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versal Rules

강정헌展 / KANGJUNGHUN / 姜正憲 / printing   2008_0820 ▶ 2008_0826

강정헌_Lost Direction_Hand colouring over an aquatint_60×90cm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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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08_0820_수요일_06:00pm

서울시립미술관 SeMA 신진작가 전시지원 프로그램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이즈 GALLERY IS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2-1 (관훈동 100-5번지) Tel. +82.(0)2.736.6669/737.6669 www.galleryis.com

삶의 보편적인 규칙 Universal Rules of Life...근원적인 이유는 나로선 아직 알 수가 없다. 신을 믿고 있는 나로서는 신의 뜻이라고 둘러대는 수밖에. 내가 태어난 이유와 태어나서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오직 신만이 알 것이다. ...인간으로는 어쩔 수 없는...역시 인간의 한계일지도 모르겠다. (강정헌)

강정헌_Depth of life_Hand colouring over an aquatint_50×90cm_2008

삶이 전하는 교훈 ● 누구나 살아가면서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해 볼 수 없는 순간들을 경험하곤 한다. 신의 존재를 믿든 믿지 않든 막연히 어쩌면 세상을 움직이는 어떤 거대한 힘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눈을 감아 버리면 사는 것이 수월해진다 Living is easy with eyes close」. 그러니까 매사에 노심초사하며 아등바등 매달리기 보다는 대세에 몸을 맡긴 채 힘을 쫙 빼고 한 걸음 물러나 관조할 때 의외로 삶은 쉽게 풀리는 법이다. 그렇다고 각자에게 주어진 생의 과제를 결코 소홀히 여겨서는 안될 것이며, 오히려 생의 의지를 불태우며 부단히 갈고 닦을 때에야만 비로소 「삶의 깊이 Depth of life」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한 예술가를 평생 따라다녔던 강박관념이기도 했던『깊이에의 강요』라는 책제목에서처럼 우리네 삶도 결국 깊이 뿌리 내리기 위한 과정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작업실에서 수생식물을 키우며 작가는 문득 깨닫게 된다. 이처럼 숨을 고르고 주위를 찬찬히 살펴보면 의외로 단순·평범한 삶의 「진실은 도처에 편재해 있다 Truth is All Around」. 다만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가 그것을 쉽게 발견하지 못할 뿐이지, 통찰력있는 사람들에겐 상대적으로 삶이 너무나 쉬운 까닭이다.

강정헌_An earlybird_Hand colouring over an aquatint_40×60cm_2008

더불어 한 때 좋았던 삶의 기억도 죽어서 정작 기억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음을 작가는 「Was here」를 통해 이야기한다. 여기서는 인간 기억의 한계와 인생무상(vanitas)의 의미가 동시에 묻어나고 있다. 한편 단 한 권만의 책을 읽고서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착각하는 사람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 하는데, 작가는 미 서부 팜 스프링스를 운전하던 중 우연히 「제한 시점 거리 Limited sight distance」라는 표지판의 문구를 접하면서 마치 인간 인식의 한계를 말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경험을 고백한다. 또한 여러 도시를 촬영한 후, 교차편집한 영상을 통해 분명 각기 다른 시간과 다른 공간을 촬영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는 현상을 목격하곤 과연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정말 내가 보는 것일까? Am I seeing what I'm seeing?」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인간의 진실과 믿음에 대한 허상을 꼬집기도 한다.

강정헌_Do you know what I am saying?_Hand colouring over an aquatint_40×60cm_2008

이처럼 강정헌은 자신의 평범한 일상에서 겪게 되는 몇 차례의 내밀한 경험 속에서 건져올린 주옥같은 깨달음을 주제로 이번 전시에서 신작을 새롭게 선보인다. 전시 타이틀로 내건 "(삶의) 보편적인 규칙 Universal rules (of life)"이란 바로 그의 작품세계를 일관되게 관통하는 테제인 셈이다. 작가는 인간 지력과 기억의 한계, 인식의 폭과 깊이의 결여, 굳게 믿고 있던 신념에 대한 허상, 현대인의 자기고립과 소통단절, 방향상실 등을 지적하면서 결국 삶이란 도저히 인간의 지력으로는 완전히 이해할 수도, 다다를 수도 없는 불가해한 것이며, 이와 별개로 또 다른 차원에서 미지의 어떤 보편적인 규칙 하에 삶이 전개되어 가고 있음을 말하고자 한다.

