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고통

홍인숙展 / HONGINSOOK / 洪仁淑 / painting   2008_1001 ▶︎ 2008_1013

홍인숙_명랑한 고통-후두둑_한지에 혼합재료_120×150cm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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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8_1001_수요일_06:00pm

The Value of Life Grasped through Pain展

관람시간 / 11:00am~07:00pm

문화일보갤러리_MUNHWAILBO GALLERY 서울 중구 충정로 1가 68번지 Tel. +82.2.3701.5755 gallery.munhwa.co.kr

살아낸 만큼의 이야기_명랑한 고통 홍인숙展 ● 이제 우리는 그가 살아냈을 만큼의 또 다른 이야기인 그리기를 그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김최은영『기전미술5_'살다' 같은 '그리다'. 홍인숙論』중에서 ● 지난해 홍인숙을 만나 그의 그림에 대해 글을 썼다. 아니 그의 삶에 대해 썼을 지도 모른다. 다시 얼마의 시간이 흘러 홍인숙을 만난다. 마찬가지 이유로 그의 그림을 보기 위함이었으나 이번에도 어김없이 바로 그, 그의 삶을 보고 만다. ● 「명랑한 고통」이라는 일련의 작업들은 그간의 홍인숙이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내러티브narrative다. 몸뚱이는 사라지고 얼굴만 남은 홍인숙표 그림들은 詩語의 그것처럼 예전보다 훨씬 많은 부분이 생략되어 있다. 서술적인 이야기가 사라지고, 은유의 이야기가 등장한 그의 그림은 오히려 조금 더 쉬운 소통의 코드를 열어 놓고 있는 것만 같다. 그림마다 등장하는 여러 가지 '사이'들이었던 '새'들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지만 '사이'와 같던 '새'를 대신하는 미장센Mise-en-Scene적 도구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둥근 머리띠 위의 새 두 마리, 해害가 되지 않는 불을 뿜는 공룡인형, 정말 쓸 수 있다면 너무 좋을 토끼 구름모자들은 단순한 장치로 해석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것들은 작가 자신의 의식이 형상화된 것으로 이해되며, 따라서 나는 이것들에 미장센이라는 이름을 붙여본다. ● 미장센이 등장한다고 해도 어떻게 함축된 이미지들이 서술적 이야기보다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것일까? 이전의 그림은 등장인물이 있었고, 이야기의 무대가 되어주는 배경과 짐작이 가능한 사건들이 등장한다. 개인사를 바탕으로 마련된 서술적인 작업은 주어진 스토리를 따라 가다보면 누구나 짐작 가능한 이야기에 봉착하도록 유도된다. 이러한 작가의 의도된 수사적 장치는 일종의 속임수로 기능하여 우리가 행간을 읽어야 한다는 사실을 지나치게 한다. 반면 현재의 작업은 일상의 소재들을 함축적인 조형요소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러한 함축성은 행간자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오히려 읽기가 쉽다는 말은 행간자체가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홍인숙_명랑한 고통-후두둑_한지에 혼합재료_120×150cm_2008

기존의 작업은 대부분 과거 사실에 근거를 두지만 현재의 작업은 현재의 모습이거나 혹은 미래에 대한 이야기다. 과거는 현재보다 오히려 구체적일 수 있다.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를 재구성하는 동안 구체적으로 형상화시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우 확실하고 명확해 보이는 현실의 맥락은 과거와 미래의 요소를 동시에 보여주기 때문에 이쪽도 저쪽도 아닌 상황이 되어버리기 쉬울 뿐만 아니라 결과나 결말이 아닌 진행형이기에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다. 따라서 홍인숙의 이와 같은 변화는 서술적 과거의 그리기에서 상징적 현재의 그리기로 전환되고 있는 지점정도로 보여 진다. ● 상징처럼 보이는 현재의 그림 속 등장하는 여러 가지 구성요소들을 홍인숙은 그저 '그냥 그렸어요.'라고 진술하며 사실fact이라고 말한다. 작정하고 작업하지 못하는 사람 홍인숙은 일상의 사소한 사유를 메모와 낙서로 그때그때 남겨두었다가 그것이 단어에서 문장이 되고, 문장이 만들어진 후 이미지를 그려 넣어 그제서야 작업이라는 단어에 적합한 행위를 실천에 옮긴다.

