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Actually

김형석_박예슬_손한샘_안세은_이주은_주영신_최원정展   2008_0820 ▶ 2008_0831

초대일시 / 2008_0820_수요일_06:00pm

오프닝 퍼포먼스 / 프로젝트 그룹 Cotton Candy 고지현_김가영_김선지_반윤선_서지은_신귀혜 안초롱_오누리_옥구슬_원영미_유은열_이영임 이유경_이재희_정다희_조민혜_조수선_최희정

기획 / 안세은 후원 / 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11:00am~07:00pm

갤러리 그림손 GALLERY GRIMSON 서울 종로구 인사동10길 22(경운동 64-17번지) Tel. +82.(0)2.733.1045 www.grimson.co.kr

이루어 지지 않는, 알 수 없는 사랑 ● 사랑에 대한 정의를 구하는 것은 다이달로스의 미로에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것과 같다. 이카루스의 날개를 구하지 않는 한 빠져나올 방법 따윈 없기 때문이다. 사랑에 관한 방정식은 마치 수 만 가지의 변수 X에 희롱당하는 Y값과 같다. 애당초 정답은 존재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무수히 많은 철학자들과 몇 번의 연애경험을 밑천 삼은 우리는 끊임없이 그 불가능한 답을 얻어내려 한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아니 사랑만으론 부족하다. 나는 너를 열렬히 사랑한다." 앙드레 지드는 인간이 상상해 낼 수 있는 모든 최상급의 장식으로 쌓아올린 사랑이란 단어마저도 그 본질을 이해하기엔 부족할 뿐이라고 절망적으로 외친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무능함에 좌절한다. 지드의 고백은 「송가」의 한 구절과 닮아 있다. '아 너는 진실로 교목처럼 크고, 나는 너의 그늘 아래 잠이 든, 여름철 보채는 소년에 불과하다.'

김형석_흔한 사랑_라이트박스에 시트지, 압핀_80×120cm_2006

현대 철학에서 냉철한 마르크스주의 사상가로 첫 손 꼽히는 루이 알튀세르는 12년간 단 한 명의 여인에게 500통이 넘는 편지를 썼다. "내 사랑, 당신이 내 앞에 펼쳐 놓은 공간을 없애기 위해 끝없이 걷고 있소. 이것은 욕망이요. 그대를 만나서, 얘기하고, 만지고 싶은 욕망 말이오. 내 사랑, 그대가 답장을 쓸 수도 있었을 텐데. 아닌가요? 그렇다면 내가 더 많이 편지를 쓰겠소. 당신 몫까지." 유물론적 정의는 사라진 채, 자신이 쌓아온 수 십 년간의 철학적 성과도 내 버린 채, 정숙한 아내의 그림자를 뒤로하고 다른 여인에게 무릎을 꿇고 애원하고 있다. 아니 구걸한다. 당신이 편지를 보내지 않는다면 기꺼이 내가 더 써 보내겠노라고.

박예슬_고귀한 연애사업_츄잉껌, 아크릴채색_가변크기_2007

샤르트르와의 계약 동거.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여자의 존재 독립을 선언했던 시몬드 드 보루아르. 그녀도 미국 강연 여행 중 만난 퓰리처상 수상작가 넬슨 앨그렌에게 20여 년간이나 연애편지를 보냈다. "당신을 위해 설거지도 청소도 하겠어요. 달걀과 럼주 케이크를 사러 가겠어요. 만약 당신이 내 사랑을 못 본채하고 다른 여자를 만진다면 그녀는 죽고 말거예요." 샤르트르는 사랑은 투철한 페미니스트를 여자로 만들어버린다며 기꺼이 투항했다. 당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당신의 식모처럼, 노예처럼 살아가겠노라고 고백한다.

손한샘_Love Hurt_골판지, 아크릴, 미디움_가변크기_2004~8
안세은_일회용 사랑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0×90cm_2008

소주 한 잔에 진행되는 술자리의 책임 없는 주장들에도, 서점을 가득채운 애정 소설 속에도 사랑은 존재한다. 그러나 신비에 둘러싸여 순결한 속살을 드러내지 않는 이 고대 도시의 언어 같은 사랑은 여전히 난공불락의 성일뿐이다. 몇 몇 모험가들이 밤의 어둠을 장막 삼아 그 안을 들여다보았다 떠들어대지만 그들의 말은 쉽사리 신뢰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어쩌면 작가 최인호의 이야기처럼 사랑이란 이미 그 본래의 의미를 상실한 채 형태를 알 수 없게 죽어버린 사어로 남겨져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단지 우리는 세일런의 노래 소리를 따라가는 불쌍한 오디세이의 후손들일뿐.

이주은_향기가 방 안에 가득하다_디지털 프린트, 에폭시 레진_가변크기_2008
주영신_Mutant_종이에 디지털 프린트, 드로잉, 비닐, 잉크_40×55cm_2008

그래도 사랑은 유효하다. 사랑과의 동의어는 물론, 그 유사어조차도 만나본 적이 없기에 유일의 가치를 빼앗길 수 없다. 언젠가부터 상처 받는 것이 두려워 사랑을 회피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상처를 겁내지 마라. 흉터란 투사의 표식이다.'

최원정_당신이 기다리는 동안_컴퓨터 애니메이션, 거울설치_가변크기_2008
프로젝크 그룹 Cotton Candy

사랑에 대한 정의 따윈 내던져 버려라. 말장난이 필요한 건 기회를 잃어버린 노년의 소일거리로 충분하다. 그대들에게 필요한 것은 한 낮의 태양이 서산을 넘어가기 전 살갗을 긁히고 피멍이 들며 온 몸으로 자신의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곤 비로소 그 고단한 여정이 끝나는 날, 누군가의 옷깃을 잡으며 '사랑이란' 첫 마디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김태훈

Vol.20080804h | Love Actually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