강정헌_Truth Is All Around_Hand colouring over an aquatint_60×40cm_2008

강정헌은 최근 몇 년간 도시 풍경들을 소재로 하여 동판화 작업에 천착해왔다. 도시의 잿빛 우울한 정서를 빛바랜 낡은 흑백사진 느낌이 나는 특유의 아쿼틴트 기법을 통해 선보인 전작 「과잉도시 Overflow」연작은 주제와 매체의 결합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당분간은 판화 매체를 진지하게 다루려는 작가로서의 고민이 지속되리라는 주변의 예상을 뒤엎고 작가는 이번 두 번째 개인전에서 과감하게 다양한 매체를 실험하는 작품들을 들고 나왔다. 평소 매체보다 주제를 더 중시하며 주제를 부각시킬 수 있다면 어떤 매체라도 상관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라고는 하나 사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작가 자신의 정체성을 판화가라는 특수하고도 한정된 영역 속에 가두고 싶지 않다는 그의 내부로부터의 항변이 크게 자리잡고 있음도 부인하기 어렵다. 물론 주된 매체로 기존 동판화기법을 고수하되 디지털 프린트와 영상작업으로 확장하고 있는데, 기존의 흑백 아쿼틴트에 수공 채색작업을 한 컬러 아쿼틴트 기법과 격자모양의 얼음틀을 이용하여 찍어낸 다채로운 색상의 큐브 비누조각 모자이크가 이채를 띤다. 비누조각 모자이크는 외관상 언뜻 그리드를 베이스로 이용하는 척 클로스의 스핏바이트(spitbite) 에칭 기법을 떠올리게도 하는데, 어찌 보면 격자의 얼음틀에 비누액을 부어 일일이 조각을 찍어내는 작업방식에서 확장된 의미의 판화로도 볼 수 있지 않나 싶다.

강정헌_Was here_Hand colouring over an aquatint_60×40cm_2008

또한 전작과의 차별성을 보여주는 가장 큰 특징이라면 단연 밝은 색채의 사용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작가는 전작에서 색채가 근절되었던 것은 주제 때문이었다면 신작에서는 색채를 굳이 마다할 마땅한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고 전한다. 이러한 주제와 기법적 측면에서의 변화를 웅장하면서 중후한 교향악에서 가볍고 경쾌한 실내악 연주에 빗댈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서도 이번 전시에 뉴욕 도심의 빌딩 풍경을 소재로 한 「과잉도시, 뉴욕」(2008)과 타임스퀘워를 소재로 한 「방향상실 Lost direction」, 그리고 영상작업 등 전작 「과잉도시」연작의 연장선상에 있는 일련의 작품들을 함께 선보이고 있는 것은 이전 작업과의 연결고리로 설정해 두고자 하는 작가의지의 표출이자 변화에 대한 작가의 심리적 부담을 반증해준다. 그러므로 당분간은 이러한 시도가 가져올 결과에 대해 섣부른 예측은 미뤄두고 조심스레 그의 행보를 지켜보기로 하자. ■ 양혜숙

강정헌_Overflow (New york, United states)_Hand colouring over an aquatint_50×90cm_2008

서울시립미술관 SeMA 신진작가전시지원프로그램 본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시행중인 2008 SeMA 신진작가전시지원프로그램 선정작가 전시입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전시장 임대료(500만원 이내), 도록, 엽서 등 인쇄물 제작, 온-오프라인 광고를 통한 홍보, 전시 컨설팅 및 도록 서문, 워크숍 개최 등 신진작가의 전시전반을 지원하는 SeMA 신진작가전시지원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Vol.20080820d | 강정헌展 / KANGJUNGHUN / 姜正憲 / pr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