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 잊어버리기

정광희展 / JEONGKWANGHEE / 鄭光熙 / painting   2008_0823 ▶ 2008_0928 / 월요일 휴관

정광희_아는 것 잊어버리기_한지에 수묵_160×100cm_2008

초대일시_2008_0823_토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8:00pm / 월요일 휴관

닥터박 갤러리 Dr.PARK GALLERY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 전수리 19-1번지 Tel. +82.31.775.5600∼3 www.drparkart.com

존재의 생성과 소멸에 대한 은유 ● 휘영청 보름달이 뜬 밤하늘을 본적이 있는가? 시리도록 푸른 겨울 밤, 중천에 떠오른 보름달 위를 엷은 구름이 천천히 스쳐 지나간다. 구름은 때로 보름달을 집어 삼키기도 하는데, 달은 엷은 구름속에 수줍은 얼굴을 감추고 세상을 내려다 본다. 정광희의 작품은 마치 구름 속에 가려진 보름달처럼 부드럽고 소박한 느낌을 준다. 두터운 장지로 만든 그의 작품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긴 원통 혹은 사각의 막대 모양이 수 십개가 모여 이루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정광희 작품의 기본이 되는 이 원통 혹은 막대모양의 형태들은 그의 작품이 단순한 평면이 아니라 입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러니까 그의 작품은 '입체적 회화'라고 말할 수 있다. 그가 이 작업을 한지도 어언 다섯 해가 돼 가는데, 그동안 그는 이 매우 끈기 있는 노동과 세심한 배려를 요구하는 작업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 지금 보는 것과 같은 높은 수준의 예술적 성과를 낳았다. 사실 이러한 류의 작업은 엄청난 에너지가 있지 않으면 안된다. 두터운 장지를 수 백장씩이나 자르고, 잘라진 종이에 자를 대고 각을 내서 접거나 마는 작업을 성실히 수행해야하기 때문이다.

정광희_아는 것 잊어버리기_한지에 수묵_90×75cm_2008
정광희_아는 것 잊어버리기_한지에 수묵_130×160cm_2008

원래 서예를 전공한 정광희는 서예에서 착상한 이 아이디어를 회화적으로 변용하여 현대적인 방법론에 접맥시켰다. '입체적 회화'는 마치 병풍을 접으면 하나의 입체가 되는 것처럼 각각의 입체 단위(unit)가 모여 하나의 평면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수많은 배들이 모여 부교를 이루듯이, 그 위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평면이 된다. 그러나 정광희가 만들어내는 평면은 단순히 그림을 그리기 위한 평면이 아니다, 그의 그림은 각 단위 자체가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는데 그 각각의 단위, 즉 입체들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제작되는 것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완성된 작품을 보면 터치들은 마치 구름에 가려진 달처럼 은은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정광희_아는 것 잊어버리기_한지에 수묵_160×130cm_2008
정광희_아는 것 잊어버리기_한지에 수묵_130×200cm_2008

이 필선의 숨바꼭질을 먼저 것과 나중의 것이 서로를 희롱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들은 서로를 감싸기도 하고 애무하기도 하면서 하나의 화면에 공존하고 있다. 여백은 자칫 답답할 수도 있는 이 작품에 숨통을 터주는 요소다. 산이 여백이 되는 하늘이 있음으로써 존재감을 드러내듯이, 정광희의 작품에 있어서 여백은 필선의 존재감을 더욱 분명히 드러낸다.

정광희_아는 것 잊어버리기_한지에 수묵_160×130cm_2008

그의 작품은 존재의 생성과 소멸에 대한 하나의 은유이다. 그의 작품의 표면은 평탄하지 않고 울퉁불퉁한 요철로 돼 있다. 한지의 반투명한 성질은 둥두렷이 솟아오르는 사물 존재감과 아스라이 사라져가는 그림자를 아우러 보여준다. 그는 이 원리를 이용하여 강한 것과 부드러운 것의 조화를 하나의 화면 위에서 보여준다. ■ 윤진섭

정광희_아는 것 잊어버리기_한지에 수묵_75×90cm_2008

『아는것 잊어버리기』라는 것에 관하여... ● 현대사회를 정보의 홍수시대라고 한다. 수 많은 정보들을 얼마든지 가까운 거리에서 손쉽게 수급을 할수 있으니까 말이다. 인터넷의 빠른 보급과 광범위한 매스미디어의 정보 전달로 인한 전세계는 공간적 인식의 범위가 축소되었고 직,간접적으로 서로의 다양한 삶의 형태를 이해하고 상호 소통의 원할함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그 정보의 양은 기하급수적인 증가를 나타내면서 여러면에서 사람들은 그 정보로부터 자유로울수 없는 지나친 의존도를 보이기도 하고 좋은 작용을 저해하는 것으로 쏱아지는 모르는 것에 허전함을 넘어 정보의 공해에 해당되는지도 모를 지경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신종언어가 만들어지고 유행의 변화의 주기도 짧아만 감으로서 속도와의 전쟁을 치르기도 한다. 때론 그 정보 바다위에는 인간의 필요에 의해 금방 제조되어진 정보와 그 정보를 밀쳐 없애려는 해법의 정보가 자리하기도 한다. 하나라도 더 집어 넣어야 하는 지식의 범람의 이 시대의 지식인이 확보해야 할 첨단병기를 장착해야 되는 것처럼 의무가 되었 버렸다. 이것이 무한 경쟁의 각축장인 것이다. 난 예술은 경쟁해서는 않된다는 생각일 뿐이다. ● 여기서 '아는것 잊어버리기'는 나에게 좋은 관심의 대상이다. 특히 이런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이 지식을 병적으로 필요로 하는 현상을 보면서 무의식적인 내면을 존중하고자 제목을 '아는것 잊어버리기'라고 붙여 보았다. 또한 그 어떤 대상을 무슨 내용인지 모르는 자유가 좋았고 그 조금의 지식으로 내마음의 자유를 구속하고 싶진 않았다. 차라리 아는것 잊어버리면 무한함이 밀려올것 같기 때문이다. ● 작업을 하면서 내면에 심상을 그 어떤 다양한 언어적 표현일지라도 작품에 대한 의도를 직접적이면서 정확한 의미부여에 결코 미치지 못할뿐더러 지식으로 혹은 인식으로는 순수성을 나타낼수 없다는 것에서 어떤식으로든 그림이 갖는 진정성 혹은 고유성에 다가서기 위한 생각을 깊이 해본적이 있다. 그래서 아는것을 잊어버리면 어떨가? ■ 정광희

Vol.20080823c | 정광희展 / JEONGKWANGHEE / 鄭光熙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