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Sixteen

정현자展 / JUNGHYUNJA / 鄭現子 / photography   2008_1008 ▶︎ 2008_1014

정현자_#022_젤라틴 실버프린트_24×24cm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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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자 블로그_blog.naver.com/appletrees7

초대일시_2008_1008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전시 마감일_10:00am~02: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6층 Tel. +82.2.736.1020 www.ganaart.com

경계인의 내면 풍경-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 16세.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갑자기, 몸살이 난 것처럼 영혼의 삭신이 뻐근해져 온다. 정현자의 사진을 보면서..., 나는 나를 생각했다. 모든 희망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던, 빛이 들지 않는 골방 같은 시절을 떠올렸다. 어느 것 하나 손에 잡히는 게 없었다. 어른들은 성장통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문학적인 용어는 나를 포함하여 내 또래 아이들에게는 아무 위안도 주지 못하는, 한갓 어른들의 자기방어적인 수사적 표현일 뿐이었다. 그때 나는 때로는 초월하고 때로는 비웃거나 저항하며 어둡고 긴 터널을 겨우 통과하고 있었다.

정현자_#007_젤라틴 실버프린트_24×24cm_2008

청소년. 소년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른도 아닌 세대를 우리는 이렇게 부른다. 이 산뜻한 낱말은 그러나, 16세의 정체성을 털끝만큼도 설명해줄 수 없다. 그들의 우울과 불안, 소외를 설득력 있게 표현해줄 수 없다. 오히려 주변인이나 경계인 같은 사회학 용어가 한결 솔직한 낱말이다. 16세. 그들은 경계인이고 주변인이다. ● 인간의 삶이란 아주 긴 싸움일지도 모른다. 물질과 공간을 소유하기 위한 싸움이고, 말할 자유와 행동할 권리를 얻기 위한 싸움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청소년에게는 지루하지만 아름다운 싸움의 기회와 공간조차 애초부터 허락되지 않는다. 세상은 그들을 어디에도 소속시켜 주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경계하고 또 한편으로는 계도하려 든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제한적이다. 순응하거나 아니면 저항하거나.

정현자_#017_젤라틴 실버프린트_24×24cm_2008

10대를 대상으로 작업한 사진은 제법 있는 편이다. 하지만 대개는 소재주의에 머물거나 로리타 이미지를 차용한 경우에 머물러 있었다. 정현자의 작업처럼 경계인으로서의 청소년이 운명적으로 안고 있는 불안과 소외를 이만큼 전면적으로, 그리고 감수성 짙게 드러낸 경우는 드물었다. 정현자의 작업은 이 지점에서 힘을 얻고 있다.

정현자_#020_젤라틴 실버프린트_24×24cm_2008

대개 사진은 피사체를 이상화한다. 노출, 시간, 앵글의 변화를 통해 대상을 과장하거나 낯설게 하여 이미지 효과를 극대화시키려고 애쓴다. 그러나 정현자는 이런 현상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 수잔 손탁의 표현처럼 피사체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 자체가, 그러니까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가 대상에 대한 공격적인 개입을 내포하고 있지만, 정현자는 꼭 그렇지 않다. 그는 매우 조심스럽게, 가능하면 감정이입을 절제하여 대상을 포착해낸다. 정현자는 일부러 다가가지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뒤로 물러서지도 않는, 다르게 표현하면 전지적 시점과 관찰자 시점 사이에 서 있다. 이 심리적 거리감이 미적 긴장감을 낳았다.

정현자_#024_젤라틴 실버프린트_24×24cm_2008

정현자는 대상을 자기화 하지 않는다. 그는 오히려 일정하게 심리적인 거리감을 유지한 채 16세의 행동과 표정과 상황을 보여준다. 의자에 불안정한 모습으로 앉아 있거나, 뒤돌아 앉아 세상을 외면하거나, 탈로 얼굴을 가려 익명의 세계로 망명하거나, 불안한 눈빛으로 세상을 노려보거나, 마치 영화 레옹의 마틸다처럼 화분과 대화를 하거나, 그도 아니면 꽃으로 얼굴을 가리는, 그리하여 마침내는 세상과 불화하는 16세의 초상을 예리하게 포착해낸다. 정현자는 16세의 텅 빈 마음을 보여주고, 그들의 불안한 심리를 보여주고, 절망하는 영혼을 보여준다. 이것은 그가 세상에 던지는 질문이고, 세상과 대화를 하는 방식이다. 정현자의 16세 연작은 그러므로, 그가 일관되게 추구하는 소통의 또 다른 형식이다.

정현자_#013_젤라틴 실버프린트_24×24cm_2007

정현자가 획득한 긴장미는 그의 공간에 대한 탐구와도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청소년들의 공간에 대한 집착은 불안감에서 오는 것이다. 불안은 비밀을 낳고 비밀은 그들에게 골방을 찾게 만든다. 그리고 그들은 세상과 격리된 골방에서 불안한 자유와 해방을 즐긴다. 정현자는 공간을 통해 청소년들의 골방의식을 정확히 포착해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벽-특히 금이 간 벽과 금이 간 방바닥을 보라. 그리고 벽과 바닥처럼 금이 간 16세의 등을 보라-과 꽃과 탈, 의자, 화분 같은 소품을 적절히 활용하여 청소년들의 심리를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사진은 입체를 평면화하는 작업이다. 이 말은 그러나 정현자의 작품 앞에서 곧 힘을 잃어버리고 만다. 그는 공간에 대한 면밀한 연출과 소품의 상징화-정현자의 작품에서 탈, 꽃, 화분 등은 해방과 탈질서를 의미하는 상징 언어이다-를 통하여 16세의 내면 풍경을 그 어떤 연설과 웅변보다도 입체적으로, 그리고 핍진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정현자_#026_젤라틴 실버프린트_24×24cm_2008

파스빈더의 영화 이야기로 이 글을 맺고자 한다. 뉴저먼 시네마의 기수인 독일의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은 70년대 독일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영화로 그려냈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이다. 그로부터 40년 후,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한국의 한 사진가가 또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다. "불안은 여전히 영혼을 잠식한다." ■ 유명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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