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on the ground

고창선展 / KOHCHANGSUN / 高彰鮮 / video.installation   2008_0821 ▶ 2008_0830 / 월요일 휴관

고창선_standing on the ground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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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08_0821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브레인 팩토리 BRAIN FACTORY 서울 종로구 통의동 1-6번지 Tel. +82.(0)2.725.9520 www.brainfactory.org

이번 전시는 그가 영국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이래 지속되어온 한국 관객에게 적응해가는 과정의 잠정적 결론에 해당하는 혹은 전환점에 해당하는 전시인 듯하다. 좀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관객과 화해하기를 목표로 진행된 지속적인 관계 재설정이라는 실험의 마지막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그는 다른 이들과는 조금 다른 호흡의 폭을 지닌 사람인 듯하다. 예를 들면 그의 「Standing in Myeong-dong」이라는 비디오 작업은 복잡한 그리고 빠르게 잰 걸음으로 지나가는 행인들 사이에서 혼자 서있는 작가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In the Bus」와 「Daily Affairs」 라는 작업은 우리가 평소 일과를 완수하기 위해서 뛰어다니는 동안에도 고개를 돌릴 수 있을 만큼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는 대신 버스에 앉아서 한가로이 혹은 멍한 상체에서나 바라보게 되는 다른 행인들의 특별하지 않은 뒷모습들과 같은 잔잔한 소재들을 다루고 있다.

고창선_생각처럼 잘 안돼요!_플라잉 모델 시뮬레이션, 컴퓨터, 무선 조정장치_2008

이러한 이미지들로 표현될 수 있는 주제들을 가지고 관객과 소통하는 일이란 참으로 어려웠을 것 같다. 지금 이 시대에 몇 명이나 되는 사람이 전시장에서 서서 2분이 넘는 비디오를 바라볼 여유가 있을까? 나만 하더라도 많은 비디오 작가들에게 "음, 비디오가 너무 길지는 않나요?" 라는 충심에서 우러나오는 어드바이스를 건네곤 한다. 밍밍한? 자신의 작업을 보여주기 위해 그가 이전의 전시에서 시도한 실험은 바쁜 관객과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것이었다. 그의 전시, 『Someone Looking for the World』 에서 관객은 그의 작업을 감상하기 위해 무릎을 꿇거나 엎드려야 만 했다. 그러한 자세에서는 굳이 자세를 바꾸어 일어나서 다음 번 작업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 조차 귀찮은 일이 될 것이다. 관객은 그 전시에서는 실재로 작업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하는 억지춘향이 되었다. 관계 재설정이라는 맥락의 작업은 이외에도 헬멧작업이 있다.

고창선_생각처럼 잘 안돼요!_플라잉 모델 시뮬레이션, 컴퓨터, 무선 조정장치_2008
고창선_생각처럼 잘 안돼요!_플라잉 모델 시뮬레이션, 컴퓨터, 무선 조정장치_2008

이 작업은 2가지의 버전이 있는데, 하나는 두 개의 헬멧을 곧은 쇠파이프의 양쪽에 매달아 천정으로부터 늘어뜨린 것이었다. 이 작업에서는 두 명의 관객이 헬멧을 쓰면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고 어쩔 수 없이 화해를 하지 않을까? 또 하나의 작업은 세 개의 헬멧이 중심에서 세 방향으로 같은 간격으로 뻗어있는 파이프 끝에 달려있고 헬멧이 고정된 각도로 해서 이를 착용하는 세 명의 관객은 고개를 약간 숙인 상태가 된다. 이 작업의 주제는 아마도 서로서로 겸손하세요 쯤이 되지 않을까? ㅎㅎ 위에서 언급한 관계재설정 대상이 관객에 있었고 강제적이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일종의 유혹적인유머가 있으며 직접적인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에서 자신의 위치를 최전방에 놓고 있다. 「생각처럼 잘 안돼요!」작업은 파일럿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다. 관객은 Contemporary Art Airliner의 파일럿이 되어 이 항공기를 조종하여야 한다. 물론 「생각처럼 잘 안돼요!」. 컴퓨터 시뮬레이션 게임에 홀려 비행기를 추락시키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다 보면 잘 돼지 않는 것이 게임인지, 예술활동인지, 아니면 비행기로 상징되는 작가인지 혼란되기 시작한다. 관객의 해석에 따라 그 중 어느 것이 의미라 결론지어도 무방하겠지만 작가가 설정한 상징체제 간의 의미는 다음 작업인 「달리는 비행기」와 「예술가의 대변인」에서 설명될지도 모르겠다. 지방대학 강의를 다니느라 모인 1천만여 원 상당의 비행기 티켓을 바라보며 지난 수년간의 미술계 내에서 생존하고자 쏟아 부었던 노력이 헛된 것은 아니었는지를 고민해보는 작가는「달리는 비행기」작업에서 그가 타고 다니던 비행기의 모형을 이륙시키지 못한 채 견인차에 의해 끌려서 전시장 안을 쳇바퀴 돌도록 내버려두고 있다.

고창선_달리는 비행기_혼합재료, 보잉 707 프라모델, 무선 자동차, 조정장치_가변크기_2008
고창선_spokesperson_긴꼬리 앵무_가변크기_2008

또한 그가 세워놓은 「예술가의 대변인」은 "콘템포레리 아트", "안녕하세요" 라는 몇 마디 밖에 할 줄 모르는 앵무새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이 앵무새 대변인이 전시장안에 살면서 배울 수 있는 기회란 관객이 대변인에게 가르치는 말이 고작이기 때문에 고창선작가의 대변인이 우리에게 발표하는 성명문의 내용이란 관객이 가르치는 언어가 된다. 작가와 관객과의 관계란 예술활동에서 가장 근본적인 그리고 강력한 요소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관객은 클라이언트도 아니며 계몽의 대상도 아니어야 할 듯싶다. 같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대상쯤이 가장 이상적이지 아닐까 싶은데 이번 전시에서 그의 선택은 관객에게 좀 더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관객에게 다가가는 그의 모습을 본다. ■ 신현진

Vol.20080821e | 고창선展 / KOHCHANGSUN / 高彰鮮 / video.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