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는 언제나 곧다

송필용展 / SONGPHILYONG / 宋弼鏞 / painting   2008_0825 ▶ 2008_0916

송필용_달빛폭포-생명의순환_캔버스에 유채_162×65cm_2008 송필용_달빛폭포-생명의순환_캔버스에 유채_162×65cm_2008

초대일시 / 2008_0825_월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이상 GALLERY I-SANG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461(청담동 118-17번지) 네이처포엠빌딩 B111호 Tel. +82.(0)2.516.0140 www.galleryisang.com

폭포는 언제나 곧다. 무수한 물 포자를 일으키는 폭포 앞에서 사람은 자연의 경이와 그 규모의 거대함에 전율을 느끼게 된다. 현세의 질곡을 넘어서는 무위의 순수함과 치열한 에너지를 느끼게 하는 그것은 흐르되 소리를 내고 몸을 부딪치고, 아래로 떨어지면서 더 큰 줄기를 만난다. 더불어 꺾어지는 벼랑을 숨기고 그 안에 생명을 키우며 넉넉하게 제 품을 넓힌다. ●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를 수밖에 없으며, 또한 어떤 것도 물만큼 자유로울 수 없다. 2007년에 가졌던 그의 개인전 제목 또한 '상선약수(上善若水)'였다. 제 몸을 장소에 가리지 않고 모든 곳에 맞출 수 있는 낮은 마음이 곧 물이고, 또 곧 선이다. 작가는 웅장하고 기개를 느낄 수 있지만 또한 비극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물의 낙하를 그림으로써 선비의 낮은 자세처럼 나를 낮추고 자연의 근원과 이치를 더욱 극대화 하고 있다. 「흐르는 물처럼-생명의 순환」이란 작품 제목 그대로 생명의 잉태와 소멸과 함께 생명이 살아감에 어쩔 수 없이 따르는 치열함과 그것을 이겨나가려는 열정 또한 포함하고 있다. ● 송필용이 작업장소로 택한 담양 또한 특수하다. 조선시대 가사문학(歌辭文學)의 산실이기도 한 담양은 아래로 흐르는 물과 위로 솟은 산, 그리고 정자(亭子)문화가 어우러져 자연 속에서 인생 본래의 자리와 여유를 찾는 풍류적인 생활을 이끌어 냈다. 이는 당시의 시대적, 정치적 상황에 따라 유배되어온 선비들이 늘면서 세속적 삶에서 벗어나 숨어살 수밖에 없는 그네들의 안타까움을 서정적인 가사로 표현하면서 형성되었다. 그래서 담양은 자연에 순응하고 그를 벗 삼아 노래하는 유유자적한 삶을 통해 한(恨)을 삶의 지혜와 기상으로 변화시키려는 문화와 지역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 ● 송필용의 작품 또한 초연하게 뜬 달과 맑은 물, 그리고 그곳을 노니는 물고기들의 향연으로 그러한 서정성을 표현하고 있다. 자연은 이같이 여유로움과 현실 도피적인 이미지를 안고 있기도 하지만 반면에 자연이라는 존재의 본질, 즉 근원에 대한 열망과 그 곧은 진실을 담고 있기도 하다. ■

송필용_달빛폭포-생명의순환_캔버스에 유채_162×65cm_2008 송필용_달빛폭포-생명의순환_캔버스에 유채_162×65cm_2008

박준헌: 작업의 방향이 물에 집중하고 있는데, 물을 그리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송필용: 꾸준히 산수와 관련된 풍경을 그려오면서 자연스럽게 물을 접하게 됐고, 늘 빠지지 않는 소재였다. 그런데 물은 그리면 그릴수록 그 실체를 접근하기 어려웠고 힘들었다. 그래서 '물'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 탐구가 계속되면서 물은 이 시대의 마음이자, 여백이라는 결론은 내릴 수 있었다. 무한한 상상력과 감동을 주는 폭포는 작업을 하는 에너지의 매개체가 되기도 하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스승적인 의미도 가지며 나의 작업과 밀착되고 있다. 박준헌: 특히 작업을 하고 있는 담양이라는 곳은 가사문학이 창궐한 특수한 문화권인데, 풍류라던가 지난 개인전의 제목으로도 쓰였던 상선약수와 같은 노자의 사상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것 같다. 송필용: 가사문학권인 담양은 전통, 정신문화의 산지다. 예로부터 선인들은 자신을 물에 빗대어 시를 쓰거나 삶의 은유로 표현하였다. 굉음을 내며 아래로 수직 낙하하는 폭포는 '씻어냄'이라는 커다란 치유적 행위에 대한 은유일 수 있다. 가슴에 응어리진 '한(恨)'을 씻어 내리고, 흐르는 물로 어루만져 상처를 치유한다. 그것은 현대인에게도 유효하다. 현대를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쌓여가는 강박, 각박함과 고통을 폭포의 이런 성격으로 치유하고자 한다. 또한 폭포가 가지는 강한 에너지는 '생명의 힘'으로 이해될 수 있다. 물줄기가 모두 모여 하나의 움직임을 가진 공동체를 만들면서 물은 단순히 생명이 아닌 '생명의 터'가 되며 그 안에서 생명체-색색의 작은 물고기로 표현된-를 품는다. 이것이 물이 주는 삶의 희망적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물보라 치는 폭포 앞에 서면 사람은 자연스레 그 경이로운 광경에 자신을 비추어 보며, 자신의 존재를 환기 시킬 수 있다. 폭포를 표현하기 위한 크고 거친 붓질도 이런 강한 생명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경포호 달빛_캔버스에 유채_32×41cm_2004

