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방

임선영展 / IMSUNYOUNG / 任宣泳 / photography   2008_0829 ▶ 2008_0906

임선영_Untitled 2_디지털 프린트_84×106cm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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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08_0829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30am~07:00pm

갤러리 브레송 GALLERY BRESSON 서울 중구 퇴계로 163 (충무로2가 52-6번지) 고려빌딩 B1 Tel. +82.(0)2.2269.2613 gallerybresson.com

기억의 미장센 - 임선영 『그의 방』 ● 임선영 작가는 파리에 머물며 파리지앤 싱글남의 방을 방문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아를르의 노란 방에 영감을 얻어 시작된 이 일련의 작업은 '우리는 공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인식하고 있는가?'라는 예술가적 의문에서 출발하는데, 그 해답을 찾아가는 길은 유난히 산뜻하고 발랄하며 감성적이다. 공간에 대한 기억과 인식의 시험무대로서, 하필 혼자 사는 삼십대 싱글남의 방, 그것도 외국남자들의 방을 선정하기에 이른 것은 삼십대라는 작가의 연령이나 감수성과도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의 방을 방문하는 일, 그것도 혼자 사는 동년배 이성의 방을 들여다보는 일은 누구에게나 호기심에 가득 찬 일이며, 개인적인 감정이 조금도 섞여있지 않다고 해도 왠지 설레는 일임이 분명한 것이다. 소위 홀아비가 된 백석 시인의 습내 나는 찬 방이나 혼자 사는 사촌동생 내지 동창 녀석의 고리타분한 하숙방을 방문하는 것보다는'삼십대' '파리지앤' '싱글남'이라는 세 가지 단어가 결합해 이루어낸 공간은 단어 하나하나로부터 그 얼마나 로맨틱한가! 예술가의 방이나 장인의 작업실이 이미 사람들의 호기심을 숱하게 자극하고 충족했던 전통적 관음(觀淫) 공간이었다고 한다면, 임선영 작가가 선택한 공간은 훨씬 더 매력적이고 판타지한 공간이다. 그 곳은 창조가 행해지는 절대적 공간, 즉 방문객이 함부로 손을 대고 침범할 수 없는 조물주의 공간이 아니라, 궁금하고 신비스럽기는 하되 당당히 초대받아 들어가서 서로 교류하며 변형할 수 있는 세속의 공간이다. 그러므로 그 방이 가진 창조적 영감은 거주자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방문자 모두에게 열려있다.

임선영_Untitled 3_디지털 프린트_84×106cm_2008
임선영_Untitled 4_디지털 프린트_84×106cm_2008
임선영_Untitled 8_디지털 프린트_84×106cm_2008
임선영_Untitled 9_디지털 프린트_84×106cm_2008

작가가 포착한 방들은 언뜻 싱글남의 공간답지 않게 차분하고 정적으로 보인다. 화려한 실크벽지로 도배하는 우리나라의 아파트와는 달리 고급 아파트들을 제외하고는 벽지를 거의 쓰지 않고 페인트칠을 하거나 벽지를 쓴다고 해도 대부분 흰색이나 아이보리를 많이 쓰는 파리 아파트의 특징 때문이기도 할 것인데, 그에 더해 소파나 커튼 등의 패브릭까지 거의 흰색 위주인 것은 작가의 의도이기도 할 것이다. 임선영 작가가 보여주는 『그의 방』은 실제 공간을 사실 그대로 재현한 것이 아니라, 촬영 후 컴퓨터로 '내부 수리'를 거친 것들이다. 어떤 방은 그 자체에 약간의 마감을 다시 했을 뿐이기도 하고 어떤 방은 가구며 장식이며 거울이며 문을 뜯어내고 아예 재조합하기도 했다. 내부 수리용 설계도는 투시나 조감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오직 작가가 받은 인상과 기억에 의한 것이다. 방의 주인들이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던 소품이나 가구의 히스토리도 방의 배치나 장식을 바꾸고 변형하는 중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임선영_홍콩에서 가지고 온 그의 옷장_디지털 프린트_84×106cm_2008

집이 총체적이라면 방은 개체적이다. 개체이므로 집이라는 조직에 속해 있을 때보다 '지상의 방 한 칸'이라는 말처럼 독자적인 존재감을 가질 때 더 멋스럽다. house나 home이 가족이나 가정, 고향의 다른 말로 쓰일 수 있는 것에 반해 room은 오직 개별자를 위한 공간을 부르는 말로 쓰인다. livingroom이거나 bathroom처럼 앞에 기능을 설명하는 어떤 단어와 결부될 때 룸은 '공간'그 자체의 추상성을 잃고 집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기능공간으로서의 하위개념으로 전락하고 만다. 그러므로 룸은 각각 룸으로 홀로 존재할 때가 멋있다. 그럴 때 룸은 다른 말로 '여지(space)'이거나 '가능성(capacity)'이다. 그래서 나는 임선영 작가의 작업이 『그의 집』이 아니라 『그의 방』인 것이 다행이다. 그의 방이 아니라 그의 집이었다면 기억의 공간화 작업은 얼마나 포괄적이고 총체적인 공사가 되어버렸겠는가. 그 내부수리는 훨씬 더 대대적인 규모로 진행되어야 했을 테지만 방의 내부수리처럼 은밀하고 신비롭지는 못했으리라. 언제 한번 임선영 작가를 만나『그의 방』과 그의 방의 거주자들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들으며 수다 떨고 싶다. ■ 최현주

Vol.20080829g | 임선영展 / IMSUNYOUNG / 任宣泳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