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08_0719_토요일_06:00pm
작가와의 대화 / 2008_0802_토요일_05:00pm
퍼포먼스 / 괭_이지리스닝_코끼리튜브 모글리와 친구들&고등어의 시낭송
갤러리소굴 기획초대展
관람시간 / 02:00pm~08:00pm
갤러리 소굴 GALLERY SOGOOL 서울 마포구 독막로 129(창전동 393-4번지) Tel. +82.(0)11.9472.1084 gallerysg.egloos.com
뜨개질은 좀처럼 완성되지 않고 이내 헝클어진다. 그녀가 하는 말은 사실 그녀를 갖고 있는 남자의 말, 그녀는 남자의 팔에 끼워진 인형에 불과하다. 그녀의 사탕으로 개미 떼가 몰려들고, 한 쪽 다리가 의족인 또 다른 그녀는 빨강 스타킹을 신고 있다. 고등어의 작품엔 '그녀'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무표정한 소녀 혹은 여성들의 신체는 때로 잘리고 뜯겨 나간 상태로, 때로는 단순하지만 온전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남성을 중심으로 쓰여 온 역사의 연장선 위, 남성 언어의 흔적은 사회 곳곳에 널려 있는데 비해 여성들의 언어는 제대로 확립되지 못했다는 생각에서 작가 고등어는 출발한다. 여성들은 자신들만의 언어, 즉 생각이나 내면을 표현할 마땅한 수단이나 방법이 없기에 '먹거나' '먹지' 않는 행위에 그다지도 집착하게 된다는 것. (그래서 고등어의 작업에는 종종 사탕이나 단 물이 등장한다.) 그러면서도 여성들은 남성들의 미의 기준에 자신을 끼워 맞추려고 노력해왔다. 여성이기 때문에 날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끝없이 다이어트하고 이로 인한 거식증이나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주체가 아닌 남성 시선의 객체가 된 여성의 몸은 고등어의 작품에서 파편화된 충격적인 이미지로 그려지고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게끔 여성을 몰아가는 사회 제도는 파란 옷을 입은 남자로 상징된다.
고등어는 남성 중심적인 사회 통념의 제물이 되어버린 여성들의 상처를 드러내면서도 여성의 신체와 욕구를 긍정한다. 동물의 젖을 먹는 아이들이나 두 개의 태양이 뜨고 다리를 벌린 여성의 성기로 사람들이 들어가는 장면 등 신화적인 소재를 차용한 이미지는 아이를 낳고 젖을 먹이는 여성의 역할을 찬양하며, 스스럼없이 드러나는 유방과 성기, 성 행위를 즐기는 여성들의 모습은 꾸미지 않은 여성 신체의 순수한 아름다움과 성적 욕구를 존중한다. 이러한 고등어의 태도는 팔이 세 개이거나, 거대한 유방을 가졌거나 하는 '비정상적인' 신체를 지닌 여성 인형들, 그리고 그 몸에 맞게 하나, 하나 디자인된 의상들로 구성된 설치 작업을 통해 각자의 몸,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게 하는 데 이른다.
그렇다면 '있는 그대로의 여성의 모습'은 무엇인가.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고등어는 '모름지기 여자라면 어떠어떠해야 한다.'는 만들어진 기준을 거부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반대를 지향하거나 그것을 지나치게 의식하려 하진 않는다. 그녀의 여성성은 여성과 남성이라는 젠더를 떠난 자연 그대로의 인간, 즉 '여성의 몸'을 갖고 태어난 인간의 본질에 가깝다.
제도적인 미술 교육의 바깥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고등어는 구상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도 현실과 신화를 넘나드는 자유롭고 환상적인 상상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자신의 과거, 욕망이 잠재된 무의식, 벗어나려 하지만 여전히 사회에 매어 있는 의식과 삶의 갈등을 모두 작품 안에 게워낸다. 그녀의 작업은 스스로도 아직 정리되지 않은 자신을 관찰, 긍정하며 치유하는 과정에 있으며, 그녀의 관심사는 고요한 어둠 속에서 예민하게 반응하는 여성의 감각과 지각, 기억으로 전이되고 있다. 아직 자신에게 맞는 언어를 찾지 못한 많은 여성들이 '그림'이라는 자신의 언어를 통해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자신만의 언어를 발견하길 바란다는 거시적인 목표를 발견했기에, 고등어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매 순간 열병을 앓듯 작업한다. 그래서 그녀 작품의 강렬하면서도 몽환적인 이미지를 마주하고 있노라면 응축된 에너지와 삶에 대한 근본적인 애정에 맞닥뜨리게 된다. ■ 강지연
Vol.20080719b | 고등어展 / MACKEREL SAFRANSKI / paint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