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파장 Wavelength of Love

허진권展 / HURJINKWON / 許鎭權 / painting   2008_0826 ▶ 2008_1109

허진권_Wavelength of Love_한지에 아크릴채색_120×120cm_2008

서울展 초대일시 / 2008_0826_화요일_05:00pm 북경展 초대일시 / 2008_1025_토요일_05:00pm

관람시간 / 09:00am~05:00pm

2008_0826 ▶ 2008_0908

밀알미술관 MILAL MUSEUM OF ART 서울 강남구 일원로 90(일원동 713번지) Tel. +82.(0)2.3412.0061 www.milalmuseum.or.kr

2008_1025 ▶ 2008_1109

S'A'Y FINE ART 798 Art District. No.2 Jiuxianqiad road Chaouang District, Beijing, CHINA Tel. +82.10.6025.0438

허진권, 운동에너지와 사랑의 파장 ● 어릴 적에 누구라도 한번쯤은 파이프통에 입을 대고 소리를 불어 보내는 장난을 해보았을 것이다. 한쪽에서 소리를 불면 관을 타고 소리가 저쪽으로 순식간에 이동한다. 지금 생각하면 이상할 것도 없지만 어떻게 소리가 데굴데굴 굴러가나 어린 마음에 신기해서 양쪽이 터진 통 같은 것을 보면 냅다 소리를 질렀던 기억이 난다. 허진권의 그림이 꼭 그와 같다. 조그만 점을 중심으로 해서 소리가 점차 증폭되는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프통을 통해 전해오는 공명(共鳴)처럼 동그라미 이미지도 메아리를 치며 데굴데굴 굴러온다. 파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고요한 호수에 던진 돌맹이의 파문이 커져 점차 덩치를 키워가는 모습이다. ● 그의 화면에는 작은 점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일일이 점을 찍어 만든 점이다. 어떤 것은 대여섯 번씩 찍어 색차를 주었고 두께감을 실었다. 그냥 점만 찍은 게 아니다. 전체 흐름에 따라 정연히 자리잡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심원을 중심으로 크기가 조절되어 있다. 중심축에서 바깥으로 번지는 구도로 되어 있다. 점들은 물결처럼 주위로 퍼져간다. 조형적인 설정으로만 그치는 줄 알았는데 작가는 그것을 뜻밖에도 인간관계로 설명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베풀면 그 관심이 파도쳐 흘러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운동 에너지는 다른 지점에서도 나올 수 있다. 화면의 다른 중심축이 그 점을 암시해주고 있다. 서로의 파장이 부딪혀 새로운 에너지가 나온다. 이 경우 제3의 에너지가 생성된다. 처음에는 미미하게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눈사태처럼 걷잡을 수 없는 힘을 지니게 된다는 얘기다. 그러고 보니 허진권은 점을 찍으며 아름다운 공동체를 꿈꾸는 화가다. 그 점안에 따듯한 마음이 들어가 있고 이웃에 대한 배려가 스며들어 있다. 점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기에 그런 작업이 나왔으리라. 그에게 있어 점은 단순한 형태가 아니라 숭고한 정신이 깃든 사랑의 표시로 읽힌다.

