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의 풍경 Park Scenery

민병권展 / MINBYOUNGGOWN / 閔丙權 / painting   2008_0827 ▶ 2008_0909

민병권_공원의 아침_한지에 수묵담채_53×133cm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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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08_0827_수요일_06:30pm

서울시립미술관 SeMA 신진작가전시지원프로그램

관람시간 / 10:00am~06:00pm

월전미술문화재단 한벽원 갤러리 WOLJEON MUSEUM OF ART HANBYEKWON GALLERY 서울 종로구 삼청로 83(팔판동 35-1번지) Tel. +82.(0)2.732.3777 www.iwoljeon.org

전통 수묵화의 현대적 변용과 도시 공원의 풍경 ●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산수'라는 것은 단순히 산천초목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풍진 속세와 대조되는 근원적인 '자연 세계'를 가리킨다. 이것은 인간이 종국에는 돌아가야 할 최종 귀결점이면서 인간의 영원한 안식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것은 삶에 대한 근원적 질문에 대해 믿음직스런 대답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원천으로 여겨졌다. 따라서 전통의 수묵화에서 등장하는 '산수'는 각 시대마다 이상적인 것으로 여겼던 자연의 외관과 그 시대의 정신세계를 우리에게 알려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지난 시대의 대가들이 그려놓은 산수화에 감탄하면서 깊이 몰입하게 되는 것도 그 그림에서 작가의 위대한 세계관을 직접 체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묵이라는 매체와 그것의 표현방식이 이상화된 자연 세계와 삶의 이념을 감각적으로 구현하는데 적절했기 때문에 수많은 산수화가 그려졌다고 할 수 있다. 수묵화에서 보여 지는 필획의 다양성, 먹 번짐의 미묘함, 그리고 여백의 미 등이 그 시대의 감수성을 만족시키는 데 적합했다고 볼 수 있다.

민병권_공원의 서정_한지에 수묵_76×144cm_2008

오늘날에도 '수묵'은 우리의 감수성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적합한 매체인가? 이전의 전통적인 수묵의 기법으로는 우리의 도시화되고 개별화된 감수성을 만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몇몇 작가들은 수묵화에 팝 요소를 삽입하거나 낯선 이미지들을 병치시켜 새로움의 충격을 주려고 시도하기도 한다. 혹은 먹과 붓을 다른 일상의 오브제처럼 취급하여 작품의 색다른 효과를 연출하기 위한 보조 매체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시도들은 그 나름의 기대 효과를 이끌어낼 수는 있어도 정작 수묵화의 매체가 주는 미세한 필체와 먹의 번짐의 효과에서 얻을 수 있는 자연의 생명력과 골격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으로 수묵화의 전통을 이어가려면 이전의 기법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그에 대한 현대적인 변용을 추구해야 한다. 수묵화의 전통에 대한 천착을 통해 현대적 변용의 출구를 찾는 작가 중 하나가 민병권이다. 그는 동시대를 살고 있는 자신의 정서를 먹과 붓의 전통적인 기법과 물성을 통해 표현하려고 시도한다. 전통적인 수묵화의 세련된 붓놀림과 직관적인 농담 조절을 통해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주변의 풍경을 능숙하게 담아낸다. 그의 풍경화에서는 한국 전통 수묵화의 맛이 배어나오면서도 자연에 대한 애착과 현대인의 고독감이 곳곳에서 묻어 나오고 있다.

민병권_공원의 겨울_한지에 수묵담채_75×144cm_2008

한마디로 민병권의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전통적인 수묵화의 재료와 기법에 충실하면서도 동시대의 도시인의 감수성을 보여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전의 개인전에 출품된 작품들은 멀리서 바라 본 풍경을 파도라마처럼 수평적 구도로 보여줌으로써 작가 자신이 느끼고 있는 자연의 근접할 수 없는 '골격'을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근경의 자연과 수직 구도를 강화하여 자연에 대한 심적 거리를 좁히면서 도시인의 쉼터로서의 자연 이미지를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이전 전시에서는 강화도의 겨울 풍경과 그 풍경을 배경으로 몇몇의 노송을 전경에 배치하여 자연의 생명력과 웅장함을 그려냈다고 한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도시의 근린공원의 근경을 통해 우리 주위의 자연의 생생함과 정겨움을 쓸쓸한 정취 속에서 보여주고 있다.

