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여는 풍경

김용안展 / KIMYONGAN / 金勇雁 / painting   2008_0812 ▶︎ 2008_0820

김용안_무제 Untitled_캔버스에 유채_116.7×72.2cm_2008

초대일시_2008_0812_화요일_06:30pm

관람시간 / 10:00am~08:00pm

광주신세계갤러리 GWANGJU SHINSEGAE GALLERY 광주광역시 서구 광천동 49-1번지 신세계백화점 1층 Tel. +82.62.360.1630~1 gallery.shinsegae.com

사색의 기운 감도는 사실적 자연탐닉 ● 자연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려는 예술가들의 염원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시각적 미감을 발현해 온 화가들에게 자연은 더욱 흠모의 대상이 아닐 수 없었다. 스스로의 시각으로 자연에 관통하고 그것은 표현하며 갖는 그 깊고 넓은 미적 성취감에 작가들은 한껏 매료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자연은 그렇게 쉬운 대상은 아니다. 평생을 탐닉하지만 쉽사리 그 속내를 드러내 보여주지 않는 까닭이다. 때문에 화가들은 많은 시간과 공력을 들여 자연의 알 듯 말 듯 한 외경의 신비감에 빠져 드는 게 아닌가 싶다. 산(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화가들의 동경의 대상이다. 동서양의 미술사를 빛낸 수많은 화가들의 발자취마다에 자신이 살았던 땅의 산을 바라본 감흥을 곧잘 그려냈다. 한국회화사의 빛나는 금자탑 역시 산에서 일궈졌다. 그 둔중한 몸집의 선을 익히고 첩첩히 흐르는 기와 세를 알게 하는 산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나 그곳에 발길을 남기는 사람이나 모두에게 기운을 불어넣는다.

김용안_무제 Untitled_캔버스에 유채_91×116.7cm_2007

현대미술에서 회화는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거칠어지고 단순화됐다. 또 화면의 틀을 깨고 입체화되는가하면 동영상 범위까지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 여기에 발전된 기술과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접목돼 상상을 초월한 초현대적 감각의 지형들이 미술판의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평면 회화의 보편적 관심은 사실성에 무게중심을 두는 경향이 짙다. 특히 자연 풍경을 대상으로 작가의 창작 이념과 독자적 시각을 들이대는 회화의 멋은 여전하다.

김용안_무제 Untitled_캔버스에 유채_72.7×116.7cm_2008

이번에 첫 개인전을 마련한 김용안은 남들이 가지 않는 '숲길'에 발을 내딛었다. 젊은 작가들이 평면을 이탈하고 더구나 사실적 풍경 묘사에서 거리를 두려하는 흐름 속에서 오히려 제 갈 길을 사실적 표현과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외로운 승부를 건 것이다. 김용안의 작업이 더욱 관심을 끄는 이유는 '산'을 보는 남다른 시각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 앞서 선보인 몇몇 그룹전, 기획전 등의 초대전을 통해 선보인 그의 작품은 이내 미술계 안팎에 참신한 반향을 일으켰다. 유망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는 기획전에 잇따라 초청을 받았고 전시 현장의 평가도 상당한 가능성을 인정받게 됐다.

김용안_무제 Untitled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08

한마디로 김용안 회화는 '산을 보는 자신만의 느낌'을 풀어내는 여정이다. 고흥에서 태어난 그는 팔영산 자락을 휘감고 피어오르는 안개에 그만 마음을 빼앗겨버렸다. 심지어 산 속에 피어나는 안개를 쫓아 화순에 들어가 살며 만연산 계곡을 틈나면 답사했다. 특히 비가 개인 직후 온 산을 품어 안고 일어서는 안개의 장대한 승천을 그는 가장 좋아했다. 그가 선보이는 작품 「무제 Untitled」시리즈는 그가 발품을 팔며 직접 산상에 올라 비안개의 장관을 탐색한 감흥을 격정적으로 담아낸 수작인 것이다. 우거진 수림 사이로 하얗게 퍼지는 안개의 변화무쌍한 현상을 순간적 감동으로 화면에 안착시키는 것이 김용안의 그림이다. 사실 산과 안개는 동양화나 한국화에서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다. 그러나 김용안의 작품에서 마주하는 산과 안개는 수묵 산수화에서 보는 그것과는 분명 다르다. 관념적 이상을 지향한 여느 그림과 달리 김용안은 매우 사실적 표현에 충실한 것으로 독창적 표현기법과 연구과정을 통해 형상화한 것이다.

김용안_무제 Untitled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08

김용안은 안개에 감싸인 산세를 부감시로 접근하여 자연비경의 작은 변화까지 섬세하게 잡아냈다. 짙고 어둡게 전경에 자리한 산과 멀리 교차된 산세의 흐름으로 드러누운 원경의 산 사이로 스며들 듯 일어나는 안개의 흐름을 통해 새벽의 고요함, 명상의 시간으로 이끌어간다.

김용안_무제 Untitled_캔버스에 유채_97×162.2cm_2007

김용안에게 안개는 가시적인 이상 세계이기도 하지만 현실에서는 금방 나타났다 사라지는 헛된 욕망의 상징이기도하다.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거대한 산이라도 한 순간에 삼켜 버렸다가 내뱉는 안개는 인간의 헛된 욕심을 이야기한다. 반면에 큰 산을 품어 안는 안개는 포근한 어머니의 품안이 되기도 한다. 모두 현대인의 가식적이고 부질없는 허욕을 깡그리 씻어주는 정화제로서 안개는 양면의 가치를 지녔다. 결국 김용안이 추구하는 산과 안개, 즉 자연은 인간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거울이자 자신의 내면을 다잡는 반면교사로서의 자화상인 셈이다. 그의 화면은 단순한 구도로 이뤄진다. 대각선과 사선, 겹쳐지는 교차선 사이로 안개의 몽롱한 상승 기운이 화면을 압도하고 나아가 극적 명암 대비를 통해 주제의식을 강렬하게 드러낸다.

김용안_무제 Untitled_캔버스에 유채_145.5×227.3cm_2008

그는 근래 근경과 원경에 대한 표현 연구에 성과가 있어 더욱 신이 난 붓질에 여념이 없다. 현재는 숲 전체를 보고 있지만 앞으로 좀도 가까이 다가가 숲속으로 들어갈 요량이다. 숲속의 느낌은 자연에 더욱 천착한 것으로 자연의 위대한 묵언을 탐색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뿐만 아니라 몇몇 습작에서 나타나있듯 숲에서 흘러나온 물에 그의 눈길을 닿아있다. 안개와 물은 본래 속성이 다르지 않고 명상과 사유의 시공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그의 접근이 예삿일로 보이지 않는다. 좀 더 자연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과 고민의 흔적으로 드러날 것임을 예고한다. 일부 블루톤의 작품과 황색조의 작업들도 인상적이다. 이번 첫 선을 보이는 김용안의 작품들이 생명과 자연의 화두를 과제처럼 안고 사는 현대인들의 눈과 마음을 맑게 하여 미래 세대의 새 바람을 일으키는 촉매제가 되길 기대한다. ■ 김옥조

Vol.20080812e | 김용안展 / KIMYONGAN / 金勇雁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