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 心似

곽수연_정준미_임지연展   2008_0806 ▶︎ 2008_0812

정준미_香(향) 8-1_천에 염료_189×59cm_2008

초대일시_2008_0806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모로갤러리_GALLERY MORO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8-16번지 남도빌딩 1층 Tel. +82.2.739.1666 www.morogallery.com

소통을 위한 만남과 담론 ● 윌리엄 존스톤(Willian Johnston)의 『선과 서양』에서 '동양은 동양, 서양은 서양, 서로 만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키플링이 말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에는 이 키플링의 말에 동조하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현대는 시간적, 공간적 개념의 벽을 넘어 대화의 시대로서 정치, 경제, 문화 등이 하나의 카테고리 속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대립과 냉전의 시대를 지나 현대는 의견과 신념의 차이가 선의 속에 숨김없이 논의되고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사실 동서가 거리와 문화적 측면에서 만난다는 의미로 볼 때 동양은 동양이고 서양은 서양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양자는 서로 만나야 하는 운명의 연을 가지고 있다. 예술이란 만나야 비로소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소통은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양자가 만나 소통하기 위해서는 공통점이 있을 것이다. 그 공통점은 대화를 요구할 것이며, 대화는 사고양식의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과정의 하나가 바로 만남의 대화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본 필자는 이러한 맥락에서『심사_心似』展을 준비한 곽수연, 임지연, 정준미 작가의 만남을 이야기 해볼까 한다. ● 『심사心似』展에서 '似'는 '같다'라는 뜻으로서 '세 사람의 마음이 같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似'는 문장에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뜻이 달라진다. 즉 '~ 같지 않다'라는 뜻도 가지고 있으므로 세 사람의 '마음이 같지 않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세 사람이 만나야 하는 마음은 같을 것이다. 그렇다면, 세 사람의 같은 마음은 무엇이고, 다른 마음은 무엇인가? 우선 세 사람은 동양사상으로부터 발현되는 수묵에서 출발하지만, 그 사고의 생각과 재료적 측면의 채용 상에서 추구하는 방법은 다른 면을 보이고 있다.

곽수연_friend_한지에 채색_123×72cm_2008
곽수연_수불석권_한지에 채색_100×64cm_2008

곽수연작가는 개의 의인화를 통한 해학적이고 시사적 내용을 담아내는 작업을 추구하고 있지만, 이번 전시에 출품하는 작품은 4회까지의 개인전에서는 찾아 볼 수 없었던 배경화면의 등장과 더욱 탄탄한 내용구성으로 공들여 그려지고 그 밑그림을 다시 한 번 집중과 긴장 속에 종이 위로 불러오는 배경의 안정된 조형성과 개의 모습에서 작가의 취향, 감성의 결정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개의 얼굴 표정, 포즈, 배경 등은 그 생각의 감정을 대신하고 있으며, 개의 모델로부터 근거한 형상을 빌어 그 안에 깃든 감정과 내면의 언어를 시각화하는 작가의 이상적인 형상, 즉 마음과 정신에 복잡한 현상을 가늠하기 모호한 현대인들의 여러 감정들을 하나씩 들추어내는 자연스런 독백의 응시를 통한 관상(觀想)을 더욱 확고히 하고 있는 소통의 의지가 발견된다.

임지연_pray_혼합재료_86×96cm_2008
임지연_사유 思惟_혼합재료_84.1×59.4cm_2008

임지연작가는 오브제를 작품 안에서 데페이즈망(depaysement)을 추구하면서 상투적 이미지를 전화시켜 또 다른 의미들로 되살려내는 점에서 오브제와 페인팅의 만남을 구사하고 있다. 작가 자신에게 있어 가장 절실하고 소중하면서도 자신의 자의식과 존재감을 부단히 물어보게 되는 대상, 즉 인간관계에 대한 주목이고 그 형상화이다. 또 작가의 인생과 인간에 대한 사유와 미래를 바탕으로 한 그림들이기도 하다. 오브제와 페인팅이 만나면서 감정의 깊이와 내면의 상황성을 알려주는 한편 이것들이 고스란히 남아 자신의 생애를 증거하는 인간관계의 형상의 작업으로 이어진다.

정준미_겨울_천에 수묵_125×182cm_2008

정준미작가는 동양적 사유체계의 가치관을 기반으로 전통이라는 것에 안주하지 않고 평면적 회화의 개념과 재료적 다양성을 통한 컨템포러리(contemporary) 아트의 적절한 조형해법을 찾아 예술과 실용적 관계의 새로운 작품을 추구하고 있다. 작가는 수묵의 발묵과 선염으로 간결하게 구사된 감정의 표출이 환생한 이미지가 먹색이 침윤되어 나타나는 한지나 장지의 성질과 또 다른 관계인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먹이 침윤될 때 연꽃의 아름다움과 향기가 삶의 의욕과 기쁨으로 피어나며, 옛스러운 전통의 맛을 현대인들의 시선에 맞는 코드를 통한 대중과의 소통을 구사하듯 다양성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작가의 구상은 앞으로도 여러 방향과 모습으로 색다르게 거듭날 것이며, 새로운 옷을 입고 환생할 것이다. ● 이번 『심사』展이 어떠한 형식에도 구애받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세 작가는 암묵적으로 예술을 판단하는 가치기준, 즉 법고(法古)와 온고(溫故)의 입장은 소통의 고뇌가 필요하지만, 법고(法古)와 창신(創新)의 옳고 그름의 차원을 떠나 전통을 기조로 하며 새로운 해법을 찾아내려는 심사(心似)에 뜻을 같이하고, 그것에 대한 추구에 절차탁마(切磋琢磨)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새로운 현대 한국화의 양식창출에 대한 가능성의 확장으로서 『심사』展을 준비한 세 사람의 작품은 또 다른 담론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 이근우

Vol.20080720h | 심사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