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전 防禦戰

문진욱展 / MOONJINWOOK / 文進郁 / installation   2008_0606 ▶ 2008_0621 / 월요일 휴관

문진욱_방어전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8

초대일시_2008_0606_금요일_06:00pm

2008 대안공간반디 신진작가 지원展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대안공간 반디_SPACE BANDEE 부산시 수영구 광안2동 169-44번지 Tel. +82.51.756.3313 www.spacebandee.com

폭력의 역사 ● 폭력의 종류가 다양한 것처럼, 폭력에 저항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무력을 동반한 권력에 대항하기 위해 똑같은 방식으로 무력을 행사하거나, 단순히 시위를 하고 물러서거나, 혹은 비폭력을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런데 비폭력이 폭력의 대안이 되는 것은 아니며, 또한 무력이 발생하는 상황에 대해 도덕적인 비난을 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폭력이 권력을 획득한 자나 집단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은폐되고 억압된 적대성을 까발리는 일은 중요하며, 때때로 전략이 필요하기도 하다.

문진욱_새총_라텍스 고무줄, 계란_가변설치_2008

그런데 폭력적 방식과는 무관해 보이는 예술에서도, 장(場)을 장악한 주체들의 권력과 그것에 대한 저항을 통해 폭력은 문제를 드러낸다. 물리적 폭력이 아니라 하더라도, 은폐와 억압을 드러내는 일은 여전히 유효하다. 문진욱의 작업이 이러한 지점을 상기시키고 있다는 것은 눈여겨 볼만하다. 그가 제시하는 것은 전면적 공격이 아니라 스스로의 논리 구축을 통한 방어전(防禦戰)이라는 것도.

문진욱_새총_라텍스 고무줄, 계란_가변설치_2008

문진욱은 이전부터 다양한 오브제를 이용해 형상을 만들어 왔는데, 그가 주목하는 생명체는 보잘 것 없고, 상처로 점철되었으며, 힘을 상실한 하찮은 것들이다. 이들은 도태되어야 할 것들이지만, 생존을 위해 기이한 모습으로 진화된 생명체이다. 생명체는 몇 단계의 과정을 걸쳐 탄생의 순간을 맞이하는데, 먼저 드로잉을 통해 구상된 생명체는 주위의 잡다한 물건들이 뼈와 살이 되어 완성된다. 이 작품들은 착취와 억압이 빗어낸 폭력의 역사를 보여주는 듯 기이하게 진화/변형된 모습이다. 그렇다면 그의 작업을 통해 폭력적 상황 아래 놓인 피억압자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일까.

문진욱_방어전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8

이번 전시에서도 작가는 기이하게 진화/변형된 몇 몇 생명체를 전시장으로 끌어들인다. 문진욱이 구성한 공간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공간에 설치된 오브제들은 유사한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탕 아래 들어가 있는 선인장은 이러한 문제의식의 시발점이다. 그리고 천장에 매달린 명태는 머리와 꼬리만 내어 놓은 채, 뾱뾱이 포장지를 둘둘 말고 있다. 사람들의 몽둥이에 몸이 찢겨져 나갈 명태가 선택한 방어는 꽤나 유쾌하다. 그럼에도 언제든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 아래 놓여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문진욱_방어전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8

명태작업 맞은편에 공격에 대한 방어라기보다 외부 환경에 굴복하지 않으려고 외형을 변경한 또 다른 생명체가 있다. 한 뭉치의 볼탑(변기 수위 조절 장치)들은 물 한 방울 흐르지 않는 목욕탕에서 솟아오르기 위해 수많은 손(욕조마개)을 뻗어 몸을 지탱한다. 물을 만나지 못한 볼탑들이 선택한 것은 아래로 곤두박질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몸의 입장을 변경한 것이다. 뜻하지 않는 환경에 생존을 유지하는 방식이 비이성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억압적 상황과 폭력이라는 것이 처음부터 논리적 근거를 갖추고 있지 않음을 반증한다.

문진욱_방어전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8

주 전시장에 설치된 오브제들과 다르게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새총작업은 긴장감을 유발한다. 이 작업은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한 직접적 행동처럼 보인다. 원래 새총은 고무의 탄성을 이용하기 때문에 탄착거리가 짧고 힘이 약한데, 전시장에 설치된 새총은 위협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것은 목표물을 향해 조준하는 순간만이, 그러한 긴장된 상황의 지속만 있다는 것이다. 관람객의 정면을 향해 있는 새총이 계란을 던지려는 포즈를 취하며 관객들에게 던지는 질문, "당신은 폭력 앞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

문진욱_방어전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8

문진욱은 이번 전시를 통해 갤러리 벽을 수놓는 평면들이 프레임에 갇혀 외부를 보지 않거나, 말끔하게 제작되어 세련됨을 지향하는 조각 작품들과 형식적으로 결별한다. 무엇보다 작가가 주목하고 있는 기이한 생명체는 버림받아 마땅한 현실의 잉여물들이다. 굳이 태어날 필요도 없었으며, 도태되어야 할 상황에서 조용히 사라져야 할 것들이다. 작가는 그것들에 생명을 불어넣어 새로운 생명체의 탄생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억압적이고 폭력적 상황에서 몸을 변경하여 진지를 선점한다. 폭력이 만연한 세상에 대해 방어전은 저항의 논리이며, 공격보다 더 수고스러운 작업이다. 그래서 지금 그가 가하는 일침이 따가운 것은 사실이다. ■ 신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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