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Tropical Juice_핫 트로피칼 주스

방은겸展 / BANGEUNKYUM / 方恩謙 / painting   2008_1011 ▶︎ 2008_1017

방은겸_us and them_캔버스에 혼합재료_72×60cm_2008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070616d | 방은겸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8_1011_토요일_06:00pm

주최_갤러리 인큐베이터 기획 "델픽게임" 책임기획_유희원

관람시간 / 01:00am~09:00pm

벨벳 인큐베이터 VELVET INCUBATOR 서울 종로구 팔팔동 123-3번지 Tel. +82.2.736.7023 www.velvet.or.kr

2007년 여름, 『The Mixed Girl』展 이라는 타이틀의 첫 개인전을 통해 작가 자신의 '신체'라는 도화지 위로 상상의 세계를 쏘다니며 경험한 각양각색의 에피소드를 유쾌하고 재기발랄한 터치와 색감으로 담아냈던 작가 방은겸이 두 번째 개인전을 맞이한다. 첫 전시에서 해와 별, 꽃과 구름, 물고기와 닭, 수박과 똥 등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에서 매우 흔히 접하게 되는 자연적 요소에 불쑥 자신의 투명한 신체를 믹스하여, 끝없이 진화하는 현대인의 욕망과 권력, 유혹, 섹스, 패션이라는 화두를 짓궂은 어린아이와 같은 감수성으로 뒤흔들어놓던 그녀가 두 번째 개인전 『핫 트로피칼 주스_Hot Tropical Juice』展을 통해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방은겸_top show_캔버스에 혼합재료_200×66cm_2008

매일 가중되는 혼란과 모순으로 뒤섞인 이 세계를 '살아내'고 또한 '살아남'기 위해 작가 방은겸이 선택한 삶의 방식은 '웃음'과 '유머'라는 인간 고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는 것이다. 만일 당신이 문득 일상의 지리적, 사회적, 지적 무게에 숨이 막혀온다면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해결책은 다름 아닌 '웃음'이라는 제스추어일 것이다. 트로피칼tropical은 '열대의', '심한 더위의'라는 뜻 외에 '정열적인' 또는 '열렬한'이라는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우리가 '열대'라는 단어를 통해 남국의 뜨거운 뙤약볕을 떠올릴 뿐 아니라, 막 짜낸 오색빛깔의 과즙과 달콤 쌉싸름한 향기, 정열이 넘치는 춤사위를 떠올리게 되는 것 역시 같은 이유일 것이다. 이처럼 시시각각 앞을 다투며 발생하는 잔혹한 사건, 사고의 현장 속에서도 방은겸은 야릇한 희극적 요소를 발견하고 이를 리드미컬하게 자신만의 조형적 언어로 구사한다. 작가로서 개인의 경험과 세계관을 통해 사회의 면면을 살펴보고, 그 안에 감춰진 왜곡된 진실을 밝혀내고자 하는 의지는 어느 시대에나 중요한 의미를 지녀왔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시공을 넘나드는 방은겸의 상상력은 사회를 들썩이게 하는 온갖 비극과 모순, 혼란의 향연 속에서 순진무구함과 날카로움의 양면을 적절히 드러내며 개인과 사회의 욕망관계를 파헤치고 탐험한다.

방은겸_la nuit_캔버스에 혼합재료_145×97cm_2008
방은겸_독설_캔버스에 혼합재료_91×65cm_2008

푸른 바다와 빛나는 파도를 검은 절망의 빛깔로 물들인 태안 석유유출 사건을 다룬 「안녕, 2008」, 사회를 향한 개인의 콤플렉스와 분노를 국보급 문화재를 훼손하는 것으로 자신의 폭력성을 만천하에 표출한 숭례문 방화사건을 다룬 「untitled, 2008」, 전국을 몸살나게 한 광우병 사태를 바라보며 그린 무지개빛 슬픈 얼굴의 소 「독설, 2008」 등 방은겸의 작품 세계는 이제 소소한 개인의 욕망과 판타지, 상상의 세계를 넘어 자신이 살아가는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구체적인 사회적 사건과 이슈를 자기만의 서사구조로 재구성하는데 이른다. 한편,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붉은 눈물을 흘리고 있는 수많은 표정의 얼굴들이 반복하여 그려진 「us & them, 2008」이나 「블랙리스트, 2008」, 혀를 찌르는 식칼과 바늘, 썩은 사과를 구불구불 관통하는 독사 등이 그려진 「독설, 2008」, 「BLACK MARKET, 2008」 등의 작품에서는 암울하고 고통스러운 시대적 풍경을 강렬한 색감과 함께 상징적으로 압축하여 드러내기도 한다.

방은겸_black market_캔버스에 혼합재료_50×73cm_2008
방은겸_red-hot_캔버스에 혼합재료_73×61cm_2008
방은겸_la nuit_캔버스에 혼합재료_72×60cm_2008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 세계는 오웰이 예견하듯 정보사회와 기계 문명, 전체주의적 권력에 의해 개인의 꿈과 희망이 사라져버릴 어둠의 미래로 치닫는 것일까? 아니면 앨빈 토플러가 제시하듯 눈부신 기술혁명에 의한 인류의 해방과 국경이 없이 펼쳐진 첨단 글로벌 시대를 향해 힘차게 달려나가고 있는 것일까? 현재는 어느 순간에나 과도기로 느껴지며, 개인의 일상은 줄곧 피로하다. 사회적 이슈를 작가 개인의 체험으로 구체화시키고, 은폐되고 왜곡된 진실을 한 편의 블랙코미디로 승화시키는 작가 방은겸의 다채로운 작품들이 혀를 데일 정도로 뜨겁게 달궈져 누군가의 목을 축이기를 기다리고 있다. 누구든 삶의 피로감이 몰려올 때 여기, 막 짜낸 뜨거운 트로피칼 주스나 한 잔 함께 나누어 마시면 어떨까? ■ 유희원

Vol.20081009f | 방은겸展 / BANGEUNKYUM / 方恩謙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