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비현실을 유영하는 드로잉

The drawing, which swims an actuality and an unreality   다발킴展 / DABALKIM / drawing.mixed media   2008_0416 ▶ 2008_0429 / 월요일 휴관

다발킴_미혹_Self-Delusion_종이에 아크릴채색, 혼합재료_155×110cm_2006~8

초대일시_2008_0416_수요일_05:00pm

2008년 갤러리NV 기획 공모작가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NV_GALLERY NV 서울 종로구 인사동 186번지 3층 Tel. +82.2.736.8802

일상의 풍경에 삽입된 환각적인 장면의 연출과 연계는 기이한 상황으로 보는 이들의 눈과 마음을 끌고 간다. 흘러 다닌다.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구체적이면서 동시에 초현실적인 장면들은 한 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것은 별개의 세계가 아니라 하나의 세계이자 이원적인 공간이 아니라 통합적 공간이다. 다발 킴은 의식과 무의식, 기억과 환상 사이를 미끄러지면서 이를 유연하고 매력적인 드로잉 아래 거느린다. 그 드로잉은 현실의 관찰과 기억의 회로를 탐사하는 작업의 교차선상에서 풀려나오고 그 사이로 또 다른 상상과 일탈이 얹힌다. 현재의 시간과 과거의 시간이 공존하고 구체적 세계와 비가시적 세계가 뒤섞여있는가 하면 드로잉과 장식적 패턴, 그리기와 설계도면 같은 구성, 회화이자 일러스트레이션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드로잉, 그리기는 자기 몸과 의식의 진솔한 받아쓰기처럼 화면 위를 유영한다.

다발킴_결혼식_wedding_종이에 아크릴채색, 혼합재료_150×110cm_2006~8

상이한 것들끼리 만나서 또 다른 장면을 만들고 다시 어디론가 이동하면서 단계적으로, 구축 적으로 균형 잡힌 하나의 상을 추적하는 이 드로잉은 상상력과 문학적 감성에 힘입고 있다. 대부분의 형상은 안정되고 견고한 지지대나 인체로 귀결되고, 인간의 형상을 흉내 낸 무수한 사물과 자연으로 직조된 기이한 세계상을 가시화한다. 뿌리와 깃털, 꽃과 저울, 못과 끈 혹은 신체를 떠올리게 하는 선들이 반복해서 등장하고 그것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나가면서 독특한 풍경, 정물을 형상화한다.

다발킴_풍만한 미인 A plump and voluptuous beauty_종이에 아크릴채색, 혼합재료_145×110cm_2006~8

다발 킴의 드로잉, 회화는 시간과 의식의 흐름에 순응하고 그 사이로 순간적으로 부풀어 오르는 기억을 우연히 만나 파생한 형상과 선, 상징들이 기이한 풍경 상을 만들어 보여준다. 이 파편적이고 분열되어 보이는 낱낱의 장면은 어느덧 또 다른 존재로 연결되고 이내 하나의 몸을 형성한다. 몸 안에 일상의 생활공간과 자연과 풍경, 공학적인 설비와 구조, 가구 같은 것들이 촘촘히 맞물려 균형을 이루면서 펼쳐진다. 독특한 구성이자 기이한 장식성, 몸에 대한 흥미로운 사유, 낯선 것들끼리의 매혹적인 결합 혹은 초현실적인 조우 등은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그림이란 생각이다.

다발킴_여왕개미의 방 The chamber of the queen ant_종이에 아크릴채색, 혼합재료_75×90cm_2008

그와 한 쌍으로 사실적으로 그려나간 개미 그림이 등장한다. 여왕개미에 관한 섬세한 관찰과 흥미로부터 출발한 이 그림은 작은 개미들을 그리고, 프린트해서 조합한 것으로 하나의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그 모습은 흡사 우리네 인간의 생애를 떠올려주고 또한 그 가운에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작가는 여왕개미의 일생을 관찰하고 흥미롭게 여기며 그로인해 느껴진 것들을 간결하고 명징하게 그려놓았다. 독특한 공간구조 및 기호와 함께 등장시킨 개미는 개미를 빌어 그려나간 인간의 삶과 현실에 대한 은유로 빛난다. 사실 개미의 삶과 여왕개미의 일생은 생명의 부분 단위에 유전적으로 각인된 활동을 한 것뿐이지만 여기에 인간적 해석을 가해 하나의 장면으로 연출해놓았다. 그것은 단지 개미의 극사실적인 재현이 아니라 개미를 빌어 그린 자신의 자화상이자 삶에 대한 강한 열망과 그로부터 교훈적인 이야기를 이미지화한 것이다.

다발킴_공간의 영역_The domain of space_종이에 아크릴채색, 혼합재료_110×75cm_2008

아울러 작가는 자신이 신고 다녔던, 이제는 다 헤지고 쓸 수 없게 된 신발을 해체해 그 겉과 안쪽에 이미지를 개입시켰다. 사실 자신의 구두는 그간의 자기 생애의 모든 것을 낱낱이 추억하고 기억한다. 지난 시간이 온전히 저장되어 있는 것이 다름 아닌 신발인 것이다. 신발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신발은 우리의 삶의 방식과 노동 양태 그리고 여가생활에 대해 다른 어떤 개인 소유물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는 그토록 오랜 시간을 거닐어 다니고 어딘가에 갔었음을 묵묵히 증거 하는 신발을 보면서 서사적 이야기와 초현실적 이미지를 결합시켰다.

다발킴_수개미의 꿈_The dream of male ants_종이에 잉크, 혼합재료_90×150cm_2008

"닳고 닳은 신발의 안쪽을 들여다보면, 신발 주인의 발가락이 남긴 오목한 부분과, 부드럽게 파인 뒤꿈치 자국이 눈에 띈다. 신발 밑창의 상처들로부터 우리는 신발 주인의 몸의 자세, 걸음걸이 그리고 그가 얼마만큼 돌아다녔는지 까지를 유추할 수 있다."_낸시 렉퍼드

다발킴_일기 2002-2007_Diary 2000-2006_신발가죽에 아크릴채색_48×15cm×2_2008

작가의 이 독특한 드로잉은 서사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 그림이다. 동시에 그것은 흥미로운 일러스트레이션이자 카툰 또는 이야기그림들로 다가온다. 고된 손의 노동과 치밀한 연출공간, 구체적인 세계와 비가시적인 세계의 공존, 일상과 환상의 교차 등등 시간의 흐름을 가로질러 가면서 화면 안에서 자유로운 시공간을 펼쳐 보이는 것이 다발 킴의 드로잉이다. ■ 박영택

Vol.20080419g | 다발킴展 / DABALKIM / drawing.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