민병권_모운_暮韻_화선지에 수묵담채_70×160cm_2008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 대부분은 올림픽 공원의 풍경과 작업실 부근의 근린공원의 풍경을 원경으로 혹은 근경으로 그린 작품들이다. 이전의 전시에서 보여준 작품들과 같이 원경의 수평적 구도의 풍경을 그린 작품도 여러 개 있지만, 많은 작품들이 화면 전면에 큰 나무 몇 그루를 배치하고 수평적 구도의 산이나 숲을 그림의 배경으로 삼고 화면 전면의 큰 노송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오솔길, 숲 속의 정자나 벤치, 그리고 몇 그루의 나무를 직접적인 소재로 삼아 공원의 소소한 풍경을 그린 작품들도 눈에 뛴다. 그는 먹의 농담 조절을 통해 배경이 되는 산세를 잡고, 세심한 붓놀림을 통해서 자연의 '기운'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광활한 풍경에서 특정 풍경으로 관심을 이동시킨다. 작가는 가까이 있는 자연을 이제까지의 자연의 기세를 담아내는 방식으로 엮어내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자연을 관조하게 만드는 수평적 구도에다 수직적 혹은 대각선 구도를 삽입하여 사유하는 자연이 아니라 그 속에 들어가서 숨쉴 수 있는 자연으로 변형시킨다. 동시에 먹의 농담의 강한 대비와 섬세한 붓질을 통해 일상의 소소한 풍경을 어둡고 섬세하게 그려냄으로써 도시인의 쓸쓸한 시선으로 바라 본 일상의 풍경을 그려낸다. 작가는 원경에서 자연의 기세와 웅장함을 나타내려고 했다면 근경에서는 자연의 의연함과 현대인의 고독감을 보여주려고 시도했다고 볼 수 있다.

민병권_우후_雨後_한지에 수묵담채_50×72cm_2008

민병권의 일차적인 목표는 수묵이라는 매체와 그 기법을 통해 자신이 파악한 '산수'를 잡아내는 것이다. 이것은 전통적인 산수화들이 추구했던 목표와 같다. 따라서 그는 예전의 선배 산수화가들이 꿈꿔왔던 것처럼 대가들의 위대한 작품들의 탐구를 통해 자연의 생명력을 자신의 방식으로 찾아내려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동시대인의 개인의 감수성을 통해, 즉 오늘날을 힘겹게 살아가면서 그것을 벗어날 수 있는 나만의 출구를 통해 세계를 바라보고 그것을 그리려고 하고 있다. 작가는 여전히 이전의 산수화가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본 것을 일필휘지로 화폭에 옮기고 싶어 하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자신의 감성을 먹의 농담과 필법으로 표현해 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러한 점이 그로 하여금 전통의 수묵 기법을 고집하게 만들고 있다. "한번 잘못 그은 획은 번복할 수 없다. 그것으로 끝이다." "먹의 번짐의 정도는 말로 설명할 수 없다. 그 느낌으로 이해할 뿐이다." 그는 공원의 쓸쓸한 풍경 속에서 자연의 생명력을 발견하고, 자신이 거닐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자연의 풍광을 일필로 그 기세를 잡고 세세한 붓질로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인 붓놀림과 기법으로 자신의 고유한 감수성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민병권_서있는 나무_한지에 수묵담채_57×60cm_2008

