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eeping Dolls

예술, 라이카 5   지은이_권자연

지은이_권자연 || 판형_148×210mm 면수 94쪽 || 발행일_2008년 8월 1일 ISBN_978-89-959437-3-1 04600 가격_17,000원 || 발행처_워크룸 프레스

워크룸 프레스 workroom press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9길 25 (옥인동 19-45번지) 2층 Tel.+82.(0)2.6013.3246 www.workroompress.kr @workroompress

『Sleeping Dolls』 연작에서 작가는 주변과 경계에 머문다. 10여 년간 아이들이 집에 남겨놓은 특정한 흔적을 사진으로 포착해온 이 작업은 타자의 관점에서 자신의 아이들을 바라보는 관찰자 시점의 기록이다. 그 기록을 통해 관람자 역시 작가와 함께 인형이 잠든 이 고요하고 낯선 세계를 함께 들여다보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남겨진 흔적들을 통해서 흔적의 주체를 다시금 바라보는 것은 스튜디오에 남겨진 바닥칠이나 벽의 구멍들을 활용했던 권자연의 지난 드로잉 작업에서도 견지되던 특성이다. 일정한 시간 동안 그곳에 있다가 지금은 부재한 존재의 흔적들은 강하게 자신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그 존재의 특성을 조용한 부동의 상태 속에서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남겨진 물건들이나 그것과 연관된 흔적들은 마치 벗어놓은 옷가지에 남겨진 몸의 형태와도 같은 느낌을 안겨준다. 그것은 흔적의 주체가 주변 공간과 어떠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어 나가는지를 말해주기 마련이다. ● 권자연이 주지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지점이다. 형상이 떠난 자리에 남겨진 배경을 바라보며 그 형상을 추정해보는 것과도 같은 태도는 권자연의 작업에서 두드러지는 특성이다. 영역 안에 개입하거나 점유하지 않고 경계에 서서 그 내부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것이다. 흔적의 주체와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권자연의 작업에는 언제나 객관적인 제3자의 시선이 드러난다. 그러나 지금은 부재하고 있는 것을 더듬어가는 방식이기에, 여기에는 본질적으로 과거의 시간과 인간의 흔적들에 대한 애정과 향수가 깔려있다. 그것은 권자연의 시선이 견지하고 있는 객관성을 흔들지 않을 정도의 아주 미미한 것으로, 제3자의 시선이 가지는 기록적 속성에 약간의 서정성을 덧입힌다. 

그간 드로잉 작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권자연의 작업 방식을 보면, 언제나 결과보다는 그 과정을 중시해왔었다. 재료 자체의 유기적 속성이나 그것이 놓여진 장소와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작업은 작가를 작업의 중심이 아닌 주변부에 두면서, 작업에 끼어드는 우발적인 요인들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펼쳐진다.『Sleeping Dolls』 연작에서 작가의역할은 보다 더 주변과 경계에 머물러 있다. 10여년간 아이들이 집에 남겨놓은 특정한 흔적들을 사진으로 포착해온 이 작업들은 타자로서 자신의 아이들을 바라보는 관찰자 시점의 기록이다. 그 기록을 통해서 관람자 역시 작가의 시선대로 인형들이 잠자고 있는 이 고요하고 낯선 세계를 함께 들여다보는 기분을 갖게 된다. ● 외부와 단절된 집안, 어른이 부재한 공간 속에서 아이들이 주인이 되어 점유한 영역들을 보면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인간의 경험은 사물, 공간, 시간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며, 경험의 흔적들이 그 상호작용을 다시금 반추하게 한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아이들이 공간에 남겨놓은 흔적들에서 일종의 패턴을 읽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권자연에게 있어서 공간이란 그것을 사용했던 사람의 시간과 그동안 되풀이 되었던 특정한 경험이 축적되어 있는 장이다. 즉 고정된 장소라기보다 다양한 층위를 가지고 인간과 더불어 호흡하는 유기체와 같은 것이다. 권자연은 이 공간 곳곳에 누적된 파편들의 채집과 기록, 나열이라는 방식으로 흔적을 남긴 행위자들의 행동유형을 객관적으로 부각시킨다.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인형들은 아이들에게 있어서 인격적인 대리물, 즉 알터-에고의 역할을 한다. 아이들은 집안 곳곳에 인형의 잠자리를 마련하여 이불을 덮어주는 행동을 통해 자신들의 위치가 지닌 나약함에 대한 불안감을 보상받는다. 사진 연작들과 함께 전시되는 텍스트들은 아이들이 쓴 메모와 글들을 있는 그대로 타이핑한 것이다. ● 들쑥날쑥한 문장들 가운데 튀어나오는 의외성이나 기이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측면들은 어린아이가 바라본 세계의 즐거움뿐 아니라 부조리함과 그에 대한 두려움까지 읽을 수 있게 한다. 아이가 캠코더로 직접 찍은 동영상은 그들의 눈높이로 바라본 세계가 어떤 것인지 상기시키면서 그들이 엄연히 주체적 시각을 가진 존재라는 점을 새삼 느끼게 한다. 비논리적으로 뒤섞여 있는 삶의 양극적 측면을 어린아이의 세계를 통해 바라본다는 것은 흥미로운 경험이다. 권자연이 유지하고 있는 비판적이지도 센티멘탈하지도 않은 거리는 있는 그대로의 아이들만의 세계를 수평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작가가 관찰자로서 발견한 기록물들의 아카이브를 통해서 우리는 어린아이들이 구축한 세계, 한때는 우리 자신의 세계였지만 지금은 타자가 된 낯선 시공간을 만날 수 있다. 그것은 작지만 나름의 체계가 있는 세계, 나약해 보이지만 질서와 폭력이 공존하고 애정과 잔혹함이 뒤섞인 살아있는 어린 존재들의 세계인 것이다. (부분발췌) ■ 이은주

지은이_권자연 권자연은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고, 미국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에서 공부했다. 대안공간 루프, 한전플라자, 브레인 팩토리, 갤러리 진선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다수의 국내외 그룹전에 참여했다. ISCP (뉴욕,미국), RCIPP (뉴저지,미국), Vermont Studio (버몬트, 미국), 창동 레지던시에 참여한 바 있으며 『오픈스튜디오 프로젝트』, 『상상도서관』, 『AFI-스톤앤워터 석수시장 국제레지던시』, 『대학가-퍼블릭 텍스트』를 기획하였다.

목차  도판  Sleeping Dolls / 글 이은주  작가 약력

Vol.20080801i | Sleeping Dolls / 지은이_권자연 @ 워크룸 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