홍인숙_명랑한 고통_한지에 혼합재료_120×150cm_2008

진짜로 구름모자를 쓰고 다니면 얼마나 좋겠어요. / 의성에서 농사짓는 애자氏 얼굴하고 점점 닮아가요. / 공룡도 아니면서 공룡 같은 불을 뿜고 왔는데 그게 또 왜 그랬을까요. / 일반적인 삶이지만 끈으로 예쁘게 묶으면 좋잖아요. / 그런 사람들이 있으니 내가, 내 얼굴이 점점 동그래져요-홍인숙 ● 뻔한 질문에 시詩처럼, 노래처럼 대답하는 사람 홍인숙은 그렇다. 변명이나 설득보다 도리어 하기 힘든 말이 되어버린 '미안해요'와 '고마워요' 같은 말들을 입 밖으로 내뱉기 민망한 상황과 상관없이 '진짜 그러니까요.'라며 툭! 던지는 사람이다. 자꾸만 주변에서 좋은 사람들만 만나고 산다는 홍인숙.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자꾸 만나는 건 또 다른 이유가 있을꺼라고 얘기하는 홍인숙. 그래서 또 그림도 그렇게 그려지는 거라고 말하는 홍인숙은 「점점 동그래지는 얼굴」로 변화의 순간을 맞이한 바로 지금의 자신을 그린다. 달라지는 그 순간, 그 찰나는 고통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달라지는 것이 행복이고 긍정이라면 기꺼이 「명랑한 고통」으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홍인숙이다.

홍인숙_토끼 구름모자_한지에 혼합재료_120×150cm_2008

그런 그에게 작정과 비슷한 단어인 의도는 없다. 만화적으로 그리려고 의도하고 그린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낡은 책에서 발견된 자신의 어린 시절 낙서이미지를 본 따 그리다보니 만화 이미지인 것. 유치한 색으로도 팝pop적인 색으로도 판명되는 알록달록 색들과 정형화된 형태도 자꾸 사람들이 왜 그러하냐 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단청을 보고 자란 덕이 아니겠냐고 말하는 홍인숙을 보며, 나는 사회가 손쉽게 유지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범주와 분류를 떠올린다. ● 그러나 규격화 해놓은 범주와 분류 사이에 행간이라는 적절한 단어도 남겨두었으니 홍인숙에겐 퍽이나 다행스러운 일이다. 무리지어 놓길 좋아하는 분류 속에 새로운 경우의 수를 만들어주는 작가. 만화든 팝이든, 드로잉이든 판화든, 동양화든 그것은 그냥 홍인숙의 그림이다. 그의 이야기다.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다고 이야기하는 우리의 모습이다.

홍인숙_점점 동그래지는 얼굴_한지에 혼합재료_120×145cm_2008

홍인숙의 그림을 볼 땐 사실fact처럼 보이지만 진짜 사실은 행간을 읽어야 알 수 있다. 더구나 읽는 행위에는 그것을 보는 사람의 경험과 가치관이 투사되기 때문에 행간의 의미는 한층 더 다양해지고 복잡해진다. 그리하여 홍인숙의 이야기는 개인의 이야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다른 말로 하자면 홍인숙의 작업을 통해 향유자는 자신의 과거와 경험치를 조형적 요소를 통해 새롭게 구성하게 되는 것. 따라서 홍인숙의 작품은 작가 자신의 개인사를 이야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가치에 대한 접근법을 그만의 예술적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홍인숙_점점 동그래지는 얼굴_한지에 혼합재료_120×145cm_2008