붓놀림과 먹을 이용하여 '산수'를 그리는 방식에는 면면히 내려온 전통이 있다. 그 전통은 과거의 수묵화를 그리는 방식의 단순한 답습이 아니다. 우리 선조들은 그 기법으로 자신들이 나타내고자 했던 수많은 자연과 그 시대정신을 구현해냈고, 그 후손들은 그 전통의 한계를 이해하고 극복하여 또 다른 시대정신을 구현해내고 있다. 전통을 따른다는 것은 단순히 그 매체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매체를 사용했을 때 선배들이 성취하고자 했던 것을 이해하고 그것을 수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시화되고 개인화된 우리의 사회에서 이전의 수묵화의 방식은 그 자리를 찾기 어렵다. 오늘날에 수묵화를 그리는 작가는 다른 어떤 영역의 화가들보다도 곰브리치가 규정한 바대로 미술가의 과업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야 한다. "미술은 없다 다만 미술가만 있을 뿐이다. 미술가란 선배 미술가들이 이루어 놓았던 전통을 이해하고, 그것에서 부족한 것을 느끼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자이다." 그 일을 수묵화 영역에서 묵묵히 그러면서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작가 중에 한명이 바로 민병권이다. ■ 장민한

동양의 예술은 오랜 세월 동안 주된 소재로 자연을 택하여 왔다. 현대를 살고 있는 나 역시 농촌의 풍광을 근간으로 하여 작업하여 왔는데, 선인들의 준법을 이용한 전통 산수와는 다르게 먹을 이용한 세밀한 붓의 사용으로 경물 전체를 즉물적 방식을 빌어 표현하여 왔다. 이는 대상에 대한 완벽한 이해만이 후에 나의 작업에 과감한 생략을 이용한 기운생동의 경지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었다. 이는 동양회화의 작화방식 중 취사(取捨)의 문제로 취함이 있어야 버려야 할 것을 알 것이라는 나의 생각 때문이다. 주로 농촌의 아름다운 풍광을 찾아온 나는 요즘 내가 살아가고 있는 주변의 소소한 풍경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지친 도시 문명 속에서 지친 영혼의 안식처를 넓고 광활한 대지의 기운으로 삼고 또한 그 속에서 전통과 현대의 접목에 대한 고심과 동양의 심미관을 찾아왔던 그간의 작업에서 벗어나, 내가 살고 있는 주변 공원의 평범한 풍경을 담아냄으로써 자연이라는 것이 그리 멀지 않은 내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깨닫고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 갈수록 이기적인 물질문명으로 변모하고 있는 현대의 도시 속에서 자연은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하여 본래의 모습에서 변질된 자연의 풍광일지라도 나는 그 소소한 풍경을 의미 있게 감사히 받아들이고 싶은 것이다. 또한 전통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든 동양화를 함에 있어 어떠한 고정적인 형식에만 치우침 없이, 내가 살며 느끼고 있는 다양한 자연경관을 담아냄으로써 지금 존재하고 있는 현실경을 자연의 아름다움이라는 주제의식에 맞추어 표현하고 싶다. 그것이 비록 기존에 작업해왔던 광활한 대지의 기운의 창출은 아닐지라도 현대를 살고 있는 나와 내 주변의 자연 풍광 속에서 안식처를 삼고 그것에 대한 미를 창출해 내고 싶은 것이다. ● 거대한 자본주의 시대 속에서 우리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자연이라는 생명의 본질을 점차 잃어가는 지금 이 시점에서, 난 내가 살고 느끼고 노닐 수 있는 우리의 모든 풍광을 소중히 마음에 간직하고 표현하여 동양의 회화의 본질이 결국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자연이라는 것을 깨닫고 담아내고 싶은 것이다. 그것이 나의 회화 창작의 목적이며 소명이라 생각한다. ■ 민병권

서울시립미술관 SeMA 신진작가전시지원프로그램 본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시행중인 2008 SeMA 신진작가전시지원프로그램 선정작가 전시입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전시장 임대료(500만원 이내), 도록, 엽서 등 인쇄물 제작, 온-오프라인 광고를 통한 홍보, 전시 컨설팅 및 도록 서문, 워크숍 개최 등 신진작가의 전시전반을 지원하는 SeMA 신진작가전시지원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Vol.20080826g | 민병권展 / MINBYOUNGGOWN / 閔丙權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