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함과 따뜻함 그 사이

강석문展 / KANGSUKMOON / 姜錫汶 / painting   2008_0723 ▶ 2008_0815

강석문_그녀_한지에 수묵채색, 콩댐_60×90cm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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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문 인스타그램_@sukmoonkang         스튜디오 무니지니 카페_cafe.naver.com/munijini.cafe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0:00am~07:00pm

2008_0723 ▶ 2008_0729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 Tel. +82.(0)2.736.1020 www.insaartcenter.com

2008_0801 ▶ 2008_0815

비나리미술관 BINARI ART MUSEUM 경북 봉화군 명호면 풍호리 603-1번지 Tel. +82.(0)54.673.8650

강석문, 소소함과 따뜻함 그 사이 ● 『카모메 식당(かもめ食堂)』은 오기가미 나오코(荻上直子)가 감독하고 고바야시 사토미(小林聡美)가 주연을 맡았던 2006년 영화이다. 요즘 흥행을 유일한 목적으로 하는 영화들을 보면 국내외 할 것 없이 호화로운 캐스팅과 어마어마한 스케일을 위해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영화와 비교해 보자면 『카모메 식당』은 그야말로 소박한 영화이다. 주연급 연기자는 세 명이다. 영화는 이들이 핀란드(Finland)의 헬싱키(Helsinki) 길모퉁이에 위치한 카모메 식당과 그 주변을 왔다 갔다 하면서 러닝타임 102분을 채운다. 조연급 연기자들도 몇 명 등장하지만 영화의 설정상 이들은 카모메 식당의 단골손님이기에 그 수가 제한된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것은 제작비가 참으로 들지 않았을 것 같은 영화가 전하는 잔잔한 감동이다. 감동을 기어이 쥐어짜내고 억지스럽게 강요하는 대신 영화는 소박한 성취로 미래를 열어가는 인물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몰입해 마침내 감동에 젖게 한다. 카모메 식당이 전하는 감동의 끝자락에서 강석문 작업을 떠올린다.

강석문_수작_한지에 수묵채색_60×90cm_2007

무대는 핀란드 헬싱키에서 경상북도 풍기로 옮겨온다. 강석문 현재의 삶이 기거하고 있는 곳이다. 작업은 자연스럽게 이곳에서 시작된다. 자연을 만나러 문을 열고 신을 신고 나가지 않아도 된다. 아궁이, 장독대, 김치광 사이사이로 펼쳐진 자연이 강석문 작업실 창문 너머로 가득하다. 매화가 얼마나 피었는지, 꿀벌들은 몇 마리나 찾아왔는지, 꽃눈은 얼마만큼 피었는지. 자연 자체가 작업의 주요한 실마리이니 자연의 변화를 세세히 살피는 것과 작업을 하는 것을 나누어 생각할 수 없다. 풍기에서 났으나 도시에서 성장한 작가가 자연을 작업으로 끌어안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 법하다. 출발점에는 아버지가 있었다. 2002년 「나도 군자」는 그가 그린 첫 자연이었다. 어느 날 우연히 그는 늙고 쇠약한 한 그루 나무와 만났다. 그가 정작 만난 것은 노쇠한 사과나무가 아니었다. 사과 농사를 지으시며 사과나무와 함께 나이 드신 아버지였다. 사실 그 나무, 그 아버지를 발견한 것은 '어느 날 우연'이 아니었다. 그 역시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후였다. 강석문 작업에서 나무는 아버지에서 아들로 그리고 다시 함께 작업하는 동갑내기 아내를 아우르는 가족에서 마침내 삶과 예술의 근간으로 확대된다.

강석문_방우도_한지에 수묵채색_93×31cm_2007

강석문이 '위대하고, 지엄하고, 숭고하다'고 표현하는 나무들 주변은 항상 소란스럽다. 소란스러움의 주인공들은 벌레들이다. 인간지사에서 미물로 간주되는 것들이다. 하지만 강석문 작업에서는 그렇지 않다. 자연에서 벌레의 역할이 그러하듯 그의 작업에서 이들은 가족, 친구들처럼 꼭 필요한 존재로 격상된다. 활달한 붓질로 쓱쓱 그린 벌레들은 하나같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 걸까. 강석문 작업에서 벌레들이 즐거운 이유를 찾자면 한도 끝도 없다. '친구' 서로 만났으니 즐겁고, 악수를 나누었으니 기쁘고, '수작'을 걸 수 있으니 살만하고, 시원한 '바다'에 나가 홀로 낚싯대를 드리울 수 있으니 그야말로 행복하다. 벌레들이 벌이는 소소한 일상의 잔잔한 즐거움이 보는 이에게 청량한 유쾌함을 선사한다.

