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역사 A History of Violence

이재헌展 / LEEJAEHEON / 李宰憲 / painting   2008_0903 ▶ 2008_0916 / 일요일 휴관

이재헌_Viewer001_캔버스에 유채_194×130cm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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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08_0903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신한갤러리 광화문 SHINHAN GALLERY GWANGHWAMUN 서울 중구 세종대로 135-5 (태평로 1가 62-12번지) 4층 Tel. +82.(0)2.722.8493 www.shinhangallery.co.kr

또 다른 원본이 되기 위하여 ● 2008년, 우리는 이미지의 폭격 속에 살고 있다. 우리의 물리적인 사지는 멀쩡하지만 이미지의 입장에서 보자면 수혜자인 우리는 사지가 꺾인 것은 옛적 일이고 사고까지 뭉그러졌을 터이다. 이는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쉬쉬하지도 않고 다들 아는 일이다. 보드리야르가 먼저 입을 열었을 뿐이다. 그리고 의미가 좇지 못하는 이미지의 증폭은 점차 가열되고 있다. 지금은 2008년. (조금 촌스럽게 말하자면)이데아를 잃어버린 시대.

이재헌_Viewer002_캔버스에 유채_146×112cm_2007

시간을 조금 돌려, 내가 이재헌을 처음 만난 것은 2004년이었다. (그 당시에도) 그는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이었다. 당시 스무 살이었던 나는 이 아저씨가 무엇을 고민하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으나, 그는, 진실을 찾는 사람이었다. 그 찾는 행위에는 진실의 실체를 전제하는 태도가 깔려있었을 것이다. 그는 휘발된 실체들의 변형이 혼재하는 현대 사회를 살면서도 신념을 지키려는 사람이었고, 그의 작업은 질척이진 않았지만 절박했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에 비유하자면 그는 이데아를 찾는 사람이었다.

이재헌_Viewer004_캔버스에 유채_194×130cm_2007

이데아를 잃어버린 시대에 대한 그의 불안은 「더러운 그림」시리즈에서 찾아볼 수 있다. 「더러운 그림」시리즈의 화면 안에서, 형상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비명사한 시체들의 '비명'처럼 존재한다. 이재헌은 그의 논문에서 '다양한 가치와 신념들이 공존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본인으로써는 이질적이고 상대적인 공간에 대한 인식에서 느꼈던 불안감처럼 일종의 '가치적인 혼란'을 느낄 때가 많다. 「더러운 그림」이란 제목은 바로 이런 가치적인 혼란 속에서 기존에 본인이 가지고 있었던 회화에 대한 신념이 흔들리게 된 것에 대한 회의적 표현인 것이다' (이재헌, 서울대학교 대학원 서양화전공 미술학 석사학위 논문『모니터 이미지의 영향에 의한 회화 공간과 형상에 관한 연구』14~15쪽)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이미지와 진실, 회화라는 매체와 재현대상 사이에서의 가치적 혼란의 와중에 등장한 「Viewer」시리즈는 그의 사고의 방점이 옮겨갔음을 보여준다.

이재헌_Viewer005_캔버스에 유채_194×130cm_2007

다시 첫 번째 문단에서 시작. 2008년, 우리는 이미지의 폭격 속에서 살고 있다. (식상한 말이지만) 고도의 시뮬라시옹 속에서 존재하는 것은, 원본과 그것을 재현한 이미지가 아니다. 재현대상, 재현대상을 재현한 이미지, 그리고 '이미지'가 존재한다. ● 이재헌은 「Viewer」시리즈에서 특정 인식의 단위를 프레임으로 옮겨간 듯 보인다. 화면 안의 프레임은 익스플로러 창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더 크게는 컴퓨터나 TV모니터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 안에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다. 그리고 그 무언가의 정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회화로 다시금 재현된 출처 없이 부유하는 이미지들은 이재헌이 짠 프레임 안에서 의미를 가져야 할 의무감을 가뿐히 벗어버리고 배려심이 없는 모습으로 다가온다. 「Viewer」시리즈가 가져오는 의미의 無화는 수공의 과정을 거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누리꾼들의 캡쳐 보다 거칠고 9시 뉴스의 편집영상보다 가파르다. 태생부터 시뮬라시옹의 도구인 회화를 통한 시뮬라크르의 (일그러진) 재현.

이재헌_Viewer006_캔버스에 유채_180×145cm_2007

이 시리즈에는 여전히 재현대상과 이미지의 고리가 끊어지는 것, 재현의 과정에서 의미의 무화가 이루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이 서려있는 듯 보인다. 그것은 흐릿하지만 폭력의 흔적이 뚜렷이 엿보이는 「Viewer002」와 「Viewer006」에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 두려움과 정면승부하고 있다는 점이 이전과 달라진 점이라고 생각한다. 이 정면승부를 통해「Viewer」시리즈의 이미지들은 그 자체로 이미 또 하나의 원본이 되어있다.

이재헌_Viewer007_캔버스에 유채_145×112cm_2007

회화뿐 아니라 무엇이 되었든 동시대를 말하는 예술이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이데아를 잃어버린 시대라고 표현했을 때, 이데아의 유무를 놓고 찬반이 갈릴 수 있는 시대이다. 진리와 진실의 존재여부를 논할 때, 그 정의부터 다시 해야 하는 때다. 이런 시점에서 이재헌의 이번 작업은 그의 시대적 고민에 초석이 되었을 것이다. 앞으로 이재헌에게 시대와 예술을 함께 성찰하는 작업을 기대해본다. ■ 한상희

Vol.20080825h | 이재헌展 / LEEJAEHEON / 李宰憲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