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공간변주

홍상현展 / HONGSANGHYUN / 洪尙鉉 / photography   2008_0827 ▶ 2008_0902

홍상현_도림동 하니아파텔_젤라틴 실버 프린트_120×90cm_2008

초대일시 / 2008_0827_수요일_05:40pm

서울시립미술관 SeMA 신진작가전시지원프로그램

관람시간 / 10:00am~07:00pm

토포하우스 TOPOHAUS 서울 종로구 인사동11길 6(관훈동 184번지) Tel. +82.(0)2.734.7555 www.topohaus.com

공백의 해석_역전된 시선이 맞닿는 공간 - 아래에서 위를 향해 포획된 세계 ● 홍상현은 위를 바라보는 사진가이다. 그의 사진적 시점은 언제나 위에서 아래가 아닌 아래에서 위를 향해 있다. 또한 건물 끝자락과 맞닿아있는 건물 사이의 뚫려진 공간만이 그에게 있어 포착의 대상이 된다. 일상에서 쉽게 발견되는 주상복합건물, 호텔 등 인간이 주거하는 공간들을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작가의 렌즈를 통해 포획된 이미지는 생경하다. 중앙이 뚫린 주상복합형 건물의 중앙은 비어있다. 그에 따라 올려다보는 시점에 의해 포획된 낯선 이미지는 생경한 감각을 만들어낸다. 이처럼 뚫린 공간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그를 둘러싼 병풍 같은 건물과 대비되어 새로운 조형적 감각을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공간의 개폐와 그것을 바라보는 시점이 만들어낸 사진이미지는 우리에게 새로운 시공간적 감각을 경험케 한다. 일단, 홍상현의 새로운 사진적 시점은 생경함과 기발함으로 인해 보는 이의 눈길을 잡아두는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홍상현이 포획한 『변주된 건축공간』사진에서 우리는 무엇을 읽을 수 있는가?

홍상현_내수동 용비어천가_젤라틴 실버 프린트_90×120cm_2008

흑백은염사진으로 찍혀진 그의 사진은 기발한 시각성과 함께 구조적인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그것은 하나의 의미체로서, 어떤 공통점을 띠고 있으면서도 새로운 범주를 구성하고 있다. 하늘과 맞닿은 건물의 사진적 평면화를 통해 하나의 미학적 범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우선은 그가 획득한 이미지의 경로를 더듬어보기로 하자. ● 먼저 그는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신이 찍을 건물들을 캐스팅한다. 그리고 그는 질서와 위계로 가득 찬 거대한 거주공간을 대상으로 게임을 벌인다. 적절한 구도를 잡아 적당한 양의 빛이 투과되는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그는 그곳에서 건물에 거주하는 사람들, 드나드는 사람들, 이용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 다음은 빛과 싸울 차례이다. 별도의 조명 없이 빛을 충분히 활용해 노출을 조정하며 한 장의 사진을 획득한다. 개폐된 공간의 구조에 따라 빛의 투과방향과 정도가 다른데다가 디지털 사진이 아닌 아날로그 은염사진을 찍는 작가는 노출정도에 따라 얻어지는 효과들을 미묘하게 조율한다. 이렇듯 지난한 과정을 거쳐 포획된 사진이미지는 작가의 눈(시선)을 통해 빈 공간의 사방을 둘러싼 시간, 사람, 기능, 이 모든 것들을 함축하고 있다.

홍상현_종로1가 르메이에르_젤라틴 실버 프린트_90×120cm_2008

역전된 시선의 반전 ● 역전된 시선의 방향은 건물 공간의 개폐 구조와 하늘이 맞닿은 경계선을 역동적인 이미지로 바꾸어 놓는다. 그것은 언뜻 보기에 심리학적 공간을 역설한 바슐라르의 『공간의 시학』의 논점과는 정반대의 위치에 놓여있는 듯 보인다. 일그러진 심리적 공간과는 거리를 두고 역동적이고 구조적인 건물의 뼈대를 노출시키며 맨살을 드러낸다. 어떤 조작도 가하지 않은 채 수작업으로 완성된 순수 은염 사진의 장인적 작업은 화장기 없는 듯한 사진의 맨얼굴을 보여준다. 건물은 사회적 질서와 구조가 가시화되어있는 복합체라 할 수 있다. 그가 대상으로 삼는 공간구조는 질서와 규율의 지배를 받는 세계이다. 가운데가 뚫려있고 그 주위를 병풍처럼 둘러싼 건물의 구조는 사실 푸코가 근대화를 가능케 한 권력체계를 밝히기 위해 예로 든 판옵티콘으로부터 기원한다. 내면화된 감시를 위해 중간을 비워두는 판옵티콘은 감시자 없이도 죄수들 자신이 스스로를 감시하는 감옥을 말한다. 주상복합 혹은 오피스텔 건물은 그 매끈한 외관에도 불구하고 판옵티콘 구조를 떠오르게 한다. 비록 감시탑은 없을지라도 일상 속에서 통제를 내면화하는 구조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것은 통제의 기능, 집중화의 기능을 가진 건물들로 거대하고 냉혹한 공허함만 남긴다. ● 그런데 뜯어보면 홍상현의 사진은 판옵티콘 구조에서의 시선을 역전시키고 있다. 감시의 주체가 누구인지, 그리고 건물의 판옵티콘 구조에 따라 말없이 스스로를 감시하는 대상은 작가인 홍상현의 사진적 시선에 따라 역전된다. 그는 아래에서 위를 바라봄으로 보편적으로 감시자가 위에서 아래를 한눈에 바라봄으로써 통제를 강화했던 기존의 시선체계를 뒤집어 놓는다. 그의 사진적 시선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홍상현_목동 Fill U_젤라틴 실버 프린트_90×120cm_2008

