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 Gravity

전강옥展 / JEONKANGOK / 全康鈺 / sculpture   2008_0806 ▶ 2008_0812

전강옥_라퓨타_나무, 석고, 낚시줄_가변크기_2006

초대일시 / 2008_0806_수요일_06:00pm

서울시립미술관 SeMA 신진작가 전시지원 프로그램

관람시간 / 10:30am~06:30pm

관훈갤러리 KWANHOON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11 (관훈동 195번지) 1,2층 Tel. +82.(0)2.733.6469 www.kwanhoongallery.com

「불안한 균형」이 조각에게 던지는 질문들 ● 전강옥의 작품들은 불안정하다. 그러면서도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균형은 양쪽의 힘이 완전히 일치할 때만 가능하다. 조금이라도 균형이 맞지 않는다면 현재의 모습이 유지될 수 없다. 따라서 어떤 대상들이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데 불안정하다는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 다만 관객들이 불안하게 느끼는 균형이 있을 뿐이다. 균형은 작품 자체의 문제이고, 불안함은 우리 주체의 문제이다. 우리가 이전 경험에 비추어 외부의 영향으로 인해 이 균형 상태가 곧 끝날 것이라고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다. 전강옥은 이 「불안한 균형」을 스펙터클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그는 접착제나 나사에 의존하지 않고 무게의 균형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대상을 위태롭게 배열해 놓고 있다. 이것들은 미약한 충격에도 추락할 위험을 안고 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사라져버릴 수밖에 없는 나약한 것들"과 "중력 혹은 균형"에 대한 성찰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전강옥_멈추어진 시간, 떠 있는 큐브_나무, 추, 케이블 선_74×69×110cm_2005
전강옥_무게, 매스, 공간_나무, 낚싯줄, 석고_190×190×190cm_2006

전강옥의 작품에서 보여지는 「불안한 균형」은 조각이라는 장르와 그것에 몰두하고 있는 자신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조각을 일차적으로 "중력의 예술"로 보고 있다. 그는 중력의 영향을 받는 매스(mass)들을 이용해 다양한 형태의 균형을 형상화한다. 그는 위태로운 일시적인 균형을 통해 각 매스의 고유한 무게와 그 힘의 충돌을 경험하게 해주고, 이를 통해 그 매스의 존재감을 부각시켜 준다. 균형이 맞지 않으면 매스들은 현재의 모습을 유지할 수 없다. 그의 작품에서 「불안한 균형」은 현재의 존재(힘)들의 관계를 지속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고, 그 의지는 우리의 삶 혹은 세계의 다양한 관계에 대한 은유로 작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힘겹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기울어진 풍선」, 삐딱하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테이블」과 「의자들」, 그리고 벽에 박힌 못에 연결된 낚싯줄에 의지하여 여러 개의 겹쳐진 입방체(큐브)를 누르고 있는 추로 구성된 「매달린 큐브-멈추어진 시간Ⅱ」은 힘들의 균형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들은 영원히 균형을 유지하기에는 외부의 조건들이 만만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생명의 유한성에 대한 은유이면서 동시에 그 상태를 현재까지 어렵게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한한 삶에 대한 경의를 표명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강옥_삐딱하게 서 있기 (테이블2)_나무, 석고_110×150×90cm_2008
전강옥_삐딱하게 서있기 (책장)_나무, 석고_230×130×30cm_2008

