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e+Scape

조강현展 / CHOKANGHYUN / 曺康鉉 / painting   2008_0813 ▶ 2008_0822

조강현_새벽[1]_캔버스에 유채_112×162cm_2007

초대일시 / 2008_0813_수요일_06:00pm

서울시립미술관 SeMA 신진작가 전시지원 프로그램

관람시간 / 10:00am~06:30pm / 일요일_10:30am~06:00pm

인사갤러리 INSA GALLERY 서울 종로구 관훈동 29-23번지 Tel. +82.(0)2.735.2655~6 www.insagallery.net

명백한 논리를 보류하는 접경지대"열린 작품은 우리에게 불연속성의 이미지를 제공해주려 한다. 열린 작품은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과학의 추상적 범주와 우리의 감수성의 살아있는 소재를 매개하는 역할을 하며, 세계의 새로운 차원을 이해할 수 있는 일종의 초월적 틀이 된다." (움베르트 에코, 『열린 예술작품』) ● 조강현은 접촉지점에 서있다. 그가 발 딛고 있는 지점은 하늘과 땅, 바다와 섬, 물질과 비물질, 추상과 구상, 대상과 배경 등 상이한 요소들이 맞닿게 되는 경계선이다. 그 경계선을 따라가다 보면 그의 작업이 점한 지점에 대해 가닥을 잡게 된다.

조강현_섬_캔버스에 유채_112×162cm_2008

평면성과 물성, 그리고 시간의 두께 ● 작가는 유화가 지닌 순수한 성격을 강조하기보다는 물성과 우연적 요소에 따라 이미지들을 생성하고, 그것은 평면을 넘어서 요동치는 심연을 연상시킨다. 물질의 섞임, 농담에 따라 풀어졌다 응집되는 효과를 통해 우연적 요소들이 평면상에 파문을 일으키고, 그것은 공간에 깊이감을 부여한다. 여기서 깊이감이란 표면적으로 연상되는 심연의 느낌뿐 아니라 매제 간의 관계에 따라 형성되는 두께를 말하며, 이것은 흡사 시간의 지층처럼 그 자체로 현존하는 물질에 시간성을 부여한다. 그리고 이 같은 시간성은 기억의 층위와도 같은 기능을 한다. 매제 간의 응집과 확산 현상은 그의 작업을 촉각적으로 인식하게 할 뿐 아니라, 화면 안에서 겹을 형성해 여러 층위들을 구축해 나간다. 이 같은 평면성과 물성은 시적 감수성을 구축하는 도구로서, 두터운 층보다는 수채화처럼 농담의 조절을 통해 이루어진 세계이다.

조강현_푸른 밤_캔버스에 유채_40×82cm_2007

수평선, 현실과 비현실 ● 그의 근작에는 수직의 이미지보다는 수평의 이미지가 등장한다. 그는 수년간 수평적 이미지에 천착해왔다. 수평선 이미지로 인해 그 너머의 광경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한편, 그를 통해 작가의 관심이 위로 상승하는 욕망이 아닌 다른 차원의 세계에 속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회화작업 이전에 지속했던 오브제-회화 작업들 역시 오랫동안 수평적 이미지에 집중해 왔음을 보여주지만, 이전의 작업들이 지층을 연상시키는 형태와 색감을 통해 오래된 기억의 겹을 유추하게 했다면, 최근에는 푸른 빛깔의 색채를 사용해 수평선을 암시하고 있다. 이러한 하늘과 땅, 바다의 경계선인 수평선에서 미묘한 움직임과 표현들이 감지된다. 세밀한 선들로 이루어진 흡사 숲이나, 풀과 같은 형상들이 높낮이를 달리하며 평면의 접경에서 돋아나 있으며, 접점의 선은 명료하지 않고 변덕스럽다. 이 같은 불균질한 수평선은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비현실인지, 어디까지가 육지이고 어디까지가 바다인지 명확하게 알 수 없는 불완전하고 유동적인 세계를 암시하며 우리의 인식을 교란시킨다.

조강현_풍경-07_캔버스에 유채_112×162cm_2007

너머의 세계와 시선의 문제 ● 시점(시선)의 문제도 그의 작품에서 중요한 논점이 된다. 그간의 작업에서 지평선 이면에 가려져 있었던, 그 너머의 풍경들이 이번 최근작에서는 그 실체를 모호하게나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전시제목에서 알 수 있듯 섬에 관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수평선 너머 멀리 존재하고 있는 자그마한 덩어리들은 단박에 섬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섬으로 단정 짓기에 그 형태는 모호하고 둥근 선과 면 이외의 어떤 암시도 없다. 멀찍이 떨어진 섬... 한편으로 우리 시점 가까이 자리한 근경의 푸른 빛깔들... 조강현이 만들어낸 풍경 속에서 우리는 곧바로 사실 근경과 원경 중 어느 것이 육지이며 어느 것이 섬인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작가가 만들어 놓은 풍경 속에서 우리는 수평선 너머의 존재에 시선을 집중했지만 금방 그 모호함에 좌절하게 되는 것이다. 어디가 섬이고 어디가 육지인지, 무엇이 배경이고 무엇이 대상인지. 그 모호함 속에서 우리는 명백한 판단을 보류하게 된다. 물질성, 평면성과 같은 조형의 본질적 요소들이 자족적으로 현존함과 동시에, 푸른 화면이 섬과 풍경, 바다와 같은 기호들로 읽히는 것은 우리가 이미 경험한 약호와 같은 이미지와 색깔들 때문임이 틀림없다. 작가는 오히려 풍경이라는 절대적 명제나 단서도 주고 있지 않으니 말이다. 단지 그것이 어떤 풍경. 즉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가 맞닿은 풍경이라는 해석은 관람자의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니 말이다. ● 이처럼 수평선 이면의 아련한 풍경은 시선의 이동을 암시하고 있다. 그간 명쾌한 평면성을 보여주던 작가의 작업이 어느 정도 원근법적 시점을 받아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눈앞의 현존과 물성을 강조하였던 그간의 작업에서 근경의 현존 너머에 존재하는 세계로 그의 관심이 확장되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단순한 원근감의 표현이라거나, 보이는 대로의 사실적인 시점을 재현한다기보다는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눈앞의 현실 너머의 세계에 대한 동경을 내포한다. 이 같은 표현은 열린 작품으로 읽혀지는 하나의 기호가 된다.

