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랜드

김상덕展 / KIMSANGDUCK / 金相德 / photography   2008_0819 ▶ 2008_0908 / 일요일 휴관

김상덕_에로랜드1_디지털 프린트_20×30cm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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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08_0819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토요일_10:00am~03:00pm / 일요일 휴관

스페이스 바바 SPACE VAVA 서울 강남구 신사동 514-1번지 포토피아 5층 Tel. +82.(0)2.745.1644 www.spacevava.net

욕망과 금지, 그리고 판타지 - 김상덕의 에로랜드성(性)이란 그 독자적인 본성에 의해 형식화될 수 있을, 어떤 규범도 내적인 규칙도 갖고 있지 않다. (푸코) 김상덕의 핀홀 카메라가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의 모델은 여전히 장난감이긴 하지만 이전에 그가 찍던 영웅들은 아니다. 외설스럽게도 그의 새로운 장난감은 벗은 여자들이다. 그러나 김상덕은 여전히 어른 몸에 갇힌 아이이며, 어른의 몸에서 발생하는 원초적 욕구를 아이 같은 솔직한 시각언어로 표현했다.

김상덕_에로랜드2_디지털 프린트_100×150cm_2008
김상덕_에로랜드3_디지털 프린트_100×150cm_2008
김상덕_에로랜드4_디지털 프린트_40×60cm_2008

그의 사진 속에는 큰 가슴과 핑크빛 유두를 드러내고, 둥글고 빵빵한 엉덩이를 치켜들어 다 줄 듯한 자세를 취한 여자들이 있다. 그녀들은 남성의 욕망을 고스란히 투사하고 있는 성적 대상으로 일본산 망가의 피규어들이다. 사진 속에서 그녀들은 혼자이지 않다. 그 옆에는 커다랗고 귀여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캐로로가 있거나, 토이스토리의 주인공인 카우보이 우디가 서있다. 성인 남성들을 위한 욕망의 놀이동산 에로랜드에서 정작 그녀들과 마주한 남자들은 애처롭게도 임포텐스에 가까워 보인다. 우디의 땅딸막한 체구는 그 앞에 서있는 에로여신의 허리에도 못 미치고, 캐로로에겐 성욕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그래서인지 에로 여신들과 함께 있는 남성 장난감들의 모습은 측은해 보이기까지 하다. ● 김상덕의 사진은 남성적 성욕에 대한 시사임에도 불구하고 부담스럽지 않다. 그는 자신의 판타지를 노출증 환자 같은 방법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그는 에로 판타지를 어린이의 꿈의 세계인 놀이동산을 빌어 우회해서 보여준다. 게다가 이 우회로는 희화화되어 있어 재밌기까지 하다. 사각 프레임 안에서 행한 교묘한 구성과 감각적 배치 덕에 산뜻한 유머가 된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남성 판타지와 일정 정도의 거리두기에 성공한 덕분이다. 여기서 그가 즐겨 다루는 핀홀카메라는 판타지를 판타지답게 만드는 중요한 도구이다. 대상을 차별 없이 받아들이는 핀홀의 아날로그 조리개 덕에 대상들은 먼 것이나 가까운 것이나 할 것 없이 다들 똑같이 흐릿하고 부드러운 형태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몽환적인 형체들 뒤를 채우고 있는 것은 깊은 공간감과 왜곡된 배경들이다. 지난번 영웅 사진에 이어 김상덕은 핀홀 사진의 특성을 십분 발휘하였다.

김상덕_에로랜드5_디지털 프린트_66×100cm_2008
김상덕_에로랜드6_디지털 프린트_66×100cm_2008

김상덕의 이번 사진은 남성의 성적 욕망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다. 쉽게 솟구치는 욕정을 드러내지 못하게 하는 사회적 금지 구조에 대한 은유이면서 동시에 그것에 좌절하는 남성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우리는 김상덕의 남성적 욕망을 천박하다고 비난할 수 있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비난 받아야 하는 것은 욕망의 존재를 외면하고 도덕적 잣대 속에 몸을 숨기려 하는 우리는 위선일 것이다. 그렇다. 김상덕의 에로랜드가 주는 미덕은 바로 그런 솔직한 은유에 있는 것 같다. 그의 고백 덕에 남성을 사회적 강자이자 폭력의 이미지로 보는 것에서 벗어나 좀 더 다른 면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성적 욕구와 금지 사이에서 두려워하고 좌절하는 약자로서의 남성 말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보면서 깔깔거리며 웃긴 하지만 그들의 모습이 마냥 웃기지만은 않다. 욕망과 금지 사이에서 끊임없이 진동하는 그 모습에서 그들만의 슬픔도 같이 맛보게 된다. ■ 오현미

Vol.20080819a | 김상덕展 / KIMSANGDUCK / 金相德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