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이사 Quasar

김철민展 / KIMCHEOLMIN / 金哲民 / sculpture   2008_0827 ▶ 2008_0902

김철민_퀘이사 Quasar_동_60×38×60cm_2008

초대일시 / 2008_0827_수요일_05:00pm

큐브스페이스 CUBESPACE 서울 종로구 인사동 37번지 수도약국 2층 Tel. +82.(0)2.720.7910 www.cubespace.kr

기억을 사진한 조각 ● 사람의 삶을 지속시키는 것은 다양하다. 명예와 권력, 돈과 외모, 가족, 그리고 사람과 사랑... 물론 인간의 복잡한 성향은 그중 하나만을 선택하게 하지는 않는다만 우리는 누구나 어느 한부분에 편향하게 된다. 그것이 무엇이건 어떤 의미를 지녔건 인간의 외로운 삶을 지탱시킬 힘이 되어준다는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란 생각을 한다. 우리는 때론 시간이라는 것에 집착키도 한다. 그것은 과거의 흘러간 시간이거나, 혹은 현재, 바로 지금 일어나고 있거나, 미래에 다가올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인간은 누구나 인생의 한 순간에 집착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이 과거의 어느 순간에 대한 집착일 경우, 아마도 그것은 즐거움과 동시에 돌아오지 않음을 기다리는 슬픔을 동반할지도 모른다. 아무리 아름다운 시간도 흘러가버린 것에 대한 미련은 인간을 슬프게 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그로인한 기다림으로 미래를 만들며 현실을 지탱한다는 것은 또한 얼마나 힘겨운 일이겠는가?

김철민_퀘이사 Quasar_동_90×42×37cm_2008
김철민_퀘이사 Quasar_동_62×95×43cm_2008

김철민은 그러한 순간에 대한 기다림으로 작품을 내어 놓는다. 그의 작품은 주로 동선과 작은 동판의 용접이 주를 이룬다. 조각조각 이루어진 동선과 동판들은 개별의 시간이나 기억의 편린, 혹은 우주를 이루는 작은 에너지, 소우주의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소우주들은 반복적으로 용접되어 하나의 유기적 형상을 구성하게 되는데, 그러한 유기적 형상은 우리의 삶, 혹은 시간, 우주에서 나타나는 만남의 순간에 발생하는 에너지와 사건들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작품의 전체를 이루는 정형화 되지 않은 불규칙한 형태는 시간과 사건이 발생하는 우연적인 모습과 작가의 생각을 자유롭게 풀어내기 위한 선택이었다.

김철민_퀘이사 Quasar_동, 알루미늄_197×130×180cm_2008
김철민_퀘이사 Quasar_동_78×56×60cm_2008

그는 작품 중 유독 「Quasar」라는 작품에 비중을 두고 있었다. 그의 설명을 빌리자면 「Quasar」는 우리가 관측 할 수 있는 가장 먼 천체이며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가장 밝은 천체라고 설명한다. 멀리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측이 가능하다는 것은 그 천체가 가진 무한한 에너지의 방출이라는 것과 더욱이 그것이 우리에게 관측되는 순간, 이미 아득히 먼 과거를 살고 있었다는 점이 그에게 작품의 모티브를 제공한다. 그는 퀘이사의 이러한 단면으로 우주의 생명에너지가 모이고 확산하고 어울림과 동시에 흩어지며 시간을 생산하고 소멸해 가는 것, 나아가 인간사와 만물에 대한 생명에너지와 새로운 에너지로의 진화를 본 것이다. 작가에게 그것은 마치 오래된 설렘의 기억에 대한 동경과 그것을 기다리는 시간에 대한 보상과도 같은 것으로 그의 삶을 지속시키는 과거이기도 하다.

김철민_퀘이사 Quasar_동_60×80×60cm_2008
김철민_퀘이사 Quasar_동_168×68×50cm_2008

그의 작품을 대하면서 그녀의 시조 한 구절을 떠올렸다. 긴 밤의 한 허리를 떼어 이불속에 고이 넣어두었다가 임 오신 밤 굽이 펼치리라고... 그의 작품은 기억의 한 허리를 뚝 떼어 그 기억을 사진하듯 그렇게 간직한다. 언젠가 굽이 펼칠 날을 기약하면서... 김철민의 전화를 받고 잠시 생각했었다. 그의 작업을 현대 조각사의 어떤 공식에 대입하여 풀이해야 할까...과연 그것은 옳은 것일까... 아주 오랜만이 되어 버리는 그와의 만남마다 나는 새삼스레 놀라곤 한다. 그의 외향과는 달리 그가 가진 감수성은 여성성에 가깝다. 그가 가진 기억의 어떤 순간이 그다지도 애틋하게 그를 붙잡고 있는 것인지를 생각해보며 어쩐지 그가 현실과는 거리를 두고 있는 사람 같다는 생각을 한다. 아마도 예술가는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어느 곳에 서있을 것이다. 그것은 예술이라는 것이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어딘가에 존재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 이유로 나는 예술가들이 세상과 자신이 소유한 비현실을 즐기며 놀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영화 『Being Julia』의 처음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무대에 올랐을 땐 오직 극장만이 네 현실이란 것을 ... 극장밖에 있는 모든 것은 소위 현실이란 것은 허상에 불과하단 것을 기억하라." ■ 김영신

Vol.20080828d | 김철민展 / KIMCHEOLMIN / 金哲民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