悠然見 유연견

임태규展 / LIMTAEGYU / 林太圭 / painting   2008_0424 ▶︎ 2008_0514 / 월요일 휴관

임태규_북한강의 봄_한지에 수묵담채_32×92cm_2008

초대일시_2008_0424_목요일_06:00pm

작가와의 대화_2008_0509_금요일_03:00pm

관람시간 / 11:00am∼08:00pm / 월요일 휴관

샘터갤러리_SAMTOH GALLERY 서울 종로구 동숭동 1-115번지 샘터사옥 Tel. +82.2.3675.3737 www.isamtoh.com

홍익대를 졸업하고 동아 미술상을 수상한 바 있는 임태규 작가의 15번째 전시회가 대학로 샘터갤러리에서 열린다. 그간 국내외의 교류전과 개인전을 통하여 한국 산수화의 전통적 표현을 보여주던 임태규 작가가 최근 몇 년간 작업한 새로운 시점의 그림들을 발표하게 된다. 悠然見_유연견의 진수를 맛보게 될 이 전시를 통하여 임태규 작가는 의도적으로 과장시키는 관점에서, 화면 전체에 대상을 골고루 배치시키는 실험을 하게 된다. 멀리에서 의연하게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도연명의 시 세계와도 어느 정도 맞닿아 있다 하겠다. 아직 잔설이 남아있는 산 중에서 발견하는 봄꽃의 아름다운 자태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임태규_봄에_한지에 수묵담채_41×64cm_2008

悠然見_유연견 - 越冬山河_월동산하 ● 겨우내 찬바람에 뼈 속 깊은 곳까지 모두 내주었던 벌거숭이 산 들이 어느새 핑크 빛의 꽃망울을 터트리며 포근한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아직 그늘진 산 녘에는 잔설이 여기저기 남아 있을 것이며, 겨우내 얼었던 동강도 서서히 그 웅대한 흐름을 시작하리라. 아울러 월동을 끝낸 사람들과 동물들도 긴 잠에서 깨어 먹이 활동을 하는 계절이다.

임태규_농가의 겨울 03_한지에 수묵담채_90×190cm_2003

임태규는 겨울을 그린다. ● 그의 정서가 겨울과 관련되어 있어서라기보다는 촌스럽고 진솔한 그의 삶이 겨울과 닮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그림에는 자칫 잃어버리기 쉬운 우리의 일상을 기록하듯 평범한 풍경들에 시선이 머물러 있다. 수년전까지 해오던 관념 산수의 전통적 관습에서 벗어나 몇 가지의 의미 있는 실험을 해오고 있는 작가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얻은 듯이 보인다. 몇 가지의 특징들이 보이는데, 화면에서 하늘을 제거한 과감한 시도는 그간 그가 보여주었던 그림에 비추어 볼 때 실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평가 할만하다. 하늘이 사라지면서 그의 그림은 어느 정도 평면적인 구도로 바뀌는데, 작가의 시점을 분산시킴으로서 하나의 대상에 시선이 다가가지 않고 여러 곳에 시선을 줌으로서 다시점의 영역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작가는 다소 지루할 수 있는 화면에 시적 동선을 유도함으로서 길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마을 어귀에 와 있기도 하고, 징검다리를 건너 강을 건너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그림읽기를 유도하여 작가의 그림 속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임태규_정선의 겨울_한지에 수묵담채_55×96cm_2008

悠然見_유연견은 도연명의 시에 나오는 시구이다. 시인은 자연을 보는 초월적인 경지를 한 줄의 글로 함축해서 보여주고 있는데, 임태규의 자연에 대한 애정도 유연견이라는 말에 녹아 있는 것이다. 자연이란 탐구의 대상이 아니라 그저 바라보고 있을 때 자연도 우리에게 마음을 내어준다는 평범한 진리를 그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거듭 말하자면 임태규의 작품은 "자연"으로부터 "일상"으로의 중간 역할을 하고, 보편적이며 고유한 감정의 변주를 상기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

임태규_겨울-연하리_한지에 수묵담채_90×190cm_2005

임태규의 작품은 그 흔한 평면성에도 불구하고, 그의 감정의 억제에 있어서(사실 그의 그림은 지극히 조심스런 붓놀림으로 고요한 느낌 마져든다.) 보는 사람이 자신의 그림 속에서 거니는 모습을 생각하는 상상력의 메커니즘을 자극할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임태규는 그리는 행위와 공간에 위치해 있는 자신의 장소성 속에서, 개별화되고 자율적인 감정의 안쪽으로 트랜스되고 있는 것이다.

임태규_농가의 겨울_한지에 수묵담채_55×96cm_2007

요즘 미술계에서는 한국화를 살리자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회자되고 있다. 살리자는 것을 보니 분명 뭔가가 죽기는 죽은 모양인데, 필자의 견해는 그리 우려할만한 심각한 상황은 아닌 듯싶다. 최근 몇 년 회화천하의 기형적 미술시장이 태평천하(?)를 누린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의식 있는 기획자들의 야심찬 기획과 일반인들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전시회가 준비된다면 한국화의 침체를 빠른 시일 내에 극복하리라 전망해 본다. 무엇보다도 어려운 상황에서 꿋꿋하게 작업실에서 붓을 잡고 있는 한국화가들이 있는 한 한국화의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있겠다.

임태규_학소대_한지에 수묵담채_41×64cm_2008

어쩌면 척박한 한국화단의 현실에 비추어보면 한국화의 전시회가 자칫 모험의 소지를 안고 있을 수 있겠지만, 작가의 확신에 찬 그림과 긴 겨울을 보내고 따뜻한 봄을 맞는 우리의 소망을 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본다. 한국화를 아끼는 기획자의 애정 어린 본 전시를 통하여 한국화단은 물론 작가 본인 에게도 정진의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 이종호

Vol.20080424a | 임태규展 / LIMTAEGYU / 林太圭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