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결된 스또오리_Everending story

장우석展 / JANGWOOSUK / 張祐碩 / painting   2008_1002 ▶︎ 2008_1107 / 일,공휴일 휴관

장우석_'메듀사'를 잡은 '스파이더맨'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20×120cm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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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석 단편집 『종결된 스또오리』 출판기념展

출판기념회 / 2008_1002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월~금_10:00am~07:00pm / 토_10:00am~05:00pm / 일,공휴일 휴관

갤러리 로얄_Gallery Royal 서울 강남구 논현동 36-8번지 로얄 TOTO 빌딩 Tel. +82.2.514.1248 www.royaltoto.co.kr

서문 ● "그럼 4주 후에 뵙겠습니다..." 드라마 「사랑과 전쟁」에서 매 회를 마무리하는 이 대사는 한 때 백년가약을 맺었던 두 남녀가 서로 자신의 입장을 강변하며 끝내 화해조정이 용이하지 않을 때 조정관이 임의로 4주정도 재고의 시간을 갖도록 이혼의 결정 여부를 미루겠다는 선고이다. 법적인 의미에서 부부의 관계를 유예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장 가까우면서도 먼 관계인 무촌의 부부를 이 드라마는 탐구하고 시청자 투표의 방식으로 이혼의 찬반, 남과 여 편의 과실 정도를 측정하기도 한다. 수많은 시청자의 참여가 있다고 한들 도의적 판단을 넘어설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의 관심은 무척이나 뜨겁고 참여율 또한 상당하다.

장우석_날개 달은 '인어공주'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81×227cm_2008

남의 사랑에 미주알고주알 참견하는 것을 좋아라 한다는 것쯤을 보여주듯 「사랑 밖에 난 몰라」(2003) 라는 심수봉의 동명 가요로 하는 작업을 통해 장우석은 사랑을 테마로 하는 전시들을 시작하게 된다. 바닥에 커다랗게 깔린 대형 서울지도 위에 관객들 스스로 자신들의 사랑의 장소들을 표시하고 소소한 에피소드를 기록하도록 하는 방식인데 예상되는 결과이겠지만 지도 위에 꽉 채워진 표시들과 우글우글 붙은 포스트잇은 시각적으로 정말 쟤들은 사랑밖에 모르는 가봐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끔 한다. ● 남들의 사랑 사례에 대한 리서치를 끝낸 후 같은 해 홍대 앞의 포장마차를 하나 빌려 이번엔 무면허 사랑의 치료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주문한 술과 안주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사랑의 카운슬링을 받아야 하는 것인데, 예술을 빙자한 작가의 유희는 점점 커져만 가 보인다. 한 술 더 떠서 2005년엔 인터넷 광고를 통해 모은 10쌍의 커플을 '러브 매칭'이라는 플래카드를 건 대절관광버스에 싣고 말없이 장흥으로 떠난다. 일면식도 없는 남녀는 정한 이유 없이 그저 엄숙한 호명에 따라 커플이 되어 유원지의 지도 한 장과 일회용 카메라 그리고 버스로 복귀해야 할 시간만을 부여받은 채 차례차례 미지의 세계로 떨어뜨려지고 있었다.

장우석_'바벨탑'을 바라보는 '유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50×150cm_2008

과연 그는 사랑의 리써쳐-연애상담사-커플매니저-연애소설가라고 스스로를 사칭하며 무엇을 알고 싶고, 무슨 얘길 하고 싶었던 걸까? 그저 남의 연애 사나 궁금해하고 샘내하는 쪼다이거나, 공짜술이라는 회심의 미끼로 상담을 통해 얻은 신뢰를 제3의, 제4의 현란한 쾌를 쫓으려 했던 속물은 아닌지도 자못 궁금하다. 아마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사랑에 관심과 서비스 제조로서 남의 사랑에 끼어드는 변태적 성향을 가진자가 아닌가 생각한다. 필자가 느끼는 이 생각이 당연한 것이라면 이번 '출판 기념회'도 은근히 기대해 봄직하다. ● 그가 굳이 기념하려는 출판물이 삼류 소설의 형식을 빌려 쓴 장우석표 러브 스또오리라니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작가 본인의 존재감은 크게 드러나지 않으며 익숙한 동화나 영화, 역사 속의 캐릭터들을 전면에 혼용 등재 시켜 은유나 상징 비슷한 방식의 주변을 맴돌며 그만의 스또오리를 투사할 뿐 명료한 실체는 보이지 않는다.

