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긴장

최종운展 / CHOICHONGWOON / installation   2008_0701 ▶︎ 2008_0807

최종운_Before Sunrise_코카콜라, 폐식용유_102×141×5cm_2008

초대일시_2008_0701_화요일_06:00pm

키미아트_KIMIART 서울 종로구 평창동 479-2번지 Tel. +82.2.394.6411 www.kimiart.net

모순이 공존하는 세계 ● 물질을 비롯하여 이질적인 요소 간의 극적인 조응을 통해 고조되는 긴장감을 보여주는 젊은 작가 최종운에게서는 누군가의 감성을 미세하게 조율하려는 괴상한 화학자와 같은 면모가 엿보인다. 그의 감성 넘치는 작업에서는 그만의 형식이라고 할 만 한 고정된 형태는 의미 없으며 밀도의 차에서 오는 중력, 표면장력과 같은 자연 상태에서 물질에 작용하는 힘과 법칙에 따라서 작품 스스로 움직이고 변화한다. 작가가 무심코 이질적인 사물을 배치하거나 유체 상태의 물질을 혼합하여 서로 화학적 반응 일어나는 물질의 세가지 상태의 진행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비물질성, 현상, 이행 과정 등을 다루었던 프로세스 아트에 가깝다. 하지만 우리는 그의 작품에서 본격적으로 사건이 벌어지는 극적인 현장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 사실 이런 유형의 예술가는 아직 한국 관객들에게는 낯설다. 진지함이나 무거움을 못 참아내는 기존 주류 미술계의 유행에서 벗어나 있으면서도 생소하고 쉽지 않은 재료를 다루는 아웃사이더이기 때문이다. 20세기 전통적인 조각 교육의 영향 하에서 공간, 물성, 그리고 움직임 등을 중요하게 다루었고, 현재의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에 비하면 우리 주변에서 최종운의 노선처럼 비물질로의 이행을 선택한 작가들을 발견하기가 어렵다는 점은 상당히 역설적이다. 눈을 밖으로 돌려 좀 더 멀리서 찾아본다면 우리는 낯익은 이름들을 발견한다. 형광등의 빛을 다룬 댄 플래빈(Dan Flavin, 1933~1996), 빈 공간과 차원의 뒤틀린 틈새를 보여주는 애니쉬 카푸어(Anish Kapoor, 1954), 물질 상태의 순환을 다룬 문제적 작가 한스 하케(Hans Haacke, 1936) 그리고 최근 과학자적인 시선으로 시간과 빛, 자연 현상을 다루며 급속도로 현대 미술계에 이름을 알린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 1967) 등이 그가 걷는 길 앞에 있겠다.

최종운_THIS IS HOT (Ice version)_동파이프에 용접, 냉동장치_28×180cm_2008

그러한 맥락에서 필자가 작가 최종운의 진면목을 알아볼 수 있던 것은 2006년 런던 UCL 슬레이드 스쿨의 스튜디오에서 최종운의 작품들을 처음 보았을 때였다. 막 런던에서의 수학을 마치고 스튜디오에서 작품들을 정리하던 그가 처음 내게 보여 준 작품 「A Storm in a Teacup, 2006」은 평범한 둥글고 작은 테이블 위에 향긋한 밀크 티 향내가 도는 찻잔이 올려 놓아져 있는 설치 작품이었다. 홍차에 밀크를 붓고 두 가지 재료를 티스푼으로 잘 섞이도록 저을 때처럼 접시에 받쳐진 본 차이나 찻잔 속에서 회오리 물결이 혼자서 조용하게 돌고 있었다. 그것은 작가가 말한 그대로 고요함과 상반하는 움직임이라는 현상이 공존할 때 고조된 긴장감을 자아내는 현상을 담고 있었다. 작가에게는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게 한 전환점으로 삼을 만 한 작품으로서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내오며 지나친 작가의 깨달음이며, 미시적 현상에 대한 순간적인 주목과 찰나의 각성을 표현하고 있다. ● 이후 그의 작업은 현상에 대한 인식의 확장으로 연결된다. 현상과 물질이라는 서로 다른 두 모습이 공존하는 순간을 면밀히 찾아내고, 그 사이에 숨겨져 있는 내면의 긴장감이 서로 작용하는 밀도 있는 공감각을 보여주고자 한다. 딱딱한 재료를 다루는 다소 고전적인 조각가의 면모를 지녔던 그가 일시적이고 유동적인 비물질적인 세계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이성으로 세계를 이해하려는 학문인 과학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보다 더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그는 일상에서 흔하게 접하는 음료수, 화장품, 세제, 글리세린, 약품 등 액상화된 제품을 다룸으로써 화학적 작용과 역학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있다. 그는 마치 연금술사처럼 물질, 오브제를 한정된 공간 속에서 이리저리 혼합하며 현상이나 장면을 재현하며 눈에 지나치게 치우친 우리의 인지력을 자신의 지속적인 실험 속으로 몰아놓고 있다.

