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faceful

김지원(기림)展 / KIMJIWON / 金智媛(起林) / photography   2008_1008 ▶︎ 2008_1014

김지원(기림)_Woman in front of restaurant_은염 프린트_100×100cm_2008

초대일시_2008_1008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주말_11:00am~07:00pm

갤러리 룩스_GALLERY LUX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5번지 인덕빌딩 3층 Tel. +82.2.720.8488 www.gallerylux.net

인물 사진의 토르소: 얼굴 지우기 혹은 드러내기 ● 김지원의 사진들은 모두가 인물사진들이다. 그녀가 사진 프레임 안에 포착하는 인물들은 성별이나 나이에 따라 다양하다. 하지만 그 인물들에게는 보는 이를 낯설게 만드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건 그들 모두가 얼굴이 사라진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다. 김 지원은 인물들을 오브제로 삼으면서 그들의 얼굴을 생략한다. 인물들 모두에게 썬 캡을 착용 시켜 얼굴을 지우거나 은폐한다. 그럼으로써 김 지원의 사진들은 고대 조형 예술의 한 고유한 형식인 토르소를 사진 형식으로 차용한다. 얼굴 없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김 지원의 사진들은 말하자면 인물 사진의 토르소 혹은 토르소 형식의 인물 사진이다. 하지만 희랍의 토르소 조형 형식이 그 안에 고유한 의미내용을 내포하듯 김지원의 토르소적 인물 사진들도 다만 시각적 충격을 주기 위한 장치만은 아니다. 그렇다면 얼굴 없는 인물 사진인 김지원의 사진 토르소들은 보는 이에게 어떤 의미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일까?

김지원(기림)_Couple taking photos_은염 프린트_49×49cm_2006
김지원(기림)_Girl in school uniform_은염 프린트_49×49cm_2007

김지원의 얼굴 없는 인물 사진들에서 주목되어야 하는 건 세 가지다. 우선 '썬 캡'이 있다. 썬 캡은 김 지원의 사진 이미지 안에서 가장 눈에 띠는 요소이지만 그것이 단순히 시각적 효과만을 겨냥하는 장치만은 아니다. 오히려 썬 캡은 김지원의 사진들 안에서 이 시대 일상 문화 안에 내포되어 있는 외적 내적 내용들을 독해할 수 있게 만드는 코드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예컨대 우리는 프레임 안에 들어 있는 얼굴 없는 인물들을 통해서 그들이 썬 캡을 착용하고자 하는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이유들을 짐작할 수 있다. 말하자면 태양빛으로부터 얼굴의 미백성을 보호하려는 미용 주의적 의도나 외출을 위해 미처 정리되지 않은 외모를 남들에게 노출 시키지 않으려는 자기 관리적 의도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썬 캡의 코드를 통해서 읽을 수 있는 내용이 단순히 그런 실용적이고 표층적인 일상 문화의 내용들만은 아니다. 우리는 그 안에서 이 시대 개인들의 의식 안에 내면화되어 있는 보다 심층적인 문화 현상들, 즉 타자들의 낯설고 관음적인 시선들에게 자신을 노현 시키지 않으려는 익명성에의 의도와 얼굴의 마주침이라는 도시 생활이 제공하는 보편적인 소통의 거부를 통해서 자기만의 존재 영역을 고수하고자 하는 폐쇄적 자기 방어주의의 생활 태도 또한 읽어낼 수가 있다. 다시 말해 썬 캡은 김 지원의 사진들 안에서 이 시대 일상 문화의 실용적이며 개인적인 문화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재인식하게 만드는 시각적 시니피앙인 것이다.

김지원(기림)_Couple at Seok-Chon Lake_은염 프린트_49×49cm_2006
김지원(기림)_Brawny man at swimming pool_은염 프린트_49×49cm_2008

