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blesse Children

파야展 / PA-YA / photography   2008_0813 ▶ 2008_0902 / 일요일 휴관

파야_Noblesse Children #33_디지털 프린트_78×130cm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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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08_0813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요일 휴관

박여숙화랑 PARKRYUSOOK GALLERY 서울 강남구 청담동 118-17번지 네이처포엠 306호 Tel. +82.(0)2.549.7575 www.parkryusookgallery.com

현대미술에서 사진적 표현에 의해 연출된 픽션적 이미지는 사진의 표현이 담고 있는 의미를 재해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가상공간이다. 가상공간은 감상자에게 현실과 공간의 역동적 관계를 인식시키고, 공간 속에 펼쳐진 새로운 표상을 심미의 대상으로 만들어 상상의 자유로움으로 이끈다. 이때 현실의 재현이라는 기록적 특성은 사라지고 작가의 상상력에 기초한 픽션적 이미지의 시뮬라크르 세계에 매료된다. 그리고 시뮬라크르 세계에 표현된 새로운 이미지는 이미 개인을 떠나 공동체적 현재성과 공통된 문화의 언어로 소통한다. 그래서 사진적 사실주의에 기초한 재현만으로 관객에게 일방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관객 저편에 잠재되어 있는 기억을 깨운다.

파야_Noblesse Children #24_디지털 프린트_78×130cm_2008

이처럼 사진의 현대적 변용은 많은 작가들의 창조적 행위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제 사진 표현의 작품은 과거 형식으로부터 자유롭고, 유행적이며 때로는 반미술적인 방식으로 수용되기도 하지만 수 없이 쏟아지는 이미지들의 홍수 속에서 가장 손쉽고 이해하기 쉬운 창조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많은 작가들에게 부여하고 있다. 파야 역시 자신의 창조적 공간 속에 그려진 다양한 그림들을 통해 현대미술이 지닌 참여미술, 열린 공간이 퍼포먼스식의 직접적 행위에 의해서만 이루지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펼쳐놓은 픽션적 이미지의 기발한 상상의 세계에서 더욱 자유롭게 주유(周遊)할 수 있음을 그동안의 다양한 시리즈를 통해 보여 왔다.

파야_Noblesse Children #12_디지털 프린트_130×78cm_2008

이번 전시도 이러한 큰 흐름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일련의 작품에 비해서 한층 유쾌하고 발랄한 언어로 각색된 해학적 코드로 보는 사람을 즐겁게 만든다. 예컨대 작품 속의 아이들이 프라다, 루이비통, 구찌, 샤넬 등의 명품 시계와 가방을 억지스럽게 걸치고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보란 듯이 관람객과 시선을 마주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들은 과거 엄마의 립스틱을 몰래 바르고, 엄마의 아끼는 핸드백을 어깨에 메고, 아빠의 넥타이와 커다란 양복으로 한껏 어른 흉내 내던 지난 시간 속에 추억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파야_Noblesse Children #35_디지털 프린트_130×78cm_2008

롤랑 바르트(Roland Gerard Barthes)는 사진이 순수하게 외시적 차원으로 머물지 않고, 항상 부단한 의미작용의 구조 속에 있을 때 더 이상 무의미한 존재로 남아있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한 바 있다. 파야의 이번 「Noblesse children」시리즈의 작품도 이러한 맥락으로 연결할 수 있다. 우선 인간의 소유물에 대한 가치평가가 극명하게 달라진 사회적 풍속도를 반영한다. 그러면서도 작품에 연출된 아이들에게는 치장한 명품으로 귀족적 지위를 획득한 변신의 순간을 마냥 행복한 마음으로 누릴 수 있는 여유로움으로 표현하고 있다.

파야_Noblesse Children #28_디지털 프린트_130×78cm_2008

여기에 작가는 명품을 재해석하기도 한다. 루이비통 가방으로 술을 담그는 이미지는 명품을 단순히 부를 상징하는 물건이 아닌 절대적 믿음의 산물로서 확장시킨다. 이처럼 작가는 너무나 익숙하여 자각하지 못하는 명품 선호 풍조를 「Noblesse Children」을 통해 이 시대 우리의 자화상을 반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파야의 작품에서 무엇보다 시선을 끄는 것은 주제적 표현에 있다. 다소 무겁고 비판적인 주제의식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의 이미지는 물질만능주의 병폐가 낳은 사회적 갈등과 모순을 상징하는 듯 한 색채가 배제되어 있다. 그보다는 강렬한 원색 사용과 천진한 아이들의 제스처를 선택하여 발랄하고 가볍게 그려내고 있다. 이처럼 무거운 주제를 오히려 가볍고 재미있게 표현함으로써 관람자에게 편안한 공감대를 형성시키는 해학적 코드는 파야의 작품 세계가 주는 또 다른 특징이자 즐거움이다.

파야_Noblesse Children #29_디지털 프린트_130×78cm_2008

작가는 그동안 '공감대 형성'에 초점을 맞추며 자신의 작품을 '놀이동산'이라고 표현해 왔다. 놀이동산에 가면 갖가지 화려함으로 장식된 흥미로운 놀이기구들을 마음껏 즐길 수 있듯이, 그는 늘 새로운 주제를 탐닉하여 이를 놀이로서 사람들에게 보여 지길 원한다. 이를 위해 작품 곳곳에 원초적인 웃음을 빠짐없이 숨겨놓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자신의 작품에서 진정한 재미를 느끼며 하나의 휴식 공간으로 인식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작가의 바람은 스스로 연출한 그의 작품 세계에서 무엇이든지 실현가능한 환상적인 요소로 만들어져 유쾌한 웃음을 전파하고 있다. 파야는 「Noblesse Children」시리즈에서 지금까지 팩트를 기본으로 하여 연출했던 아날로그 방식과는 다르게 제작 방법에서도 변화를 주었다. 사진의 기본적인 특성인 있는 사실을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상상력을 이미지 연출을 통해 그려낸다는 의미에서 예전 방식과는 다르다. 이번 시리즈는 실제 이미지를 부분적으로 합성하고 필요에 따라 이미지를 드로잉 함으로써 아날로그적인 사진인지 디지털화된 회화인지에 대한 경계선을 모호함으로 표현하고 있다.

파야_Noblesse Children #15_디지털 프린트_130×78cm_2008

이러한 파야의 사진적 표현들은 현대의 고정화되고 통념화된 미의 가치에 의문을 갖고 해독해낸 결과물로서 오늘날 사진과 미술의 상호 객관적 자율성을 획득하지 못한 여타의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대중매체에서 쏟아지는 다양한 이미지를 차용하거나 이용하는데 만족하지 않고, 직접 대상을 연출하거나 결정적 장면을 찾아 나서는 수고로움은 작가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으로 연결된다. 무엇보다 스스로 창조한 연출과 작가 정신을 투여하는 행위적 시도는 정신적 오리지널리티를 기대할 수 있는 창조적 발견으로 이어져 작가의 독자적인 자율성이 재확인되는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다. ■ 인가희

Vol.20080814c | 파야展 / PA-YA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