최종운_Beyond the horizon (Violet)_바스 폼_57.5×76.5×4cm_2008

신비과학과 연금술사들이 사라진 계몽주의 시대 이후, 고전과 낭만주의 시대의 천재성을 대표하는 괴테의 경우 문학에 대한 열정 못지 않게 이성을 대변하는 자연과학의 연구에 몰두하여 식물학, 해부학, 광물학에 대한 전문적인 저술을 남겼다. 그리고 미술에 대한 관심이 매우 깊어서 뉴턴의 광학이론을 연구하고, 객관주의적인 광학이론을 바탕으로 이를 비판하여 색채 규정의 불확실성을 체계적인 색채이론으로 정립하였다. 괴테의 노력과 연구는 자연계의 위대함을 이해하고자 하는 열망이며 결국 인간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보여준다. ● 오늘날에는 이와 유사하게 위에서 언급한 소수의 예술가들 외에도 많은 예술가들이 자연계 내에서의 보편성 재발견, 혹은 주관적 인식을 정립시키는 것에 깊이 몰입하고 있다. 이들 예술가들의 물질 혹은 자연계 기본 원소에 대한 호기심을 따라잡을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과학자들의 영역 역시 물질에 관한 연구라고 할 지라도 특화된 전문 영역에 한정된 관심 이상을 넘기에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반 물질적인 마이크로 코스모스 세계가 모여 물질계를 이룬다는 과학적 이론만으로는 실재와 정신 사이의 체계를 분석하거나 재구축 할 수 없다. 반대로 과학의 원리와 자연 법칙, 테크놀로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예술가들은 마법을 부릴 수도 없다. 따라서 이 둘 사이의 협력이 이루어진다면, 특히 이 예술가에게는 보다 더 심오한 단계로 이행하는 길이 열릴 것이다.

최종운_A storm on the yellow sea_바스 폼_61.5×176.5×8cm_2008

이번 갤러리 키미에서 개최되는 그의 국내 첫 개인전에서는 특유의 액상 물질을 아주 좁고 긴 폭의 수조와 같은 투명 사각 아크릴 틀에 부어 넣어 혼합한 작품「The Last Desert」를 포함한 벽걸이 작품들을 여럿 선보이면서 동시에 살짝 출렁이는 유체 층의 변화가 마치 어스름한 지평선을 끌며 멀어지는 평원과 산맥처럼 보여지는 동영상 작품 「Sad Landscape」을 준비하였다. 이 작품들에서는 그의 작업의 토대가 되는 낭만주의적인 요소들은 명확해 보인다. 특히 사물 묘사는 거의 개의치 않고 화면에 그린 주제나 물상 자체의 움직임이 아니라, 움직임을 빛의 진동으로 전환시켜 표현하여 세계의 에너지로서의 빛을 그림으로써 「빛의 연금술사」라는 평가를 받았던 윌리엄 터너(William Turner, 1775~1851))의 장엄한 회화를 연상케 한다. ● 한편으로 그는 전 지구적인 거시적인 현상에도 주목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영민함도 과시한다. 환경 파괴 물질일 수도 있는 그의 유체 작품은 아이러니하게도 화학 물질의 생산과 소비에 반드시 수반하는 지구 환경 파괴와 온난화 현상에 대한 반대의 생태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어머니 대지에 대한 미안함과 그에 대한 슬픔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각틀 강화 아크릴 속에 안전하게 밀봉되어 벽면 위에 분리되어 있는 그의 작품들이 종교적인 태도로 세계를 응시하며 일체의 이질적인 개념의 개입을 차단하고 내면을 침투하듯 일렁이는 명상적인 색면을 그린 마크 로드코(Mark Rothko, 1903~1970)의 추상 회화와 닮았다는 점 역시 그가 사용하는 대조를 통한 역설의 미학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 그리고 기존 작업 방식의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언어를 새로운 재료로 끌어들여서 물질과 혼합한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그의 냉동장치 파이프를 이용한 조각「This is hot」은 문장의 맥락과는 다르게 만지면 극저온의 차가움을 느끼게 함으로써 기표와 기의 사이의 아이러니를 포착하고 있다. 다른 설치작품인 「It's so sad」는 불 붙은 초가 빛과 어둠이 서서히 교차하는 경계를 갈라놓으며 마치 슬픔에 젖어 흐르는 눈물과 체액이 말라붙은 찌꺼기처럼 녹은 파라핀 속에 언어를 가두어 놓았다. 종교와 명상의 상징이기도 한 초의 남겨진 흔적들에는 이미 연소되어 날아가버린 에너지는 빛으로서, 우리들의 지나온 감정을 다시 회상하듯 슬픔과 긴장감이라는 감정은 그림자로서 팽팽한 균형을 이루며 내재되어 있다.

