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을 새기다

송미정展 / SONGMIJUNG / 宋美貞 / painting   2008_1008 ▶︎ 2008_1014

송미정_풍경_패널에 플라스틱 컬러 시트_85×104.5cm_2002

초대일시_2008_1008_수요일_06:00pm

Layering & Carving展

후원_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주말_11:00am~06:00pm

미술공간현 ARTSPACE HYUN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6번지 창조빌딩 B1 Tel. +82.2.732.5556 www.artspace-hyun.co.kr

나의 작품이 담고 있는 내용적 측면의 맥락을 살피는 과정은 현재 내가 처한 문화적 배경을 살피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현재 디지털문명의 이기는 이제 나의 삶과 떨어져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의 방식이 나의 삶의 방식과 갈등을 빚고 있는 지점이 있어 여기에 주목하게 되었다. 디지털 문화 속의 일루젼으로 가득한 이미지의 범람 속에서 실존감을 인지하고자 하는 본성과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 속도에서 기인한 소외와 불안감은 나로 하여금 아날로그적인 실존의 흔적을 찾고자 하는 동기를 불러일으킨다.

송미정_풍경_패널에 플라스틱 컬러 시트_85×185cm_2002
송미정_풍경_패널에 플라스틱 컬러 시트, 알루미늄 스틸 프레임_29×29cm_2007

작품의 방법적인 공통점을 주목해보자면 '쌓기'와 '새기기'를 들 수 있다. '쌓기(layering)'는 인공적 색깔의 합성수지 수십 겹을 신체를 이용해 일정한 압력을 가해서 접착시키는 과정이다. 이렇게 견고하게 쌓으며 접착한 평탄면을 조각도를 이용해서 새기게 된다. 쌓고(layering) 새기는(carving) 과정은 마치 누적되어 쌓인 연속적 시간의 틈으로 들어가서 발굴하듯 파헤치고 그 속에 가려진 층위를 드러낸다. 여기서 새긴다는 행위는 표면에 가려진 이면의 것, 즉 껍데기 안에 잠재된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재조명을 하는 과정이 되어준다.

송미정_풍경_패널에 플라스틱 컬러 시트, 옻칠나무 프레임_51×60cm_2007
송미정_풍경_패널에 플라스틱 컬러 시트, 옻칠나무 프레임_51×60cm_2007
송미정_풍경_패널에 플라스틱 컬러 시트, 옻칠나무 프레임_57×90cm_2007

디지털 문화는 나에게 있어서 물처럼 스며들지 못하고, 물과 기름사이의 섞이지 않는 경계면을 대면하는 상황을 만든다. 이러한 나의 상황을 발전적 방향으로 끌어가기 위해 디지털 문화와 아날로그 감성이 혼재된 현실을 '저항'의 눈으로 '거슬러' 관찰한다. 또한 경계면이 갖는 속성상 어느 한쪽에만 소속되지 않는 정체성을 지닌 채 긍정하면서도 부정하며, 추구하면서도 외면하는 갈망과 환멸의 역설적 태도를 갖게 된다. 그래서 작품의 내용적인 측면은 디지털문화 속에서 범람하는 이미지의 백태를 다루면서도 방법적인 측면은 신체적 몰입과 반복. 쌓기와 새기기와 같은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방식을 추구하게 된다. 이러한 아날로그적인 방식을 통해 내재된 감성을 표출해 보려는 작품에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익숙히 접하던 형상과 색이 등장한다. 이러한 이미지는 무한의 경쟁사회에서 거대한 권력으로 군림하는 디지털로 인한 막연한 경외와 좌절 속에서 발생한 강박관념과 만나면서 온전치 못한 이미지로 변화한다.

송미정_풍경_패널에 플라스틱 컬러 시트, 옻칠나무 프레임_92×38cm×2_2007

나는 '디지털'의 '풍요로움'과 '빈곤함'속에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실존감을 획득하고 내적갈등을 해소하면서 행복한 삶을 돕는 방법으로써 아날로그적인 작업 방식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러나 진정한 행복이란 '디지털 방식'에서 오는 것도 아니며, 또 '아날로그 방식'에서 오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나의 삶과 조우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 앞에서 스스로를 조율하는 '마음의 방식'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 나의 작업과정을 일축해 말해주는 있는『흔적을 새기다』라는 대전제는 내 '마음의 방식'을 찾아가는 데 유효한 계기를 만들어 준다. ■ 송미정

Vol.20081008a | 송미정展 / SONGMIJUNG / 宋美貞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