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생.물 無.生.物

김영성展 / KIMYOUNGSUNG / 金暎性 / painting   2008_0822 ▶ 2008_0915

김영성_무.생.물_無.生.物_캔버스에 유채_92×92cm_2008

초대일시 / 2008_0822_금요일_06:00pm

갤러리 K 기획 초대展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K Gallery K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9(서초동 1463-10번지) 호서대학교 벤처대학원 B1 Tel. +82.(0)2.2055.1410 www.galleryk.org

무(無)- 상실,공허,허무. 생(生)- 생활,생계,생존. 물(物)- 물리,물건,물질 ● "자유 작업". 정해진 주제나 기법 없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데 그 말을 처음 들었을때 진짜 예술을 할 것만 같은, 한없이 펼칠 수 있을 것만 같은 그 때의 그 기쁨은 어떠한 수식어의 말이나 어떤 표현기법으로도 형용하기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그 기쁨, 환희는 그리 길지 않았고 그 시점부터 지금 현재까지 줄곧 화가로 사는 나에겐 끝나지 않는 숙제가 되고 있다. ● 「무(無).생(生).물(物)」은 그 숙제가 시작되는 때부터 내 작품의 명제가 되었다. 그리기에 이력이 난 탓도 있을 테고 어려서부터 만들기를 좋아해 입체작업을 해오던 나는 오브제를 이용한 입체적인 회화 작업을 하기 시작했고 생(生)의 이미지로 인체나 동물의 사진 위에 물(物)의 이미지로 전자 기판을 뜯어내 폴리코트로 붙이고 액션페인팅을 하듯 드리핑하고 그 위에 아크릴칼라와 은분, 동분, 락카 등으로 금속적인 느낌이 나게 페인팅하여 '물질문명의 고도한 발달로 인해 생이 위협받고 많은 것이 사라진 현대사회'를 표현했었다. 새천년을 맞이하던 2000년 무렵부터 다시 시작된 그리기 작업. 사실주의적인 작업으로 끝을 보고 싶었던 나는 내가 정말 미쳐서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골프를 주제로 그려대기 시작했고 기존의 극사실주의와는 다른 무언가를 추구해가며 새로운 미술 사조까지 만들었었다. New Millenn ium Realism(새천년 사실주의)이 바로 그것이다.

김영성_무.생.물_無.生.物_캔버스에 유채_92×92cm_2007
김영성_무.생.물_無.生.物_캔버스에 유채_92×92cm_2008

남들에겐 항상 너무도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언젠가부터 그리기에 자신감이 조금 생겼고 이때가 바로 그것을 시작해야 할 때란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란 바로 곤충이다. 벌레! 아이 때 누구나 한번쯤 호기심을 갖게 하고 잡아보고 싶고 수집하고 싶어 하다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 관심이 장난감, 로봇, 프라모델, 책, 가전제품, 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 요트, 비행기로 옮겨가는 것 같다. 나 또한 성인이 되어가면서 어른들의 장난감을 수집해오고 있지만 몇 안 되는 마니아들처럼 애완용 곤충을 기르고, 채집하고, 표본을 만들어 수집하는 즐거움을 멈출 수가 없었고 이를 작업으로 행하는 일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곤충을 무관심하게 여기고, 무시하고, 무서워하고, 벌레라 얘기하지만 곤충은 그렇게 하찮게 치부할만한 존재가 절대 아니다.

김영성_무.생.물_無.生.物_캔버스에 유채_126×126cm_2007
김영성_무.생.물_無.生.物_캔버스에 유채_91×117cm_2006

곤충은 모든 동물의 80%로 지구상에서 가장 번성한 무리다. 사람도 동물의 한 종인데 곤충은 100만종이 넘게 알려져 있으니 얼마나 많은 곤충이 지구에 살고 있을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곤충이 많고 계속해서 새로운 곤충이 발견된다. 또 진화와 돌연변이의 발생속도가 빨라 새로운 종이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어떤 학자들은 곤충의 종류가 1000만 종도 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크기가 작아 그 존재가 느껴지지 않지만 자세히 주위를 살피면 세상은 온통 곤충들 천지다. 곤충의 손길이 닿지 않고 돌아가는 자연은 없을 정도다. 물과 산, 농토와 들판, 하늘과 도심도 알고 보면 곤충이 가꾸고 있는 것이다. 지구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생물, 눈에 띄지 않게 지구를 경작하는 농부, 지구를 건강하게 살아 숨쉬도록 지켜주는 파수꾼인 곤충은 그야말로 지구의 정복자이며 진정한 지구의 주인이다.

김영성_무.생.물_無.生.物_캔버스에 유채_74×74cm_2008
김영성_무.생.물_無.生.物_캔버스에 유채_102×102cm_2006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지극히 단순한 것 같다. 한번 보게 되면 시선을 뗄 수 없고, 계속해서 보게 만드는, 그래서 자연스럽게 사색하게 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회화 작업으로 「무(無).생(生).물(物)」을 생각하며 생(生)의 이미지로 이제야 그 아름다움의 깊이를 조금이나마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 곤충을 모델로 정했다. ● 새 보다도 1억 5000만년이나 앞선 고생대 석탄기에 하늘을 날고 있었던 곤충, 문명의 시작부터 인간과 함께 공존해온 곤충, 자연에서 기어다니고 도심을 날아다니는 곤충, 애완동물로서의 곤충, 살아 움직이는 작은 곤충의 아름다움, 몇 년 살지 못하고 죽고 마는 곤충, 때론 며칠을 살고 가는 곤충, 죽어서 딱딱하게 굳어버린 곤충, 외국에서 힘들게 들여온 희귀 곤충의 사체. 뜨거운 물에 담가 연화시키고 수십 개의 작은 핀들로 살아 있는 듯하게 정형화된 형상으로 만든 재건된 아름다움. 곤충표본! 유리박스 안의 핀에 고정되어 버린 다시 재창조 된 곤충. 핀을 벗어 버리고 자연 속의 나무와 나뭇잎, 흙 위가 아닌 물(物)의 이미지로 금속판, 인테리어용 나무판, 물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안료, 실크나 공단 천위에 인위적인 주름을 잡고 인공의 조명을 비춰 살아있는 듯 억지로 연출을 하고 마이크로 접사렌즈가 달린 천만화소가 넘는 고화질의 디지털 카메라로 재생시키고 이를 다시 컴퓨터로 옮겨와 핀 자국 등 주검의 증거를 현대 문명의 포토샵 프로그램으로 되살려 만든 사진을 보며 몇 날 며칠의 밤을 지새우며 수십 자루의 세필로 어루만진다. 이런 무수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놈들은 얌전히 등짝만을 보여주는 표본의 자세로 삭막하게 재탄생된다. 이 자체가 허무하고 공허하며 많은 것을 갔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한 듯 한 상실감마저 느끼게 된다. 그리고 난 또 이 감정들이 작품에 스며들도록 욕심을 낸다. ■ 김영성

Vol.20080822a | 김영성展 / KIMYOUNGSUNG / 金暎性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