장우석_발리 올로케 '풀밭 위의 식사'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50×150cm_2008

여류작가와 동시에 같은 줄거리를 이중으로 쓰고 최종 합치는 방식으로 글의 중성화를 꾀했다고 하는 점에서 그의 위장습성은 재발견되고 있다. 요컨대, 그 동안 작가는 본인의 사랑에 대해 알려주고 싶고, 자신의 연애에 대해 상담 받고 싶고, 자신도 버젓한 커플이 강제로라도 되고 싶었던 이가 되며 아직까지 사랑에 대해선 통 모르는 이라는 것을 다층위적인 관객들에게 투사시키고 있었던 것이 라는 거다. 어느 것 하나 종결되지 않은 이야기를 굳이 종결된 스또오리라며 우기는 그는 적어도 자신을 사랑하는 방식에서는 소심하거나 드러내 보이고 싶지는 않은 이일텐데... 글쎄, 소크라테스와 잠자는 공주의 엇갈리는 대화 속에서 느껴지는 막연한 '답답함'같은 것이 그가 그동안 세상을 향해 숨어 외친 사랑의 파편 아닐까? ■ K.C

장우석_'소크라테스'와 '잠자는 숲속의 공주'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50×150cm_2008

마지막 선물 ● 그의 죄목은 추상적이다. 그는 매일 아테네 광장에 나가 제자들과 건강한 질문과 수다를 통해 새로운 철학의 지평을 세웠다. ● 아테네 정부는 그들의 수다가 무지막지하게 큰 죄라며 그에게 독이 든 유기농 당근 즙을 먹게 하는 비상조치를 내렸다. 그건 곧 '사형 선고'였다. 독배가 든 잔을 들고 있는 스승님의 마지막 순간을 제자들이 숨죽이며 함께 하고 있었다. 창 밖에는 마을 곳곳에서 넘칠 듯이 소곤거리는 밤바다의 흐느적거림 위로, 어둠을 밝히는 소소한 빛들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밤배가 나가는 작은 고동소리가 들리자 마치 그게 신호탄이라도 되는 냥 제자중 한 명이 구슬피 흐느끼기 시작했다. 수다 왕 플라톤이었다. 소크라테스가 가장 아끼던 제자인 그는 슬픔을 추스르지 못한 채 어깨를 부들부들 떨며 스승님께 무언가를 건네주었다. 양피지로 된 두루마리 편지였다. ● 가장 진취적이고 똑똑했던 제자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건네 준 두루마리를 펼치자 그 안엔 소크라테스가 마지막 밤을 맞을 고성古城의 내부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플라톤은 흐느끼며 손가락으로 지도 위의 그려진 동쪽 끝 방을 가리켰다. ● 천장이 무척 높은 동쪽 끝 방 한 가운데는 푸른 하트문양 자수를 놓은 커버에 잘 다려진 흰색 시트로 말끔하게 정리된 나무 침대가 놓여있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공주가 자고 있기엔 너무나 어둡고 칙칙한 낡은 방이었다. 폭신해 보이는 침대에 누워 있는 그녀는 환상적인 미모의 소유자였다. 오렌지 빛깔의 고운 머릿결과 색 고운 붕어 같은 도드라진 입술, 눈을 감고 있어 눈동자의 색은 알 수 없었지만 진한 흑색의 눈썹과 우유보다도 뽀얗고 하얀 살결이 너무나 매력적인 자태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죽음을 앞둔 소크라테스마저도 설레게 하는 대단한 황홀함이었다. ● 소크라테스는 독배가 든 잔을 차디찬 맨바닥에 내려놓았다. 공주의 하얀 손을 만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천천히 다가가던 그의 손이 멈추었다._장우석 단편집 『종결된 스또오리』 중 발췌

장우석_'인어공주'의 두번째 사랑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27×181cm_2008
장우석_자유부인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0cm_2008

필자의 변 ● 나의 애정행각을 모자이크식으로 고찰하여, 애정사와 가치관을 묘사한 『종결된 스또오리』는 시대와 장소를 개의치 않으며, 철학자, 동화 속 주인공, 영화의 캐릭터 등 익숙한 인물을 채집하였다. 독자는 캐릭터 이해도에 따라 여러 다른 편차를 가져 올 것이라 생각된다. ● 소크라테스, 시'갈라테아 요정', 숲속의 잠자는 공주, 스파이터 맨, 메두사, 마네의 풀밭 위의 식사, 김유정의 소나기, 인어공주, 보티첼리, 등 나의 영감에 잔잔한 도움을 준 자료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이 페이지까지 책을 읽고 계시는 분들에게도 감사합니다. ● 서른 중반의 코리아의 한 남자가 바라보는 여성과, 애정관에 대해 심심한 공유를 바랍니다. ■ 장우석

Vol.20081004h | 장우석展 / JANGWOOSUK / 張祐碩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