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Anxiety

진은수展 / JINEUNSU / 陳恩洙 / sculpture   2008_1006 ▶︎ 2008_1020

진은수展_갤러리 숲_2008

초대일시_2008_1006_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숲 서울 마포구 창전동 6-4번지 전원빌딩 B1 Tel. +82.2.322.7911

실재의 귀환, 미래에서 온 편지 ● 진은수의 작품은 하나의 생명체가 끊임없이 자신의 모습을 변신하고 있는 것 같다. 마치 꿈에서 내가 무한히 모습을 달리하면서 바뀌지만 그 또는 그녀 혹은 그것이 나라고 생각되는 것처럼 말이다. 무의식은 '꿈꾼다'고 프로이트가 밝히고 있듯이 변신은 꿈의 본질이자 무의식의 본질이다. 진은수는 자신의 작업에서 계속해서 변신하는 꿈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작품은 변신함으로써만 자신의 존재를 보여주며 그 변신의 과정에서만 의미에 다가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그의 작품과의 대면은 현실에서 꿈을 꾸는 나를 보는 것과 같은 경험을 준다. 그는 무의식의 세계, 심리적 억압을 감각적 유희와 복합적인 감정으로 표현해내는데 그것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것으로 보여진다.

진은수_무제_혼합재료_110×100×100cm_2008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꿈을 꾼다'고 하면 아름다운 세계를 상상하고 현실의 도피처로서 꿈의 세계를 대비시킨다. 정말 그럴까? 우리는 공포스럽고 무서운 꿈을 피해 현실로 도망쳐 온 것은 아닐까? 그렇게 현실로 도망을 쳤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대면하는 꿈, 진은수는 이 작품들을 통해 데자뷰(deja vu)의 공포를 표현하고 있다. 프랑스어로 '이미(deja) 보았다(vu)'는 뜻인 데자뷰. 그 꿈은 미래에서 온 소식이며, 이미 꿈속에서 한 번 보았던 것이라는 점에서 친숙하고 그래서 더욱 섬뜩하고 낯설다. 즉 "낡고 오래된 친숙한 것이라고 알려졌던 것이 되돌아온" 데자뷰는 위협의 차원이며 실재의 귀환이다.

진은수_꽃_혼합재료_180×300×300cm_2008

꽃이 활짝 피어있다. 언뜻 멀리서 보면 흐드러지게 활짝 핀 아름다운 꽃이지만 좀 더 가까이 다가서 보면 그 꽃이 낯설다. 꽃잎은 쩍하고 입을 쫙 벌렸다. 만개한 꽃의 아름다움이라기보다는 다른 느낌을 준다. 굵은 쇠줄은 꽃잎을 이루고 있는 골격이면서 동시에 꽃잎을 뚫고 나왔다. 거친 금속성의 꽃잎은 식물이 아닌 것 같은 묘한 느낌을 준다. 흔하게 주위에서 보아왔던 꽃이지만 그 친숙함 속에 언뜻 다른 무엇이 겹쳐 있어 낯설고 불안하며 그래서 공포감을 느끼게 한다.

진은수_새_혼합재료_180×250×150cm_2008

새가 있다. 새는 땅바닥에 떨어져 죽어간다. 새는 괴로운 듯 다리에 잔뜩 힘을 주고 헛된 발길질로 허공을 찬다. 퀭한 눈, 앙상하게 뼈대만 남고 타버린 날개,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안간힘을 쓰고 있는 전서구(傳書鳩)의 형상은 참혹하다. 소식을 전한다는 새, 전서구는 불 속에 던져져 죽어가는 모습이다. 그 옆에 놓여 있는 또 다른 새. 새라고 하기에 새일 뿐, 우리에게 익숙한 형상의 새는 아니다. 머리 위로 쏟아난 거대한 더듬이 뿔이 난 새는 괴물같다. 변종 새의 작은 날개로는 제 몸을 하늘에 띄울 수 없다. 날 수 없는 새만큼 슬픈 존재가 또 어디 있으랴. 어두운 전시장은 한 송이 꽃과 두 마리의 새, 두발로 선 듯한 두더지 비슷한 형상, 온갖 기묘한 형상들로 가득 쌓아 올린 탑으로 꽉 채우고 있다. 먼 과거로부터 온 것인지 혹은 미래의 것인지 혼재되어 있는 유기체 같은 사물은 동물인지 식물인지 정체를 알 수 없이 덧입혀지고 겹쳐져 있어서 괴물이다.

진은수_무제_혼합재료_150×130×130cm_2008

익숙하면서 동시에 낯선 사물인 그의 작품들은 마치 그림자 같고 거울의 이미지 같은 유비물이면서 분신들이다. 분신은 불멸의 상징이며 죽음에 대한 저항이다. 분신은 어떤 것의 가장 소중한 부분, 자기 존재를 잘라낸 것이다. 무엇인가 삼켜버릴 것 같은 꽃, 날 수 없는 새는 자기 존재를 확인하게 하는 것들을 부정하고 있기에 그것들은 분신이다. 그것들은 산산조각날 것 같은 불안을 일으키면서 상상적 이미지와 실재를 일치시킨다. 분신이 만들어내는 불안은 결여가 결여되어 있는 것으로 이것이 낯선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꽃과 새는 향유의 형상이면서 동시에 주체를 희생시키면서 즐기는 존재이다. 이런 괴물의 무시무시한 출현은 상상의 마스크로서 실재를 드러내며 동시에 실재를 가린다. 그런 점에서 무한히 변신하는 작가의 환상은 친숙한 현실에 실재를 드러냄으로써 실재의 위협을 폭로는 것이다. 그것들은 익숙한 것들을 부숴버리면서 불안을 표출하고 우리에게 불확실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진은수_전서구_혼합재료_100×150×100cm_2008

죽음에 대한 보호물로 고안되었던 것이지만 죽음의 전조로서 기능하는 분신은 실재에 대한 환상의 기능과 같다. 마찬가지로 그의 작품들은 죽음의 전조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분신이면서 환상이다. 또한 환상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은 실재의 윤리를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불에 타버린 전서구는 자기존재의 희생으로써 소식을 전한다. 즉 존재 그자체가 편지인 것이다. 자기 실존을 의미와 맞바꾼 존재는 숭고하며 동시에 주이상스의 존재이다. 진은수의 작품은 미래에서 온 소식, 불길한 전조이다. 그렇지만 그것의 윤리는 죽음과 함께 있는 새로운 생명의 소중함과 가능성을 알려준다. 마치 전서구가 픽닉스처럼 불 속에서 죽음과 동시에 새 생명으로 날아올라갈 수 있기를 바라는 것처럼. ■ 박수진

Vol.20081007h | 진은수展 / JINEUNSU / 陳恩洙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