예술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 개인의 이야기와 사회의 이야기가 굳이 나뉘지 않는 것. 아니 개인의 이야기가 결국 사회의 이야기인 동시에 역사가 되는 것. 그곳엔 사실의 기록이라는 방식만이 존재하는 듯 하지만 종종 말로 다하지 못하는 것들은 예술작품을 통해 드러나기도 한다. 우리는 종종 버려진 것과 남겨진 것에 대해 가혹한 구별을 한다. 그것이 때로는 타당한 사적(史的)의미를 품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는 작은 가치에 대한 무심함으로도 읽힌다. 유물, 골동품, 흔한 물건들 따위로 쉽게 분류될 수 없는 작은 가치들은 홍인숙 자신의 눈을 통해 재발견되며, 우리는 그 가치들이 개개인의 추억들을 담고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그의 작업이 대부분 그러하듯, 이러한 가치의 맥락은 작가본의에 의해 작품으로 표현되며, 보는 이들은 그녀의 작품과 소통함으로써 그러한 가치들의 형상들을 일종의 코드로 공유하게 된다. 더구나 이러한 작업을 통해 그녀는 흔히 볼 수 있는 작가주의에 대한 무조건적이고 획일적인 열정을 옹호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는 그러한 형식적 틀을 벗어 버리고 전혀 다른 방향에서 새롭게 보여주며, 그 덕에 우리는 거대한 성역처럼 여겨지던 예술의 답답한 틀 대신 즐거운 확장을 경험하게 된다. ● 그리고 나는 다시 시작과 같은 말로 마무리를 하려 한다. 그가 살아냈을 또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홍인숙이 제공할 즐거운 확장의 경험을 기꺼이 기다리겠노라고 말이다. ■ 김최은영

