섯 점은 김광석에 대해 여러 가지 정보를 수집하고 체험하며 분석하고 연구한 정혜경의 감성에 관한 리포트이다.

정혜경_Chaos_단채널 비디오_00:03:20_2008

단채널 비디오「김광석 보고서」는 김제동, 신은영, 유민호, 이보성, 연영석 등 김광석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한 세대들로부터 김광석에 관한 인터뷰를 따고 이를 편집해서 만든 다큐멘터리 영상이다. 김광석 팬클럽 멤버, 작곡가, 시나리오 작가, 가수, 프로그래머, 문화운동가, 개그맨, 김광석의 가족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인터뷰를 가졌다. 과도기적 상황을 거친 40대들로부터 30대에 이른 자신을 돌아보는 정혜경의 발길은 분주했다. 이 프로젝트의 기술자문을 맡은 김창겸이 몇 해 전 사루비아다방에서 다방을 주제로 일련의 다큐와 영상 설치 작업을 선보였던 것과 유사성을 발견할 수 대목이다. 영상다큐멘터리 작업을 통해서 미술의 영역을 넓혀가는 일에 신예작가가 동참해서 맥을 잇고 있다는 점 또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혜경_거리에서_스테인리스 스틸_21×30×3cm_2007

마흔 줄의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팝 아이콘으로서의 김광석에 주목한 정혜경은 몇 가지 목표를 설정했다. 가수 김광석의 의미를 헤아려보고 그의 소리를 시각적으로 번안해 보는 일, 대중문화와 시각예술의 접점을 찾아보는 일, 자료와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실현해 보는 일 등이 그것이다. 이 대목에서 다시 한 번 상기해봐야 할 것은 정혜경이 상투적인 감성표현을 한 것이 아니라 리서치 베이스의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는 점이다. 관련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모니터링 과정을 거치고, 워크숍과 공연을 갖기도 한다. 사후에 비평 워크숍을 갖고, 종합적인 도큐먼트를 만들기까지 아직 거쳐야할 과정들이 남아있다. ● 이 전시 『김광석 리포트』는 정혜경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조리는 '김광석 다시 부르기' 이다. 자료의 수집과 연구, 작품의 구상과 제작에 이어서 전시 공간의 설정 또한 자연스럽게 맥락을 형성한다. 김광석은 소극장 무대에서 관객들과 숨소리까지 함께 나누곤 했다. 김광석이 자주 섰던 소극장 분위기와 같은 홍대 앞 대안공간 갤러리 꽃에서 김광석을 만나는 일. 뜻밖에도 서른 즈음의 젊은 작가가 벌인 일이다. 10여년 전 올림픽공원의 푸른 잔디밭에서 열린 자유콘서트 때 보고는 다시 못 봤으니, 그를 본 지 너무 오래됐다. 갤러리 꽃의 좁은 반지하 통로로 터벅터벅 걸어 들어가 여전히 살아있는 김광석을 다시 만날 참이다. ■ 김준기

Vol.20080406f | 정혜경展 / JUNGHYEKYUNG / 鄭惠瓊 / video.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