박준헌: 그렇다면 작품 제목「흐르는 물처럼-생명의 순환」은 작품을 설명하는 가장 함축적인 단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흐르는 물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짐이 당연한 것처럼 생명도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순환을 결코 피할 수 없다. 송필용: 그렇다. 수직으로 표현되는 폭포는 언제나 수평을 향해 떨어진다. 또한 폭포의 동적인 에너지는 언제나 정적인 물의 표면으로 변화한다. 수직에서 수평으로의 이동은 단순히 물이 가지는 성격이 아니라 만물의 이치라고도 할 수 있다. 만물은 위에서 아래로 이동하고 또 그것이 수평화 되면서 안정화된다. 비단 물만이 아니라 달이 차고지는 것도 시간의 흐름을 따르는 순환으로서 그 이치를 따른다. 마찬가지로 꽃이 피었다 지는 것처럼 아무리 작은 생명이라도 태어남과 소멸의 순환을 보여준다. 이런 모든 소재들이 자연의 이치를 이어주는 메타포가 된다.박준헌: 물이 소재가 되면서 주로 청색과 녹색의 회화가 주를 이루는데, 특히 푸른 빛깔의 색은 작가 송필용을 대표할 수 있는 색이라 할 수 있다. 송필용: 물을 표현하기 위해 청색과 녹색을 주로 사용하지만 나는 단순한 단색조 회화를 넘어 그 안의 묘미를 찾고자 한다. 그래서 발견한 것이 한국 전통도자기에서 느껴지는 청아한 빛이었다. 모든 것이 서구화 되고 있는 현대를 살아가는 작가지만 나의 작업에는 동양적인 시각과 전통산수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전통산수의 재해석을 위해 수십 번에 이르는 금강산 답사와 전국의 자연을 관찰함으로써 우리 자연의 신비로운 대기변화와 풍광에서 맑은 청색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박준헌: 그래서 마치 유화물감이 마치 먹의 농담을 표현하는 듯하다. 앞서 말씀하셨다시피 수직적인 폭포를 표현하기 위해 변형 캔버스를 자주 사용한다. 이런 변형된 캔버스는 마치 전통서화의 족자나 병풍을 연상 시킨다. 송필용: 폭포라는 수직적 형태를 그리기 위해 캔버스는 위로 길게 변형되고, 흐르는 물을 위해 옆으로 길어졌다. 이는 단순히 소재의 형태로 화면의 형식이 변했다기 보다 동적인 운동감과 정적인 물의 성격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폭포, 매화, 달과 같은 소재 자체가 동양적 시각에서 출발하였기 때문에 그런 전통적 이미지를 느끼게 한다.

송필용_물도 꿈을 꾼다_캔버스에 유채_97×194cm_2008

박준헌: 달의 이미지나 폭포를 타고 오를 형형색색의 물고기 떼를 보면 마치 이상향을 말하는 것 같다. 예로부터 산수의 이미지가 실경이면서도 '도원'의 풍경과 다르지 않은 것처럼...송필용: 그것은 나의 유화 작업이 서양의 제작 방식을 따르고 있지만 동양적이고 전통적인 멋을 보여주려는 의도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산수에서 출발해 초기에는 인물이나 정자가 배치된 풍경도 많이 그렸으나, 언젠가부터 그 인물로 인해 어떤 특수한 설정이 가미된 풍경으로 가둬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설정은 '물의 본질적 탐구'에 제한을 줄 수 있다. 아마 그런 인물과 인공적 이미지들이 삭제되다 보니 이상향의 이미지를 느끼게 했을 것이다. 의도적인 이상향의 풍경이라기보다 그저 물로서 보여줄 수 있는 만물의 근원과 순환을 표현하기 위한 풍경이다.박준헌 : 그렇다면 처음에 산수라는 원경의 풍경에서 출발하여 폭포와 물의 부분과 같은 근경의 미시적인 관점으로의 이동이 바로 물이 주는 순환적 의미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가?송필용: 현대를 살면서 물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며 또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여, 표현하는가가내 작업의 주요 맥락이라 볼 때, 물은 세상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 우주적인 이미지가 있다. 물방울이 모여 물줄기를 만들고 강과 바다로 확대되어도 물은 여전히 '물' 그 자체로서의 의미를 잃지 않는다. 즉, 물은 부분이자 전체이다. 또한 하나의 물질이자 공간이 될 수 있다. 달빛폭포를 그리는 것도 그 광경이 우주공간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폭포(물)는 바로 이런 생명이 순환하는 장으로서 보는 이로 하여금 자기 존재의 반성과 치유를 유도하는 '선'의 의미를 가진다. 즉, 나의 물은 자연이라는 근원에 대한 탐구와 열망이라고 할 수 있다.

송필용_흐르는물처럼-청음_캔버스에 유채_81×130cm_2008

송필용의 물은 그 어떤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진리'와 동일하다. 그리고 그 진리로 작가는 물을 따라간다. 붓이 지나간 자리마다 그의 물은 낙하하고, 부딪히고, 또한 유유히 흐르면서 우리를 성찰시키며 만물을 피워낸다. 속세를 떠나 자연에 파묻혀 자신을 돌아보길 주저 하지 않은 옛 선인들처럼 송필용의 푸른 붓은 자연의 진리를 읊는다. 쏟아지는 폭포 아래서 세속의 나를 씻어내고, 잔잔히 흐르는 생명의 물에서 나를 다시 채우는 진실 된 생명의 시를. ■ 인터뷰_박준헌 / 정리_김륜아

Vol.20080825g | 송필용展 / SONGPHILYONG / 宋弼鏞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