최종운_Sad landscape_단채널 비디오_35×43cm_2008

이번 전시를 통하여 볼 수 있는 인간, 그리고 예술에 대한 그의 태도는 얕은 눈속임에 의존하는 그런 자연의 재현이나 모방과는 거리가 멀다. 현상과 물질의 대립을 통하여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내고, 원래의 질료들의 물성을 넘어서는 심리적인 밀도감을 자아내어 우리를 생각하게 한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보는 것이 매 순간 다름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비록 일견 순진하게 오이디푸스 콤플렉스(Oedipus Complex)를 노출하면서도 반복해서 우리에게 던지는 자연환경 파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그의 메시지 속에서 모순의 공존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깨닫게 된다. ● 그러나 그가 삭막한 화학 재료들을 이리저리 뒤섞어 내어놓은 작품들의 결과에서 본래의 의미가 소거되고 종교, 자연, 긴장감, 예민한 감성 같은 매우 문학적이며 극적인 요소들이 남음으로써 의외의 놀라움을 준다. 여기서 우리는 최종운의 작업이 우리 예술과 사회에서 자기 영역을 차지해야 하는 필요를 발견할 수 있으며 가까운 미래 그의 활동의 변화를 더욱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하기 위해서 그가 거대 철학적 명제의 무게에서 보다 가벼워져서 다양한 정치적, 사회적 현상을 유연하게 풀어내 주기를 바란다. ■ 최흥철