허진권_Wavelength of Love_한지에 아크릴채색_120×120cm_2008

허진권은 이번 개인전에 몇 개의 테마를 선보인다. 등잔을 준비한 처녀, 오병이어 이야기, 들에 핀 백합화, 그리스도의 세례 등이다. 성경에서 가져온 모티브들이며, 그리하여 성경의 이야기가 얼마든지 훌륭한 작품소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전반적으로 스토리를 송두리째 옮겨오는 식이 아니라 요지만 간추려 자신의 눈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 먼저 등잔을 준비한 처녀부터 살펴보자. 비유의 걸작으로 일컬어지는 등잔을 준비한 처녀 이야기(마 25:1-13)는 혼인초대를 받은 처녀들중 다섯은 여분의 기름을 준비하여 한밤중에 온 성공리에 신랑을 맞이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다섯 처녀는 모두 혼인잔치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준비가 소홀한 처녀는 결국 잔치집에 들어갈 수 없었다. 얼핏 보면 화면은 일반 추상회화와 다를 것이 별반 없어 보인다. 그러나 시선을 멈추면 모종의 이미지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기름이 가득한 등잔을 묘사하였음을 알 수 있다. 호롱불이 타오르면서 주위를 환하게 비추어주고 있다. 점점이 불길이 다이아몬드에 반사된 빛처럼 교교하게 퍼져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허진권_Wavelength of Love_한지에 아크릴채색_120×120cm_2008

다음으로 오병이어는 예수가 갈릴리 건너쯤에서 설교를 하시다가 사람들이 시장해하는 것을 간파하고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그들을 배불리 먹이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요 6:35) 그림에는 아이가 바구니에 빵과 물고기를 가져나오는 모습이 등장한다. 아이의 형상을 뼈대만 간략히 추렸지만 갈릴리에서 펼친 기적을 담고 있다는 것을 짐작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여기서도 주위에는 빛같은 것이 반짝인다. 후광은 아니지만 그리스도의 신적 섬광이 아이를 축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들에 핀 백합화는 자연의 모든 피조물이 하나님의 돌보심 안에 있는 것처럼 인간 또한 하나님이 돌보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마 6:28)

허진권_Wavelength of Love_한지에 아크릴채색_120×90cm_2008

백합화가 핑크빛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줄기에서 나온 이파리가 좌우로 뻗어있고 백합화가 환한 표정을 지으며 방긋 웃고 있다. 구슬로 장식한 보석화처럼 그림에는 똘망똘망한 구슬이 꿰어져 있다. 이슬을 먹고 자라는 아름다운 백합화처럼 인간은 하늘의 곳간에서 내려주는 은총을 먹고 자란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예수의 세례장면을 형용한 그림도 등장한다. 그리스도는 지상사역을 시작하는 무렵에 갈릴리에서 세례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게 되는데(마 3:13-17) 그림은 이 장면을 간략히 묘출하였다. 하단에는 세례 요한이 예수에게 물로 세례를 주는 동작이 나오고 상단에는 성령을 상징하는 비둘기가 등장한다. 하늘을 중심으로 하는 파장과 예수를 중심으로 하는 파장으로 나누어 하늘의 신성과 땅의 인성이 그리스도 가운데서 통일되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화면을 녹색으로 덮어 메시야의 공생애가 진정한 평안과 안식의 시발점임을 암시해주고 있다.

허진권_Wavelength of Love_한지에 아크릴채색_54×35.5×5cm_2007

허진권의 그림은 색과 점이 화면형성에 주요한 근간을 이루고 있다. 색깔의 명시성이 높고 동일 형태와 색깔을 반복하는 특성을 지닌다. 어떻게 보면 반복이 되풀이되어 인위적이며 도식적으로 비춰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작품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말랑말랑한' 내용이 스며들어 있다. ● 작가가 기대하는 세상이란 무엇인가? 그것을 한마디로 기술하기란 어렵다. 성급한 단정은 오판을 불러들이기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소망을 적어본다면 사랑이 불길처럼 타오르는 세상이 아닐까. 작가는 다툼과 불화, 전쟁과 가난, 욕망과 야심, 이기심과 나르시시즘, 환란과 재해가 인간을 삼켜버릴 듯 위협하는 세상에서 사랑이 유일한 탈출구임을 가르쳐준다. 작가는 사랑이 울창한 숲을 이루는 꿈을 꾸고 있기에 숨을 쉬고 있다고 여긴다. 꽃물을 들이듯 자신의 순수한 꿈을 화폭에다 물들이고 있는 것이다. ■ 서성록

Vol.20080830c | 허진권展 / HURJINKWON / 許鎭權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