강석문_나무 위에 집_한지에 수묵채색_93×31cm×4_2007
강석문_도원도_한지에 수묵채색_65×193cm_2008

삶은 자연에 가깝고, 자연은 삶의 지척이다. 다시 삶은 예술과 다르지 않고, 예술은 자연에서 비롯된다. 아들이 태어나던 해 강석문은 주목 나무를 심었다. 멋진 삶을 기원하면서였다. 아들과 함께 주목 나무도 쑥쑥 자랐다. 그 시간은 고스란히 작업이 되었다. 이렇듯 강석문 그림에서 나무는 염원을 담고 있다는 의미에서 희망수라 불러도 좋을 듯하다. 강석문의 「꽃나무」시리즈와 「꽃과 친구」, 그리고 최근작 「도원도」와 「기도」에는 이처럼 염원이 담겨있다. 돈을 많이 벌고, 사회적으로 성공을 하는 염원이 아니다. 한 해 농사가 잘 끝나고, 아이가 잘 자라기를 바라는 것과 같은 종류의 염원이다. 이런 작가의 염원은 지인들의 그것으로 관심이 확대된다. 어린 묘목을 분양하듯 지인들 저마다의 소망이 나무처럼 쑥쑥 자라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긴 「꽃나무」시리즈를 지인들과 나누었다. 그의 작업 자체가 나무가 된 것이다. 보다 많은 사람과 보다 많이 나누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소통의 방식이 필요했다. 한지에 수묵 작업을 하는 그가 미술이라는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일을 도모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희망 나눔의 연장선상에 있다. 부드러운 털실 뭉치에서 풀려나온 실이 예쁜 벙어리장갑이 되고 털목도리가 되듯 강석문 작업에서 풀어져 나온 경쾌한 선들은 CD의 음반 표지가 되고 동화책의 삽화가 되었다.

강석문_독서여가_한지에 수묵채색_97×29cm_2006

씨를 뿌리고, 가지를 치고, 거름을 뿌리고 충분한 시간이 지난 뒤 비로소 결실을 거두는 자연의 이치처럼 강석문 작업의 시간들은 매우 느리게 흘러간다. 그냥 느리게 흘러만 가는 것이 아니다. 그 성근 시간의 휴지기들 사이에서 비로소 시간이 허락된다. 시간의 쓰임은 다양하다. 만발한 꽃들 사이로 두 개의 풍경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반갑게 친구와 만날 수도 있고, 방긋대는 꽃들을 물리치고 차분히 책을 펼쳐 들 수도 있다. 버드나무 늘어진 집 안에서 홀로 오래도록 한동안 묻어 두었던 긴긴 '그리움'을 조용조용 풀어낼 수도 있고, 시간보다 일찍 '풍기역' 나가 빈 철로를 바라보며 누군가 올 사람을, 아직 오지 않은 기차를 기다릴 수도 있다. 어디에도 성급함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짧은 만남을 위해 수 없이 손 전화를 울리고, 잠깐의 소일거리를 찾기 위해 인터넷의 바다를 항해하고, 예매표를 들고 기차 시간 5분전에 역에 도착하는 번잡한 삶이 결코 허락하지 않는 여유로운 시간이다. 보는 이와 함께 심호흡을 하고, 더불어 미소 짓고, 같이 꿈꾸며, 마침내 오래오래 머물게 한다. 강석문 작업 특유의 따뜻한 힘은 이처럼 귀하고 성근 시간들이 만든 듬성듬성한 사색과 여유의 빈칸에서 비롯된다.

강석문_매화서옥_한지에 수묵채색_93×32cm_2007

나무와 벌레를 소재로 한 그림이지만 정작 나무와 벌레 그 자체가 아니라 이들이 엮어가는 소소한 일상과 진정한 삶을 작업의 화두로 삼고 있는 강석문은 얼마 전 독일 함부르크 국제 아카데미에 잠시 다녀온 후 지금 풍기에서 새로운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비록 단출한 메뉴지만 '커피루왁!!'이라는 주문과 함께 매번 최상으로 추출되는 한 잔의 커피와 정성껏 갓 구운 향긋한 계피롤을 주문하고 마치 카모메 식당에 앉아 있듯, 강석문의 다음 전시 또한 설레며 기다려진다. ■ 공주형