그의 「불안한 균형」은 매스들의 충돌의 형상화이면서, 동시에 시간성의 형상화이기도 하다. 조각은 공간 예술이지만 시간성을 어떻게 형상화하는가의 문제는 18세기 레싱(Gotthold Lessing)의 『라오콘』에서 언급되었듯이 조각의 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과제였다. 조각은 행위의 한 순간만을 재현할 수 있으므로 가장 함축적인 순간, 다시 말하면 전후의 상황을 가장 잘 암시해주는 한 순간을 선택해야 한다. 작자 미상인 「라오콘과 아들들」은 큰 뱀에 의해 질식당하는 순간을 재현함으로써 그 사건 전의 공포와 사건 후의 허무감을 동시에 느끼게 만든다. 전강옥은 "불안한 균형"이라는 전략을 통해 그의 작품에서 시간성을 생생하게 경험하게 함으로써 인간의 삶의 유한성과 나약함을 체득하게 한다. 또한 이 전략을 통해 역설적으로 불안한 균형 상태인 삶의 과정에 대한 가치를 증대시키고 삶에 대한 경이감을 체험하게 만들고 있다. 그는 「무게, 공간, 매스」라는 작품을 통해 시간의 경과를 직접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긴 나무 막대를 직육면체 형태로 연결하고 그 사이를 가는 낚싯줄로 무수히 연결시켜 놓은 후, 그 위에 수많은 작은 돌들을 세심하게 올려놓은 작품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대하지 않은 외부의 미세한 충격으로 돌들은 하나, 둘 떨어지고, 종국에는 모두 떨어질 것이다. 실제로 작가는 이러한 진행 과정을 그대로 놓아둔다. 앞에서 언급했던 작품이 시간성을 유추하도록 만들었다면, 「무게, 공간, 매스」는 대지미술이나 퍼포먼스처럼 실제로 시간의 경과를 통해 시간성을 경험하게 만들고 있다. 이것은 앞의 작품들보다 적극적으로 삶의 긴장과 세계의 역학 관계 속에서 인생의 무상함과 삶의 순간의 경이를 체험하게 만들고 있다. ● 그의 작품에서 보이는 일시적인 균형은 다른 한편에서 보면 절대적 힘과 개별적인 힘 사이의 우연한 균형이라고 할 수 있다. 공간의 절대적인 힘과 자신을 버티고 있는 개별적인 힘의 충돌이 우연히 균형을 이루고 있을 때가 바로 정지 상태이다. 이 상태는 또 다른 어떤 힘이라도 개입하게 되면 곧 무너진다. 따라서 균형이란 다른 어떤 힘이 개입도 필요 없는 완벽한 상태를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것은 순간적이고, 다른 무엇이 필요 없는 그 자체로 완벽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나뭇가지로 연결된 작은 직육면체를 수많은 가는 실로 연결하고 그 위에 동일한 색의 여러 개의 돌을 세심하게 올려놓은 입방체 10개를 벽에 매단 작품인 「라퓨타Ⅱ」는 우리로 하여금 힘들의 균형을 힘겹게 유지하고 있는 아름다운 우주의 행성들을 떠올리게 한다. 이것은 우주의 역사와 비교해보면 한 순간에 불과한 행성들의 균형이 주는 아름다움을 표상하게 만든다.

전강옥_풍선_폴리에스테르_45×30×30cm_2005

전강옥의 「불안한 균형」 시리즈는 15년의 파리 유학 생활 동안 작가가 몰두했던 조각과 설치 작업의 일부를 정리한 것이다. 그는 그 동안 "중력과 균형"이라는 물질세계의 담론을 예술의 영역에 적극 도입하여 조각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작업에 집중해 왔다. 그는 조각의 내재적인 힘을 매스들의 균형에서 찾고, 이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형상화하여 우리의 삶과 세계의 여러 가지 근원적인 측면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그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균형이 제공하는 일시성과 유기적인 통일성은 우리에게 미적 가치의 고귀함을 경험하게 하는데 손색이 없다. ■ 장민한

서울시립미술관 SeMA 신진작가전시지원프로그램 본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시행중인 2008 SeMA 신진작가전시지원프로그램 선정작가 전시입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전시장 임대료(500만원 이내), 도록, 엽서 등 인쇄물 제작, 온-오프라인 광고를 통한 홍보, 전시 컨설팅 및 도록 서문, 워크숍 개최 등 신진작가의 전시전반을 지원하는 SeMA 신진작가전시지원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Vol.20080806e | 전강옥展 / JEONKANGOK / 全康鈺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