다음으로 주목해야 하는 건 '얼굴'이다. 김지원의 사진들안에서 썬 캡의 역할은 다만 얼굴을 은폐하는 기능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썬 캡의 보다 중요한 역할은 그것이 얼굴을 차폐시킴으로써 어두운 차광막 뒤에 존재하는 얼굴 없는 사진 속 인물의 얼굴을 응시하게 만드는 역설적 시선의 장치라는 데 있다. 이 역설적 시선의 기능은 이중적이다. 우선 그러한 역설적 시선의 장치는 숨은 얼굴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극해서 보는 이로 하여금 프레임 안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개개 인물의 고유한 얼굴을 스스로 찾게 만든다는 점에서 자발적 연상의 기능을 지닌다. 하지만 썬 캡 뒤에 가리운 사진 속 인물들의 고유한 얼굴을 상상하고자 하는 연속적인 연상 작용 속에서 보는 이가 만나게 되는 건 개개 인물들의 고유한 얼굴이 아니다. 그건 오히려 획일화 된 얼굴, 즉 기호로서의 얼굴이다. 왜냐하면 연속적인 연상 작용 속에서 보는 이가 반복적으로 만나게 되는 얼굴들의 이미지는 저마다 유사해서 서로의 차이를 주장할 수 없는 얼굴, 그러니까 이 시대가 누구에게나 강요하고 각인하고 있는 스테레오 타입으로서의 얼굴들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역설적 시선은 숨은 얼굴을 찾기 위한 연상 행위를 실험적으로 유도해냄으로써 이 시대 얼굴의 진실, 즉 얼굴은 흔히 우리가 그렇게 믿고 있듯이 한 개인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보증하는 신체의 특별한 영역이 아니라 오히려 일체의 개인적 고유성을 획일화 시키는 이 시대의 문화 코드가 가장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는 기호의 영역임을 보는 이 스스로 깨닫게 만든다.

김지원(기림)_Girl in Seon-Yu island_은염 프린트_49×49cm_2008
김지원(기림)_Schoolmates_은염 프린트_49×49cm_2006

마지막으로 '포즈'가 있다. 김지원의 토르소 인물 사진은 썬 캡의 시각적 은폐 장치와 그 은폐성이 촉발 시키는 역설적 시선의 연상 작용을 통해서 이 시대 얼굴의 기호를 해체하고 지우려고 한다. 하지만 그녀의 토르소 인물 사진이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얼굴 자체의 해체와 거부는 아니다. 그건 오히려 또 하나의 얼굴, 스테레오 타입적인 얼굴의 코드 안으로 포함되지 않는 고유하고 탈기호적인 얼굴의 드러냄이다. 얼굴의 드러냄이라는 김지원의 사진 메시지는 그녀의 얼굴 없는 인물 사진들 안에서 두 가지 방식으로 확인 된다. 먼저 얼굴의 은폐가 아니라 얼굴을 노현시키기 위해서 사용되는 썬 캡의 기능 변화가 있다. 특히 차광막 배면으로부터 숨겨진 얼굴을 불투명하게 노출시키는 클로즈 업 인물 사진들은 썬 캡이 더 이상 얼굴의 은폐가 아니라 모종의 얼굴을 밖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적 장치임을 깨닫게 만든다. 하지만 얼굴의 드러냄이라는 김지원의 사진 메시지를 보다 적극적이고 뚜렷하게 확인 시켜주는 건 얼굴 없는 사진 속 인물들이 저마다 보여주는 다양한 신체의 포즈들이다. 썬 캡은 김 지원의 사진 안에서 얼굴을 지우는 대신 신체를 해방 시킨다, 즉 얼굴을 지우면서 얼굴이라는 기호에 가려 있던 신체를 그 기호로부터 탈기호화 시킨다. 예컨대 썬 캡 뒤에 얼굴을 숨기고 마음껏 벗은 상체를 자랑하는 청년의 포즈와 식당 앞 화초들을 배경으로 세월 속에서 무르익은 신체를 자신 있게 표현해 보이는 중년 여인의 포즈는 얼마나 거리낌 없고 스스럼 없는가. 하지만 지워진 얼굴을 대신하는 그러한 신체와 포즈의 강조가 다만 신체의 아름다움이나 자유로움을 드러내기 위한 것은 아니다. 신체와 포즈의 강조는, 그것이 지워진 얼굴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는 점에서, 얼굴에 대한 또 다른 표현이다. 다시 말해 얼굴 대신 강조되는 신체와 포즈는 기호화된 얼굴이 해체되고 무효화 되었을 때 자유롭게 드러나게 되는 탈기호적인 얼굴이 무엇인지를 보는 이에게 구체적으로 경험 시키고자 하는 사진적 은유인 것이다. ● 김지원의 사진들은 인물 사진들이다. 그 인물 사진들은 특별하다. 그녀의 프레임 속 인물들은 얼굴을 지우면서 얼굴을 드러내는 토르소적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굴의 지움을 통해 드러나는 또 하나의 얼굴이 다만 사진 속 인물들의 얼굴만은 아니다. 그 얼굴은 사진을 응시하면서 익명의 얼굴을 찾고자 하는 보는 이 자신의 얼굴이기도 하다. 우리가 보이지 않는 얼굴을 찾으면서 김지원의 토르소 사진 앞에서 걸음을 멈추는 이유 또한 그 토르소의 얼굴이 다름 아닌 우리들 자신의 얼굴이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 김진영

Vol.20081007f | 김지원(기림)展 / KIMJIWON / 金智媛(起林)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