강석문_풍기역_한지에 수묵채색_90×60cm_2007

In Between Pettiness and Warm-heartednessKamome Diner, directed by Naoko Ogigami and starred by Satomo Kabayashi, is a film produced in 2006. Unlike recent films whose sole aim is nothing but a box-office hit pour an enormous amount of capital for employing celebrities and evoking awesome effects, this film is simply pure. Primarily led by a trio of female characters, this film features the Kamome Diner or the Seagull Diner located at the corner of a street in Helsinki, Finland. Its running time is almost 120 minutes and during that time, they come and go around the restaurant. Some supporting characters who appear all as its regular customers are not too many in their numbers. What's most refreshing about that film is that there is nothing pretentious. This low-budget film gives us a tranquil impression. Instead of compelling you to get involved with their lives, characters open up the future and appear as they are. The impression this film brings about reminds me of Gang Seok-moon's work. ● The stage moves from Helsinki to Punggi in Gyeongsangbuk-do, Korea where Gang now resides. Gang's work naturally begins here. There is no need to go out to meet nature. The natural scenery spread between a jar stand and a Gimchi storage comes into indoor space through the window. As nature itself is a clue to Gang's work, to observe minute changes in nature is inseparable from his work. There seems to be a special occasion he embraces nature as his main subject matter, as he was born in Punggi but brought up in an urban area. His father is at the point of departure. ● The Gracious Gentleman he did in 2002 is a nature he first depicted. One day he met an old, infirm tree by chance. What he encountered is not a senile apple tree but his own father who grew older with the tree, engaging in apple growing. His discovery of the tree, or his father was in no way coincidence. He met the tree after he already became the father of a child. In Gang's work the tree images expand from his father to his son, his family including his wife of the same age, and at last his life and art. ● The surrounding area of the trees Gang describes as great, extremely rigid, and sublime is always noisy due to chirping insects that are all considered trivial beings in all human affairs. In Gang's work, however, they are all regarded as inevitably necessary, sentient beings like family members and friends, just as they are indispensable for nature. The insects depicted in brisk, audacious brushwork are all with a broad smile. What are they so pleasant? In his work the insects seem to have countless reasons that make them feel delightful. The insects are very happy and glad as they meet friends, shake hands, make a pass, and cast a fishing rod in the sea. Trivial, tranquil delights from daily life give viewers a fresh, joyful feeling. ● Life is close to nature and nature is in a very short distance. Again, life is not different from art and art derives from nature. Gang planted a tree in the year when his son was born, wishing for a beautiful life. As his son grows, the tree grew rapidly. During that period, he was involved in doing work. As the trees in his painting bear wishes, they can be called the 'trees of hope'. As such, Gang's serial paintings including Flowers and Trees, Flowers and Friends, The Peach Field, and Prayer reflect his yearning and aspiration. That is not for making much money or a success in society but like that his child grows in safety and peace and farming goes well. His desire expands to that of his acquaintances. Gang shares with them his Flower Plant series carrying his desire for growing wishes like a tree. That means his work itself becomes a tree. He needs more active communication to share more things with more people. As an extension of sharing the hope, he has engaged in more spheres, moving beyond the genre of art, or especially ink painting on Hanji. Nimble lines from his work become the cover of a CD and an illustration of a storybook. ● Like the principle of nature we can at last bear fruit with sufficient time after sowing seeds, fertilizing the filed, and pruning branches, Gang's work streams very slowly. That is not just flowing, and there are some pauses between the flowing of time. The use of time varies. The artist may gladly meet his friends amid the tinkling of two wind-bells among flowers in full blossom and may open a book, thrusting temptation from smiling flowers. He may also serenely represent his longing he has kept for long years and wait for someone or a train to arrive soon at Punggi Station. No haste is found anywhere. He enjoys leisurely time that is in no way allowed in a hectic life. He deeply breathes, smiles, and shares dreams with viewers, letting them stay for a long while. The force of warm-heartedness peculiar to Gang's work derives from leisurely contemplation and blank spaces. ● The main subject matter of Gang's work is trees and insects, but his work's primary issue is their trivial daily lives or true life. Just recently, he has been to Hamburg, Germany to attend at an international academy and now remains intent on new work in Punggi. I expect his next exhibition, as if sitting at the Kamone Diner after ordering a cup of coffee and fresh, fragrant cinnamon roll cake. ■ GONGJOOHYUNG

Vol.20080723e | 강석문展 / KANGSUKMOON / 姜錫汶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