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ly Faithful 강력한 신앙심

박준범展 / PARKJUNEBUM / 朴峻範 / video   2008_1007 ▶︎ 2008_1102 / 월요일 휴관

박준범_Mock-up Dam 02_단채널 영상_HD, NTSC, Color, Sound_00:10:10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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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8_1007_화요일_06:00pm

관람시간 / 화~일_10:30am~07: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현대 강남 GALLERY HYUNDAI GANGNAM SPACE 서울 강남구 신사동 640-6번지 Tel. +82.2.519.0800 www.galleryhyundai.com

한정된 조건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 ● 시각적 각인이 강했던 박준범 초기작들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그를 손 퍼포먼스를 이용하는 비디오 아티스트로 기억하게 한다. 1 Parking, 3 Crossing과 같은 초기 작품에서 작가의 손은 만져지지 않는 영상 속 사물들을 마치 잡고 움직이는 것처럼 각도를 맞추어 촬영되었다. 화면의 절반을 가리는 손은 영상 속 작은 실제 인물이나 사물과 대비되어 그들을 조정하는 전능자의 그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봐도, 사물들은 영상 속 피사체로 작가의 실제 손에 잡힐 수 없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것임을 알 수 있다. 손은 움직이는 영상 속 사물들을 쫓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일 뿐이다. 즉, 사물들은 손에 의해 그렇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차를, 길 건너기를, 땅 파기를 그렇게 밖에 할 수 없게 만드는 주차선, 차의 역량, 도로 선에 의해 규제된다. 묘한 역발상의 결과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손으로 비유되는 전능하지만 허구적인 힘이 실제 생활을 조정하는 듯한 연출은 오히려 혼돈스럽기만 한 개개인의 일상적인 행동을 좌우하는 구조를 드러냄과 동시에 그러한 구조의 허구성을 역설한다.

박준범_The Occupation 2_단채널 영상_HDV, NTSC, Color, Sound_00:05:00_2008

Making an Apartment나 The Occupation과 같은 작품은 손 작업에 비해 한층 더 작가적 개입을 노골화하고 있다. 작가는 실제로는 만질 수 없는 영상 속 사물들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장소를 촬영한 커다란 사진 속에 사물을 촬영한 종이를 잘라서 그것을 다시 사진 위에 옮겨 붙인다. 사진을 사진에 옮겨 붙이는 공작 놀이를 통해 작가는 실제 환경에 손이라는 허구적 상징물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비록 사진이라는 2차적 재현물 속이라 할지라도 그 속의 환경을 완전히 바꾸어 버리는 것이다. 이에 주거 공간, 상업 공간을 규정짓는 사회적 규범 혹은 합의들은 공작이라는 매우 사적인 방식에 의해 작품 속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변화되고 조정된다.

박준범_Puzzle 3-02_단채널 영상_HD, NTSC, Color, Sound_00:01:12_2008

이후 Puzzle 시리즈를 통해 작가는 이미 존재하는 규범과 구조를 드러내거나 그것을 무너뜨리는 행위에서 더 나아가 아예 새로운 규범을 확립하려고 한다. 그는 조건과 미션(mission)을 내걸고 게임판을 벌인다. 게임의 참여자들은 서로 상의하고 몸을 움직이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서, 결국 작품은 지시 받은 미션을 수행한 뒤, 퍼포머(performer)들의 기뻐하는 박수 소리와 함께 끝을 맺는다. 이들 작품에서는 이제 실제 작가의 직접적인 개입은 사라지고 오직 미션을 수행하기까지를 끝까지 지켜보는 카메라의 눈만 남는다. 작가는 굳이 피사체들 속에 개입하여 무언가를 새로 만들거나 움직임을 쫓아갈 필요 없이, 미션을 제시하고 바라보면 되는 것이다. 특히 이 시리즈에서부터 미션의 제시와 수행과 같은 내러티브(narrative)가 확립되고, 인위적인 공간을 제시하는 연출이 적극적으로 제시된다. 또한 인물들간의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이 작품 내 주요한 장치로 기능하기 시작한다. 열을 맞추고 정돈하는 일. 누군가 한 칸 옆으로 가려면 누군가는 그 공간을 비워주어야 하는 일련의 모든 일들은 퍼포머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이제 작가는 그가 내려다보는 이들에게 자유도 준다.

