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씨앗

김수학展 / KIMSOOHAC / 金洙學 / sculpture   2008_0419 ▶︎ 2008_0502

김수학_Seed 12_알루미늄_198×206×187cm_2008

초대일시_2008_0419_토요일_03:00pm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 Park Soo Keun Museum in Yanggu County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정림리 131-1번지 Tel. +82.33.480.2655 www.parksookeun.or.kr

세상의 모든 씨앗 ● 우리는 거의 모든 고대 종교에서 그들이 신성하게 여겼던 나무들에게 제의를 바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숭배되던 나무는 우주목이었다. 우주목은 자연적인 동시에 초자연적이며, 물질적인 동시에 추상적인 우주를 지배하고 있는 축으로 세계의 중심기둥이다. 신화 속에서 나무들은 바다 깊은 곳과 땅의 표면과 하늘을 서로 연결하는 통로로서의 특권을 부여받았고, 그래서 특히 신의 현존을 드러내는 존재로 여겨지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식물의 모습과 생태에 대해 자주 감동하게 된다. 인간과 동물의 삶이 번잡하고 혼란스러워서 간과하거나 무시되었던 삶과 마음의 움직임, 교감 등의 모습을 느리지만 훨씬 정갈하고 적확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김수학_Seed 5_알루미늄_121×242×27cm_2008
김수학_Seed 9_알루미늄_121×242×31cm_2008

식물의 삶이 진부하거나 피동적이거나, 소극적이라는 편견은 생물 사이의 시간이 서로 다를 수 있음을 알지 못한 것에 기인한다. 하나의 존재가 다른 존재를 느끼고, 교감하고, 이해하고 생존하기 위해 접촉하는 모습을 보며 깊은 느낌을 갖는다. 꼬물거리며 솟아오르는 우렁이의 더듬이는 투명하고 섬세한 긴장감으로 매혹하고, 담쟁이 넝쿨이 장구한 시간을 허공을 가르며 핥듯이 뻗어가는 장면은 움직임을 눈치 챌 수 없기에 숨을 멈추게 한다. 다른 세계와 접촉하고 소통하고 이해하고, 변화 하는 것에 지속적인 관심으로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서 접촉은 존재와 존재의 관계이며, 공간과 공간간의 관계이고 시간과 시간의 관계이다.

김수학_Seed 8_알루미늄_지름 135×34cm_2008

작업에 등장하는 씨앗은 식물의 것이지만 동물의 알이기도 우주에 떠있는 행성의 형상이기도 하다. 세상을 시작하기위한 최소한의 근거를 잉태하고 있는 오래된 미래로서 원형질의 형태를 다양하게 바라보고자 한다. 다른 존재들의 시선을 빌어 인간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언제나 유익하고 흥미로운 일이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성찰이나 반성의 마르지 않는 원천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김수학_Seed 10_알루미늄_121×242×35cm_2008
김수학_Seed 11_알루미늄_242×121×27cm_2008

이 세상에 존재하였던 생명체의 90%는 소멸되었다. 씨앗은 수 억년의 기억을 간직한 채 응어리처럼 켜켜이 쌓여 완전한 형태를 이루고, 과거의 기억으로 만들어진 놀랍고 정교한 방법으로 재창조되어 존재를 이어간다. 생명을 바라보는 이러한 작업은 삶의 주변의 미소한 것의 가치를 발견하고 경의를 느낌으로서, 이 세상과 모든 살아있는 존재에 사랑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생명력으로 가득한 이 세상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근사하고 멋진 일인가.

김수학_Seed 3_알루미늄_121×242×31cm_2007

너무 작아 눈에 보이지 않고 의식되지 않는 미생물의 존재와 너무 커서 눈에 보이지 않고 의식되지 않는 우주와 같은 거대 존재가 에너지의 흐름과 생명의 흐름으로 연결되어 있는 장엄함을 이야기 하고 싶다. 하나의 망치 자국위에 또 다른 망치 자국이 겹겹이 쌓여가며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질감을 만들고, 단단한 표면을 밀어내어 형상화하는 작업은 세상의 온갖 생명체와 인간의 지난한 역사를 상기시킨다. 이것은 우리의 일상에서 주목되지 않는 많은 순간과 관계에 대한 관심을 이야기 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 걸음과 그다음의 한걸음 사이를 채우는 그 무엇을 잊지 않으려는 각오이다. ■ 김수학

Vol.20080419a | 김수학展 / KIMSOOHAC / 金洙學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