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기억 Daily and Recolletion

장준혁展 / JANGJUNHYOUK / 張埈赫 / sculpture   2008_0805 ▶ 2008_0812

장준혁_무제 Untitled_철_60×40×3cm_2005

초대일시 / 2008_0805_화요일_05:00pm

관람시간 / 09:00am∼06:00pm / 주말,공휴일 10:00am∼05:00pm

한전프라자 갤러리 KEPCO PLAZA GALLERY 서울 서초구 쑥고개길 34 (서초동 1355번지) 한전아트센터 1층 Tel. +82.(0)2.2105.8190 www.kepco.co.kr/gallery

접기의 언어를 풀어내며 Unfolding the Folded Syntax ● 철판은 차갑고 냉정한 물질이다. 견고한 건축물의 늑골,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외피, 대양을 넘나드는 유조선의 거친 심장에서 철은 강건하고 마초적인 현대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아왔다. 장준혁의 작품들은 이런 철의 다양한 구문들을 간단하고 명료한 몇 개의 함축으로 바꾸어 놓는다. 사각형과 입방체로 접혀지고 말려진 철판들은 두께를 더해갈수록 하나의 본능적인 형태감각을 지닌다. 부피와 비례하는 물질의 중량감과 그 안에서 비운 공간의 형식은 내부와 외부를 그리고 비움과 채움을 연습하는 제련의 연속이다. ● 직각으로 방향을 꺾어 철판을 두드리고 이렇게 접힌 굴곡면을 지지대로 삼아 다음 면을 접어 올리기 위해서는 토치와 햄머의 무거운 노동이 필요하다. 그의 작업과정은 고단하고 치열한 노동의 반복과도 같다. 철판이 주홍빛으로 상기되어있는 동안에도 물성은 나긋나긋하지 않다. 표면에 남는 무수한 망치 자욱은 매번의 임팩트마다 몇 미리의 기울어짐이 더해져서 얻어지는 접힘과 압착의 증거들이거나 아니면 프레스기가 단 몇 번의 조작만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계적인 효율성에 대한 꿋꿋한 고집이다.

장준혁_무제 Untitled_철_60×15×10cm_2005

장준혁의 단조작업은 경제논리에 걸맞지 않는 비능률적 활동이다. 그것은 수공이며 사실 겉보기엔 별 의미가 없는 그만의 일상이다. 넥타이를 매고 사무실 컴퓨터 앞에서 자판을 두드리는 화이트컬러들에게 노동은 비속하고 지루할지도 모른다. 때로 그만의 유머감각이나 연애담을 듣는 것 이상으로 나는 그의 작업이 재미있다. 납작해진 철판의 물성이 그처럼 온유한 사람의 끈질긴 물리적 설득 끝에 펼쳐진 세계라는 점에서 또한 공장의 햄머링 머신이 무지막지하게 두드려 접어놓은 고철과는 다른 문맥을 지닌다는 것을 그로 인해 새삼 발견할 수 있어 다행스러워 했는지도 모른다.

장준혁_무제 Untitled_철_40×40×3cm_2005

철판은 애교 섞인 꾸밈이 어려운 물질이다. 투박하다기보다는 그 성정 자체가 너무나 익숙한 환경으로 다가선다. 결국 누군가의 연장이 되어 소임을 다하거나 한줌의 질박한 못으로 목수의 주머니 안에서 결속을 담당하다가 운 좋게 녹슬어 삭아가는 말로를 피한다 해도 결국 킬로그램 당 몇 천원이라는 식의 평범한 셈으로 치부되는 것이 그 물성의 윤회이기도 하겠지만 그와 인연을 맺은 철판은 고분고분하되 완전한 항복은 아닌 다만 자기 줏대는 끈질기게도 남겨둔 채 주변의 공간을 흡수하며 그렇게 압축된 밀도와 긴장된 공간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 입방체의 철판은 실제로는 한 장의 긴 철판을 말아가면서 접은 형태이다. 접힘이 반복될수록 직각의 모서리는 점차로 둥글어지고 궁극에는 원만한 굴곡의 부드러운 처리가 된다. 한 장의 철판이란 말은 여기서 사실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그는 양측면의 두께부분에만 철편을 접어붙이고 최종적인 마무리만 한 장의 철판을 사용하여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관객은 기만당한 것일까? 만일 그럴 수 있다면 철판을 모두 접어 감싸는 것이 더 나은 일이었을까? 그 나름대로 작업에 마술적 위트를 적용하고 있음을 알게 해주는 부분이다. 속이 빈 육면체는 그만의 비밀을 간직한 트릭이 된다. 철판의 지긋한 무게를 아는 사람들은 이 시각적인 퍼즐에서 실제중량 이상의 물리적 기대감을 갖게 된다. 아마도 그것이 동판이나 스펀지가 아닌 철판이라는 점이 중요할지 모른다. 철판의 장력을 거스르고 저항을 이겨내는 동안 작업도 작가도 불에 담근 쇠가 두드림을 통해 강성을 얻듯이 자라고 속이 여물어지는 지도 모르겠다.

장준혁_무제 Untitled_철_40×40×42cm_2008

장준혁의 작업은 단순한 형태와 반복의 미학에 힘을 싣고 군더더기 없는 적막함을 그 분위기로 삼는다. 바닥에 깔린 작업들은 전시공간의 벽과 천정을 한없이 접어가는 일종의 의사공간이며 시각적 되먹임이다. 작품의 스케일이 일정한 매쓰의 형태로 반복될 때마다 시각적인 물수제비가 규격화 된 공간을 군더더기 없는 관조적 심미의 세계로 연장해 간다. 움막이나 헛간이 아닌 육면체의 공간에서 그의 작업이 유달리 본새를 찾는 이유 또한 모더니즘의 유산과 그리 멀지 않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 순수하고 그렇지만 차갑지는 않은 아니 차갑다 하더라도 그 안에 치열했던 불의 흔적이 아직도 선한 그런 기억들로 장준혁은 자신의 작품을 포장한다. 내용과 포장에서 더 이상 구별은 없다. 그의 작품을 분석해보면 말이 곧 행동이고 행동이 곧 언설이 되는 과묵함의 전개도 밖에는 얻을 것이 없다. 그럼에도 한편으로 모난 직각보행의 규율을 비틀고 있는 조금은 무딘 동통, 인식의 교조화가 아니라 차곡차곡 쌓인 감성의 집적을 느낄 수 있다면 일단은 그의 작품과 나눌 대화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 ● 우아한 곡선의 느낌도 미시적 세계에선 셀 수 없는 선분을 겹쳐놓은 다각형의 실체로 통용되듯 보이는 것이 전부인 것은 아니다. 그의 작품은 그가 의도하고 또한 부수기를 바라는 고리타분한 세상과의 인연 끝에 둥글게 다듬어진 감성과 피하기보다는 흡수하고 자취를 남기는 철의 물성이 만나 이룬 견고한 자아를 닮아 있다. 그의 작품을 바라보는 일은 어찌 보면 비정하기 보다는 비루한 일상에서 장준혁 만의 쿨한 세계, 철의 심장이 누구보다 온화할 수 있었던 오즈의 틴맨(Tinman)과 조우하는 것처럼 색다르고 조용한 기쁨이 될 것이다. ■ 서원영

Vol.20080805b | 장준혁展 / JANGJUNHYOUK / 張埈赫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