폐쇄공포와 불안 메우기 ● 건축이론가 안소니 비들러가 『공백의 해석: 건축과 공간적 불안』에서 말했듯, 모두를 위한 공간-그 속에서 대중사회 속의 개인이 각자 자신의 가정을 발견할 수 있다고 가정되는-이라는 겉보기에는 보편주의적인 이 시각너머에는 특별한 종류의 불안이 존재한다. 건축가의 시각에서 보면 이것은 작은 것, 개별적인 것, 진부한 것, 일상적인 것에 대한 불안, 요컨대 사람이 많은 거대도시에 직면에서 발생하는 폐쇄공포증인 것으로 보인다. 이 지점에서 작가의 심리적 층위가 드러나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건물에 둘러싸여 질서체계를 요구하는 폐쇄적 환경에 대한 무의식적 강박이 아닌가 한다. 병풍처럼 둘러싼 건물숲 속의 빈 구멍을 그의 시선으로 메우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빈 공간을 "여백"이라 말한다. 그는 "개방된 공간을 사진적으로 평면화"하며, 그것을 "여백 혹은 공백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시각화한다.

홍상현_목동 미래사랑_젤라틴 실버 프린트_120×90cm_2008

한편 작가의 작업에서는 원근법적 시선이 감지된다. 아래서 위를 향하는 구도를 통해 주체적 시선의 역전을 획득한다. 그것은 건물에서 나타나는 선들이 하나의 소실점으로 모아지게 되는 원근법적 시각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일반적인 원근법적 시선과는 달리, 소실점이 빈 공간으로 모여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중앙이 개방된 공간을 평면화시키는 과정에서 빈 공간을 화면의 중앙에 위치시킨 것이다. 하지만 화면의 중앙에는 결국, 공백으로서의 하늘이 위치해있음으로 원근법적이고 지각적인 실체로서의 배경이 아닌, 물리적 건물과 대비되는 형이상학적인 허공으로 읽혀지게 된다. 결국 원근법적 시선의 중심은 빈 허공으로 이동된다.

홍상현_충주호리조트_젤라틴 실버 프린트_120×90cm_2008

오늘날 공간은 복잡한 문화적, 지적 구성물로서 이해될 수 있다. 역사적-문화적 측면에서 볼 때 공간은 항구적인 개념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과 고안자에 따라 변천하는 개념이며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개념이다. 공간이 환경을 물리적으로 둘러싸고 물리적으로 장소를 차지한다는 것은, 영토와 경계선을 유용하게 확장하고 소비하고 재생산한다는 것(지도그리기와 바라보기의 기술에 도움을 받아)과 더불어 우리 삶의 항상적인 요소 중의 하나이다. 공간을 지각하고 공간 속에 거주한다는 것은 개인적, 사회적 경험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어법에 길들여져 판타지의 세계 속에 정주하고 있는 사진의 조류 속에서 홍상현의 발견은 더욱 가치 있게 여겨진다. 그의 독특하고 기발한 감각이 '유연하고 개방적인' 태도를 지속하며 사진적 목소리들을 높여가길 바란다. 신선한 사진적 시각을 전통적 은염사진으로 보여주는 홍상현의 발견이 그의 다음 행보를 내심 기대하게 한다. ■ 김우임

서울시립미술관 SeMA 신진작가전시지원프로그램 본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시행중인 2008 SeMA 신진작가전시지원프로그램 선정작가 전시입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전시장 임대료(500만원 이내), 도록, 엽서 등 인쇄물 제작, 온-오프라인 광고를 통한 홍보, 전시 컨설팅 및 도록 서문, 워크숍 개최 등 신진작가의 전시전반을 지원하는 SeMA 신진작가전시지원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Vol.20080826h | 홍상현展 / HONGSANGHYUN / 洪尙鉉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