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fe

김홍석展 / KIMHONGSOK / 金鴻錫 / sculpture   2008_0813 ▶ 2008_0819

김홍석_무제_대리석_51×150×71.5cm_2007

초대일시 / 2008_0813_수요일_06:00pm

서울시립미술관 SeMA 신진작가 전시지원 프로그램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 Tel. +82.(0)2.736.1020 www.insaartcenter.com

"균열된 신체"의 소리 없는 외침 ● 오늘날은 무엇이든지 예술이 될 수 있는 시기이다. 오늘날은 작가가 반드시 추구해야할 특별한 목표도 없고, 반드시 사용해야할 특별한 매체도 없다. 탈-모더니즘 시대란 탈-장르의 시대를 함의한다. 한 작가가 전통적인 특정 장르를 고집한다면 모더니즘 시대처럼 역사적인 사명에 의해 추동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필요에 의해서 선택되어지는 것이다. 작가는 그 장르의 매체와 제작 방식이 작가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제대로 드러내는데 가장 적합하기 때문에 그 장르를 선택하는 것이다. 조각, 그것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힘들게 제작되는 "돌 조각"을 선택했다면, 그 작가는 돌 조각에서 여전히 커다란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조각이 제공하는 매력 중 많은 부분을 인간 신체를 표현하는 다양한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조각의 역사를 "신체 표현 방식의 변천사"로 이야기할 수 있듯이, 지금까지 다양한 양식의 신체 조각들이 제각기 자신의 이상들을 제시하기도 했고 혹은 수많은 작가들의 언어화할 수 없는 감정들을 표현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신체를 이해 불가능한 '타자'로 규정하고 신체 조각을 통해 사회적, 정치적, 혹은 성적인 욕구와 불안 등의 정체를 밝히고자 시도하기도 한다.

김홍석_무제_대리석_78×149×48cm_2007
김홍석_무제_대리석_91×78×74cm_2007

김홍석은 자신의 작업의 매력을 일차적으로 전통적인 조각 방식에서 찾고 있다. 그는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하듯이 자신의 정교한 손놀림을 통해 영혼이 숨 쉬는 듯한 신체 형상을 제작하고 있다. 그는 미켈란젤로가 뒤틀린 인간의 형상을 대리석 덩어리에서 뽑아내듯이 장인다운 솜씨를 발휘하여 대리석에서 살아있는 듯한 신체 형상을 깎아낸다. 작가는 조각의 실물다움을 확보하기 위해 실제 모델의 신체의 일부를 캐스팅한 후 포인트 머신을 이용하여 대리석에 표시하고 세심하게 형상 이외의 부분을 제거해 나간다. 또한 흰색의 대리석을 사용하여 대리석 무늬가 줄 수 있는 간섭 효과를 최대한 억제하고, 조명에 충실히 반응할 수 있도록 했다. 다른 현대 조각가들은 돌의 질감에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서 줄무늬가 있는 돌을 즐겨 사용하는 것에 반하여 그는 조각의 사실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흰색의 대리석만을 고집한다. 김홍석의 작업은 전통적인 대리석 조각에서 보여주었던 이러한 세밀한 생명 창조의 작업과 더불어 불완전한 인간의 내면을 형상화하는 작업을 동시에 수행한다. 그는 신체의 옆면을 신체 내부로부터 폭발한 것처럼 갈라놓거나 신체 일부를 파편화시킴으로써 인간 존재의 근원적 불안을 보여주고 있다. 마치 감정의 폭발과 그로 인한 정신 내면의 분열을 웅변하고 있는 것처럼 신체 조각의 일부는 갈라져있거나 파편화되어 있다. 작가는 신체의 표현적 요소에 집중할 수 있도록 두상을 제거했고, 또한 균일하게 마감된 대리석 좌대 위에 신체 조각을 올려놓음으로써 신체의 고립감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구겨지고 찢겨진 신체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불안을 소리 없이 외치고 있는 것이다.

김홍석_무제_대리석_179×65×59cm_2007

김홍석에 있어서 대리석이라는 매체는 작가 자신의 바라보고 있는 인간 내면에 접근하는 가장 좋은 통로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가 바라보는 인간 내면은 두 측면에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대리석이 지니고 있는 세밀한 조직은 다른 매체의 조각과 달리 정교한 조각을 가능하게 했고 동시에 다양한 포즈의 조각상을 가능하게 했다. 이 때문에 역사적으로 대리석 조각은 정교한 작업을 통해 이상적인 혹은 영웅적인 인간상을 나타내는 매체로 주로 사용되었다. 작가는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지니고 있을 수밖에 없는 분열적인 정신세계를 전통적인 대리석 조각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는 대리석 조각이 제공하는 방식, 즉 영웅적이고 근원적인 존재를 제시하는 스타일로 치환하여 분열적인 내면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불안한 분열적 정신세계는 소리 없는 외침이 되고, 이제 영원히 해소될 수 없는 것이 되어 인간 내면 깊숙이 침잠하게 된다. 둘째, 작가는 대리석 형상을 각 방향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으로 보이게끔 조각함으로써 조각의 연극적인 효과를 강화하고, 동시에 조각의 시간성을 경험하게 만들고 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현대인의 정신분열적인 다양한 양태를 자신의 조각을 통해 직접 경험하게 만들고 있다. 예컨대, 어떤 각도에서는 삶을 고민하는 몸짓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다른 각도에서는 무언가 체념한 듯한 몸짓을 하기도 하고, 보기에 따라서는 편안한 휴식을 취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김홍석_무제_대리석_102×62×57cm_2007
김홍석_무제_대리석_60×51×32.5cm_2007

김홍석의 대리석 조각은 다양한 매체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다원주의 시대에도 대리석 조각이 여전히 우리의 특정한 미감을 만족시키는데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의 특정한 신체 형상을 한 덩어리의 돌로 조각해낸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지 인간의 탄생과 연결될 수 있고, 더 나아가 인간의 숙명과 연결시켜 그 대상을 성찰하게 만들기 때문에 돌 조각은 우리에게 근원적인 것 혹은 절대적인 것에 대한 반성을 요구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대리석 신체 조각이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연극적 포즈, 그와 더불어 대리석 재질이 제공하는 생생함은 어떤 다른 매체보다 신선한 극적인 효과를 우리에게 제공할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가능하려면 대리석을 다루는 거장다운 솜씨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대리석 조각의 다양한 포즈가 제공하는 미적인 효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예컨대 손상되고 심지어는 잘린 신체조각의 일부도 인간의 마음을 끄는 마법적인 힘이 작동될 수 있다. 다원주의 시대의 작가는 개별 매체가 주는 매력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방식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개별 매체의 전통을 이해하는 것은 선배 작가가 느꼈던 그 매체의 매력과 그 실현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오늘날의 작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김홍석의 대리석 조각은 다원주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전통적인 매체를 사용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이고, 그것을 어떻게 우리의 감성에 맞게 이용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장민한

서울시립미술관 SeMA 신진작가전시지원프로그램 본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시행중인 2008 SeMA 신진작가전시지원프로그램 선정작가 전시입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전시장 임대료(500만원 이내), 도록, 엽서 등 인쇄물 제작, 온-오프라인 광고를 통한 홍보, 전시 컨설팅 및 도록 서문, 워크숍 개최 등 신진작가의 전시전반을 지원하는 SeMA 신진작가전시지원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Vol.20080813g | 김홍석展 / KIMHONGSOK / 金鴻錫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