조강현_Horizon-Blue_캔버스에 유채_40×40cm_2008

열린 작품으로서의 역설적 풍경 ● 이 작품의 기호들은 구조적 관계가 처음부터 명료하게 결정되지 않은 성좌들처럼 배치되어 있고 따라서 기호가 애매하기 때문에 형태와 배경이 즉각 구분되지 않는다. 여기서는 오히려 배경 자체가 회화의 주제가 되며, 혹은 끊임없이 변하는 배경이 회화의 주제가 된다. 여기서 관람객은 자신의 관점과 작품 속 분절된 기호의 파편들 간에 결합관계가 형성됨을 경험한다. 대상과 배경의 모호함은 그의 작업에 있어서 여백의 문제를 낳는다. 미학적 논점이자 쟁점으로서의 여백은 조강현 작업이 동양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음을 유추케 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 여백이 단지 동양적 풍광 내지는 정신적인 요소라기보다는 또 다른 차원의 열린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단서가 된다. 우연적 요소와 풍경의 연상, 그리고 추상과 구상. 이 같은 반대편의 명제들이 긴장관계 속에서 양편을 넘나들고 있다. 움베르트 에코가 말했듯, 불연속적인 현상의 출현은 확정적인 세계상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예술은 그 속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보고, 인식하고 우리의 감수성 속으로 통합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 그는 프랑스에 장기간 체류하며 작업을 지속해왔다. 그가 그린 풍경들은 무엇인가, 어딘지 모르게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 보인다. 그것은 그가 이국땅에서 갈망하고 그려보았던 우리 땅도 아니고, 우리 땅에서 다시 그리워한 이국의 풍경도 아닌 그 어느 접경지역에 위치해 있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관람자와 보는 사람에게서도 적용된다. 그의 그림이 어디서 본바 있는 흔한 풍경처럼 보이면서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듯 모호하게 보이는 까닭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조강현_Landscape-075_캔버스에 유채_72×100cm_2007

역설적 풍경 속 접경의 논리 ● 언뜻 보면 시적 언어처럼 보이는 추상적 이미지들은 자세히 보면 여러 겹을 지니고 있다. 그의 작업이 모더니즘의 연장선상 어딘가에 위치한 추상회화도 포스트모더니즘의 언저리에 자리한 형상회화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것은 이러한 여러 겹의 장치 때문이다. 추상과 구상, 재현과 환영, 현실과 비현실, 그 접경에서 실험을 계속하는 조강현의 회화작업은 단순한 섬풍광이 아니다. 어디에도 정주하지 않고 이쪽에도 저쪽에도 속하지 않은 경계선을 넘나들며 관람자의 심상을 자극하는 매개체인 것이다. 그것이 침묵의 미학을 역설하는 모더니즘 회화의 계보에서 조강현의 회화가 한발 비켜선 이유이다. 그의 작품은 보는 이가 '새로운 자유, 무한한 확산을 위한 잠재력, 내적인 풍부함'을 무의식적으로 투사하도록 유도하는 불연속체 속 분절된 요소들의 접경에 위치한 '열린 작품'들이다. ● 조강현이 만들어낸 풍경은 보는 이에 따라 전혀 다른 시공간으로 읽혀져 존재하지 않으나, 존재하는 역설적 풍경이 된다. 역설적 풍경은 이같이 그 자체로 자족적인 미학을 지니기 보다는 관람자의 관점과 분절된 조형요소들의 조합과 해체를 통한 새로운 시공간의 접경을 경험케 한다. 그러므로 가시적인 이미지 이면에 작동하는 비가시적인 것들이 바로 조강현의 작품에서 존재론적이고 현상학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그가 빚어낸 역설적 풍경은 양극단의 논리 속에 중간지대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시원한 해방감과 어느 곳에도 속박되지 않은 청량감을 느끼게 한다. 이 같은 자유는 작품 속 풍경에서 빠져나왔을 때 여전히 존재하는 현실 세계의 새로운 차원을 이해할 수 있는 일종의 '초월적 틀'이 된다. ■ 김우임

서울시립미술관 SeMA 신진작가전시지원프로그램 본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시행중인 2008 SeMA 신진작가전시지원프로그램 선정작가 전시입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전시장 임대료(500만원 이내), 도록, 엽서 등 인쇄물 제작, 온-오프라인 광고를 통한 홍보, 전시 컨설팅 및 도록 서문, 워크숍 개최 등 신진작가의 전시전반을 지원하는 SeMA 신진작가전시지원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Vol.20080807e | 조강현展 / CHOKANGHYUN / 曺康鉉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