홍인숙_이런 생각을 자주 합니다. 미 안 해_한지에 혼합재료_120×145cm_2008

The 'Drawing' just like 'Living'-The Value of Life Grasped through Pain ● Now we just need to wait for the drawing, another story of life that she has been lived all this while.-Eun Young KimChoi, "A Critique on InSook Hong-The 'Drawing' just like 'Living'," Ki-JeonArt5 ● Last year I met InSook Hong and wrote about her paintings. Rather, I think it is better to say that I wrote about her life. Some other time I meet her again. As I usually do, I visit her to see her paintings, but without an exception, I finally face with her or her life. ● A series of her work, titled "The Value of Life Grasped through Pain," is a kind of narrative which shows us how she has lived all these days. Hong's paintings, which only depicts the face without body, omit far more parts than before just like poetic diction. Her paintings, showing newly appeared metaphorical story instead of previous predicative story, rather seem to open easier codes of communication for us. Despite of the difficulty of finding 'birds' (새 /sae/) that are equivalent to 'betweenness' (사이, 새 /sai/, /sae/), there appears several settings in lieu of birds, and this is why I insisted that her works seem to open us easier codes of communication. For instance, it is difficult to say that two birds on a round hair lace, a dragon figure that blows harmless fire and a rabbit-shaped cloud bonnet-which makes us to wish to put on a real one-are simply interpreted as settings; rather, these settings should be regarded as specific forms of artist's own consciousness, and I want to call them 'mise-en-scenes.' ● Although mise-en-scenes are appeared in her paintings, how metaphorical images could be seen more persuasively than predicative story In her former paintings, there were characters, a background for the story and incidents that are predictable. Those predicative works based on her personal history lead us to the story that could be predicted easily by anyone, if we follow those given stories well. Those rhetorical devices, which are designed by her, functions as fake and make us to forget the fact that we should read a space between lines. On the other hand, her recent works represent ordinary things as implicit figures, and this implicitness may mean the space between lines itself. Therefore, the reason why her recent works seem easier than before is that her works reveal the space between lines itself. ● Hong's former works stand upon facts of the past, but her recent works depict features of the present or stories of the future. The past could be more specific than the present, because we tend to give specific shape to the past while we reconstruct it, which is already passed. In addition, for the context of the present, which is regarded as very definite and clear, shows us aspects of the past and the future at the same time, it becomes neither the past nor the future. Also, in the present tense, there is no consequence or conclusion but is progressive form, and it means that it could be considered as surreal. Therefore, Hong's change seems to be located at the turning point from drawing predicative past to drawing symbolic present. ● About elements that constitute her paintings and seem symbolic, Hong just says, "I just painted them" and mentions that those elements are facts in themselves. Hong, who can't get into the work with her own fixed determination, leaves memos and doodles which contain her little thoughts about everyday life. Only after those words become a sentence, she starts to draw and put images onto the sentence, so that her action finally could be regarded as the work. ● How I wish I could put on a real cloud-hat. / I gradually become looked similar with the face of Ae-Ja, who lives and cultivates at Eui-Sung. / I don't know why I burst anger flame like dragon though I'm not a dragon. / Though it is a normal life, it is good to bind that life with a pretty ribbon isn't it? / Because of that kind of people, my face becomes more and more round.-InSook Hong ● For an obvious question, she answers like a poem or a song. Even in an embarrassed situation, she speaks lightly such expressions, so to speak, "I'm sorry" and "Thank you," that are now uneasy to speak out rather than using excuses or persuasion. And she just says, "I really do," whether it is an embarrassed situation or not. InSook Hong says that she always meets good people. Also, she says that there might be reasons why she always meets those kinds of people. InSook hong, who says that her works reflect these facts and reasons, draws herself at this present welcoming the moment of changing into "the face becoming more and more round." That moment of change, that very moment may be painful. However, if the change itself is happiness and affirmation, she gladly tries to accept "The value of life grasped through pain." ● Therefore, she does not have the word such as intention, which has similar meaning with determination. Her paintings look like cartoons not because she intended so but because she copies her old images on her father's worn books when she was a child. To repeated questions about using showy colors, which are decoded as childish but also pop-color, and standardized forms, she answers that she might be influenced by pictures of many colors on Korean-style houses (단청 /dan cheong/) when she was young. Because of her answer, I start to think about the notion of category and classification which are designed for ruling society easily. ● However, it is a great fortune for her because Hong placed the expression "between lines" between standardized category and classification. She is the artist who makes other new cases into the way of classification, which always tends to bunch things together. Whether it is a cartoon or a pop, whether it is a drawing or a print, whether it is an Oriental painting or not, her painting is just a painting of Insook Hong herself and her story. Also, it is our self portrait which speaks the truth that our lives are sharing lots of part in common. ● When we see Hong's painting, it seems like a fact; however, the real fact could be understood when we read space between lines. In addition, the space between lines becomes more various and complex because individual experiences and values are always projected into what we read. Thus, Hong's story can't be regarded as a personal story. In other words, people reconstruct their memories and experiences through formative elements in her paintings. Therefore, her paintings not only tell us about her personal stories but also express other people's lives and stories through her own artistic way. ● Something artistic and something that is not artistic. Something which has no firm division between individual story and social story. Rather, the place where that individual story is the equivalent of the social story, and, at the same time, becomes a history. In that place, it seems that there is the only method of documenting facts; however, sometimes, something that can't be explained with words appears through the work of art. We occasionally make a severe distinction between abandoned thing and remained thing. It often carries reasonable historical meanings; however, sometimes, it could be seen as indifference toward little values of life. Those little values, which are not classified mechanically into a specific group such as relics, antiques and common things, are rediscovered by Hong's own eyes, and we finally could understand that they imply individual reminiscences. Like most of her works, the context of those values are expressed by Hong's will through works, and an audience not only can communicate with her works but also can share a sort of codes, which are actually those values and appear as specific figures in her works. Furthermore, she doesn't defend blind and monolithic enthusiasm for politic of artists, which could be seen easily; rather, she throws away stereotyped formality and shows us things from completely different direction. Owing to her works, we can experience joyful expansion instead of stifling formula of art, which has been regarded as an enormous sanctuary. ● And again, I want to finish this article with the same statement that I mentioned at the beginning. Yes, I am going to wait gladly for another experience of joyful expansion, which will be offered by InSook Hong, after a period of time she will live. ■ Kim Choi, Eun Young

Vol.20081002h | 홍인숙展 / HONGINSOOK / 洪仁淑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