박준범_Leaf Spring_단채널 영상_HD, NTSC, Color, Sound_00:05:10_2008

그의 이전 작품들에서 나타나는 작가와 피사체 사이의 관계의 변화를 압축적으로 제시해 보았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일 신작들에게서 발견되는 이러한 관계는 조금 더 변화된 모습으로 제시된다. ● 신작 Leaf Spring에서는 일정한 속도의 흔들림이 화면을 가득히 메운다. 천천히 클로즈업된 알 수 없는 장치는 흔들흔들하다가 어느 순간 알 수 없는 움직임의 근원으로 경찰차를 미는 일련의 상의를 벗은 무리를 보여준다. 이들은 천천히 힘을 합쳐 경찰버스의 측면을 밀지만 끝내 경찰버스는 쓰러지지 않는다. 마치 버스를 갖고 흔들기 놀이를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 보는 것도 아주 잠시. 정면으로 눈을 돌린 카메라는 모형이 전혀 움직임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음을, 장치에 붙어있는 모형일 뿐임을 확인시킨다. 그리고 나서 움직임의 진원지가 실은 모터에 의해 무게 중심을 바꾸는 무거운 공임을 알려준다. 공의 원운동과 상하, 좌우, 앞뒤로 세심히 보여지는 장치의 운동은 끝까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계속하다가, 카메라가 모든 일을 근원적으로 소구하듯이 장치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위치로 상승하면서 작품은 마무리된다. 어디에서 힘이 생기는지 그 힘은 현실에서는 어떻게 보이는지 모든 것이 드러날 즈음 카메라는 여유롭게 조감의 시선을 취하면서 대상과 멀어지는 것이다.

박준범_Hostage Drama_단채널 영상_HD, NTSC, Color, Sound_00:06:20_2008

Hostage Drama 이전 작품들과는 확연히 다르게 실제 인물이 전면에 등장하고 내러티브가 좀더 강화되었다. 상황은 이렇다. 대적의 상황에 놓인 두 인물이 있는데, 한 순간 한 사람이 칼을 뒤로 숨김으로 해서 대적의 상황이 풀린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것은 원래 인질의 상태, 즉 한 사람이 인질로 다른 한 사람을 포박해둔 상태다. 그런데 포박 당하고 있었던 이가 뒤에 숨겨두었던 칼을 꺼내듦으로 해서 대치의 상태로 변하는 것을 역촬영한 것이다. 정반대의 상황이 간단히 칼을 들고 들지 않는 것으로 한꺼번에 일어나는 상황이 재미있다. 힘이나 위치와 같은 요소들 속에서 균형은 어떻게 잡히고, 또 그 균형은 어떻게 깨어지는지를 보여준다.

박준범_Strong Piety_단채널 영상_HDV, NTSC, Color, Sound_00:14:00_2008

배경이 없는 화면에 두 인물이 대치한 상황만을 클로즈업한 위 작업처럼 박준범의 작품은 일정한 공간 속에서 한정된 조건 내에서 벌어지는 한 순간 임을 자처한다. 작가에게 있어 한정된 상황이란 작가 주변을 이루는 일정한 공간이나 시간일 수 있고, 혹은 그것보다 더 나아가 개념 체계나 이미 자신에게 내재한 관념일 수도 있다. Strong Piety는 작가가 리버풀(Liverpool)에서 한 달간 머무는 동안 전시장소에 놓인 집기들을 가지고 개척교회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장면을 고속 촬영한 것이다.

박준범_Structuralism_단채널 영상_HDV, NTSC, Color, Sound_00:10:00_2008

어떤 장소를 다른 장소의 이미지로 바꾸는 작업은 「The Occupation」, 「Hypermarket」시리즈에서도 시도된 적이 있다. 이들 작품에서 작가는 집요하게 건물 자체가 갖고 있는 크기나 높이를 무시하기도 하고, 창문이나 기타 표시, 간판들을 현실적인 제약을 무시하고 강박적으로 매달기도 하였다. 「Strong Piety」가 위 작품들과 차이를 갖는 점은 작가의 퍼포먼스가 전면에 드러난다는 점이다. 그는 직접 전시 장소 한켠에 선을 그어 일정한 공간을 만들고 십자가와 단상, 열 지은 의자와 같은 교회의 이미지들을 완성한 후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모든 집기를 제자리에 갖다 놓는다. 마치 그의 초기작 속에 등장하던 주차하고 길을 건너던 영상 속 인물들처럼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혹은 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 일정 공간 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모습을 이번에는 작가가 직접 재연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이다. ■ 류정화

Vol.20081006i | 박준범展 / PARKJUNEBUM / 朴峻範 / vi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