최종운_It's so sad_파라핀왁스, 붉은 끈_104×179.5×36.5cm_2008

A World of Contradictions ● Choi Chong-woon is a young artist whose work shows tension through a dramatic correspondence between heterogeneous elements such as matter. Choi is like a strange chemist meticulously trying to modulate one's sensibility. There is no fixed form in his highly sensitive work that moves and changes itself by the natural forces and principles of matter under the influence of gravity and surface tension. Choi's work is similar to Process Art in that it deals with immateriality, phenomena, and the implementation process, as the artist demonstrates the three states of matter in a chemical reaction by arranging heterogeneous objects or blending fluid materials. However, we witness in his work a dramatic scene where an incident takes place. ● This type of artist is very rare in Korea. They are often seen as outsiders who address unfamiliar, difficult materials, departing from the trends of the established art world. Despite the influence of conventional sculpture education in the 20th century, such elements as space, physical properties, and movement are also considered significant even today. However, quite paradoxically, it is hard to find artists like Choi who have started to work with immateriality. We can find some familiar names if looking for artists in a wider sphere. Included in his list of predecessors are Dan Flavin (1933-1996), who deals with fluorescent light; Anish Kapoor (1954), who shows empty spaces and distorted niches; Hans Haacke (1936), a problematic artist who addresses the circulating state of matter; and Olafur Elasson (1967), who is rapidly becoming renowned in the art world to be an artist who deals with time, light, and natural phenomena from the perspective of a scientist. ● In this context, I realized its true value when I first saw his work at the studio of the Slade School of Fine Art in London in 2006. At that time, Choi had arranged his pieces in the studio upon completing his studies in London. The first work he showed me was A Storm in a Teacup (2006), an installation made up of a teacup with the sweet scent of milk tea placed on a small, round table. As if stirring a mixture of red tea and milk with a tea spoon, a swirl was made in a bone china teacup. ● As he once stated, this demonstrates the phenomenon of the increase in tension that arises when serenity coexists with movement. This work can be considered an epochal turning point in his art, expressing his realization of a daily phenomenon and the instant awakening of a more microscopic state. ● Since then, Choi's work has been linked to the expansion of the perception of phenomena. He searches closely for the moment of coexistence between phenomenon and matter, intending to present the inner tension hidden behind them. It can be concluded that his conversion from a sculptor who deals with hard materials to one working with the world of transient, fluid, and immaterial objects has required further inquiry into science, the study of the world based on human reason. In particular, Choi acquires knowledge of chemical reactions and dynamics by addressing materials in a fluid state such as beverages, cosmetics, detergent, glycerin, and medicines. Like an alchemist, he represents a phenomenon or a scene in a limited space by blending materials and objects, experimenting with our sense perception that often relies too heavily on our eyes. ● Since the Age of Enlightenment when mystery science and alchemy disappeared, Goethe was one of the key figures of the Classicism and Romanticism. Along with his passion for literary, Goethe was also keenly involved in studies of natural science. He wrote several expert works on botany, mineralogy, and anatomy. Goethe was also keenly interested in art and studied Newton's theory of optical science and criticized it, based on objective optical theories. He established the theory of color, criticizing the uncertainty of color definition. His efforts and studies to figure out the greatness of nature were eventually resulted from his respect and love for humans. ● Many artists today are deeply involved in the discovery of universality in nature and establishment of subjective perception. Few persons can keep up with their interests in matter and fundamental elements. Although even scientists study matter, they have limited interests in a few specific fields. We are unable to analyze and elucidate relations between the concrete and spiritual, based only on any scientific theory. In contrast, artists cannot practice magic if they lack scientific knowledge on the law of nature and technology. They may proceed to a more profound stage if they can exploit these two elements. ● At the Gallery Kimi exhibition, Choi's first show in Korea, he presents several wall-hanging pieces including The Last Desert, in which he pours a peculiar liquefied matter into an extremely narrow and long water tank-like acrylic frame alongside the video, Sad Landscape. The video features the change in layers of a slightly slopping liquid that looks like a plain whose horizontal line disappears in the distance or in the mountains. In these pieces, the elements of Romanticism forming the basis of his work stand out. Choi's pieces are particularly reminiscent of the magnificent paintings of William Turner (1775-1851), who was often called an alchemist of light by his depiction of object's movement using the vibration of light, not the movement itself. ● Meanwhile, Choi shows his sharpness by also paying attention to macroscopic global phenomena. His liquid work that might be itself a material that could cause environmental destruction ironically conveys an ecological message in opposition to environmental destruction and global warming. Despite its expression of regret for Mother Nature and a slightly pathetic feeling, his artworks resemble abstract paintings by Mark Rothko (1903-1970), who employed areas of bobbing contemplative colors infiltrating the inner self. His work suspended the intervention of all heterogeneous concepts and gazed at the world from a religious perspective. All this accounts for his paradoxical aesthetics through such contrast. ● Choi also presents an installation that blends matter with language as a new material, extending the scope of his working methods. This is Hot, a work that uses pipes from a refrigerating facility, brings about an irony between the signifier and the signified by allowing viewers to touch and feel the coldness of the pipes, quite different from the title of the work. In another installation, It's so Sad, he confines language to paraffin melted down like the leftovers of dried tears or body fluids when a candle light gradually separates the lines between brightness and darkness. In the traces of candles, symbolic of religious meditation, the feelings of grief and tension are realized inside us in a type of strained balance, as if recalling our past emotions. ● Choi's attitude to art shown in this exhibition is away from a representation or imitation of nature that relies heavily on deception. The confrontation between phenomenon and matter generates new relations in a psychological density, moving beyond original physical properties of matter. It underlines what we see appears different every minute. Exposing the Oedipus Complex, his messages arousing our attention to the environmental destruction of nature make us realize the harsh truth of coexisting contradictions. ● His initial intention is eliminated from he result of a mixture of cut-and-dried chemical materials. Unexpectedly, literary, dramatic elements such as religion, nature, tension, and emotion are left behind. I expect Choi's art to take up its own domain in our society and to be more active in the future. To do this, I hope his art could be away from any serious philosophical themes and be more lighthearted, flexibly reeling off his opinion about political and social issues. ■ CHOIHONGCHEOL

Vol.20080704h | 최종운展 / CHOICHONGWOON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