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순간

이동욱展 / LEEDONGWOOK / 李東旭 / photography   2008_1015 ▶︎ 2008_1021

이동욱_steal a glance_디지털 프린트_84×102cm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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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8_1015_수요일_05:3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가나아트 스페이스_GANAART SPACE 서울 종로구 관훈동 119번지 3층 Tel. +82.2.734.1333 www.ganaart.com

가상과 실재의 경계-욕망이 투영된 장소 ● 이동욱은 가상과 실재의 경계를 인형을 통해 바라본다. 그리고 그 경계에는 인간의 욕망이 투영된 두 가지의 세계가 하나의 장소에서 만난다. 가상과 실재의 경계가 하나의 지평으로 연속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인형은 인간의 욕망이 투영된 장소이기도 하다. 욕망이 투영된 장소인 인형은 더 이상 인형이 아닌, 삶의 무게를 지고 인간존재와의 동질성과 이질성을 결합해가는 매개체가 된다. ● 고대부터 인간의 삶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졌던 인형은 주술적인 의미에서 신성한 장소에 모셔지기도 했지만, 터부를 진채 인간의 죽음도 대신했다. 이처럼 인형은 보이지 않는 어떤 힘에 대한 두려움의 대상에서부터 생존을 위한 풍작과 건강을 기원하기위한 대상까지 포함하는 역할을 하면서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했다. ● 현대의 인형은 어린아이의 장난감뿐 아니라 수집가들에 의해 여러 가지 캐릭터로 탄생한다. 이를테면 어린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나라별 풍습을 나타내거나 상징하는 인형에서부터 인종이나 민족의 특수성이 부각된 얼굴 모습까지 수많은 인형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이처럼 인형은 민족과 문화의 다양한 삶의 차이들이 담겨진다. 이런 여러 가지의 경우에도 불구하고 인형은 주체적이지도 자유롭지 못한 수동적 이미지를 상징하는 경우가 많다.

이동욱_a decisive moment_디지털 프린트_107×84cm_2005

이동욱의 사진에 있어 중요한 모티프가 되고 있는 인형은 바로 바비(barbie)인형이다. 장난감회사에서 만든 이 바비인형은 긴 팔다리를 하고 있는 성인의 모습으로, 여자인형에서 출발해 지금은 여동생과 남동생 그리고 남자친구까지 있는 가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바비인형 시리즈는 아이들의 장난감에서 패션의상과 보석까지 다양하고 화려하게 치장하는 인형으로 거듭나 지금은 바비인형을 수집하는 수집가뿐 아니라, 팬클럽도 만들어져 있다. 이처럼 바비인형은 그 종류가 어떤 것이든 단순한 장난감과는 다르게 인식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인식은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되면서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기도 한다. ● 현대의 바비인형이 옛날의 토우나 전통행사에서 쓰였던 것처럼, 그 의도가 무엇이든 어느 정도 현대인의 소망과 기원이 담겨있다. 이는 바비인형이 상업적 의도와 사회적 상황이 맞아 떨어지면서 소비대상의 심리를 꿰뚫고 그 속에서 그 어떤 친화력을 가지고 소통되고 있는 것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이런 소통의 저변에는 단순한 장난감으로서의 바비인형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이 투영된 장소가 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그 대상이 여성 혹은 남성을 완벽하고 특별해 보이는 모습으로 대상화했다면, 이제 그것은 인형을 넘어 현대인의 욕망과 이상이 투영되는 이른바 가상과 실재의 지평 속에서 그 경계가 확장되는 욕망이 투영된 장소일 것이다. ● 이렇듯 바비인형은 가상인 동시에 가상과 실재가 하나의 장소에서 만나, 그 경계를 가로지르며 지각의 대상이자 동시에 지각대상의 의미를 간접적으로 규정하는 역할도 한다. 그 역할은 가상과 실재의 경계를 하나의 지평으로 연결하는 대상, 즉 장소가 되는 것이다.

이동욱_barbie walks through_디지털 프린트_84×132cm_2006
이동욱_love speed_디지털 프린트_107×84cm_2008

그렇다면 확장된 지평, 가상과 실재의 경계이자 욕망이 투영된 장소인 바비인형을 바라보는 이동욱의 시선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가상과 실재의 경계를 하나의 지평으로 연결하는 대상, 즉 장소인 바비인형을 통해 작가적 시선이 머무는 장소는 어디인가? 어쩌면 가상과 실재의 경계를 확장하는 작가적 시선은 심리적 상황의 재현을 통해 실재와 가상의 경계를 넘어 탈 중심의 시각을 제시하려는 것은 아닐까. 혹은 가상과 실재의 경계가 확장된 장소인 바비인형은 작가적 시선이 머무는 장소이고, 주제화된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자기 동일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생각도 열어 놓는다. ● 가상과 실재의 경계에 있는 바비인형은 후설(E.Husserl)이 말한 '대상이 드러나는 장소인 외적 지평'이라고 할 수 있다. 후설에 의하면, "지평은 그 지평에 놓인 주제화된 대상이 없이는 무의미하다. 한 사물을 지각한다는 것은 다른 사물을 지각하다가 이 사물을 지각하게 되는 연속적인 과정에 따른 것이다. 이 때, 중요한 작용이 '대상을 주제화 한다'는 것이다. 대상을 주제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상'이 드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상이 드러나는 장소는 외적지평"이기 때문이다. ● 이처럼 이동욱의 사진에 등장하는 주제화된 대상인 바비인형은 가상과 실재의 경계이자 작가적 시선이 확장되는 장소인 외적지평이 된다. 이 외적지평의 장소이자 대상의 드러남을 후설은 지각하는 주체에게 대상이 두드러져 보이는 것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대상이 드러나는 데 개입되는 기본적인 요인을 동질성과 이질성의 결합이고, 이 결합은 수동적 종합으로 유사성의 연합작용이라고 한다. ● 이를테면 인간의 모습과 유사한 바비인형을 바라보는 시선은 가상의 인간이지만, 주제화된 대상으로 동질성과 이질성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욕망이 투영된/되는 장소다. 욕망이 투영된/되는 대상화에 입혀 놓은 시선은 원본의 해체를 통해 탈 중심을 지향한다.

이동욱_mirror truth_디지털 프린트_84×107cm_2007

중심이 사라진 장소에 욕망이 투영된 이동욱의 시선은 바비인형으로 자아 혹은 타자의 관계를 설정한다. 자아와 타자가 만나는 장소는 현실적인 공간이다. 그 공간은 도로나 거리 그리고 집안의 침실과 욕실 등 일상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30센티미터 크기의 바비인형은 일상적인 공간에서 하나의 정물로 놓여 진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공간에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 ● 인간의 동질화이자, 실재와 가상, 자아와 타자의 매개체인 바비인형은 작가가 바라보는 욕망의 시선이고, 그 시선은 비현실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는 곳에 대한 경계를 확장하고자 하는 욕망이 투영되는 지점에 있다. 그의 이런 '필요욕구'가 반영되는 장소인 바비인형은 욕망의 창출인 동시에 욕망의 출구가 된다. 욕망은 새로운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그것은 다시 새로운 욕망을 창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새로운 욕구를 생산하는 욕망은 관계의 확장을 열어간다. 전제된 장소를 통해 상호 의존적이면서 동시에 억압과 해방을 공유하는 관계처럼. 단절과 확장을 반복한다.

이동욱_hush up_디지털 프린트_84×126cm_2008

이동욱이 설정하고 있는 경계, 이를테면 가상과 실재의 경계인 바비인형(욕망이 투영된 장소)은 어쩌면 사진의 특징 중 하나인 시?공간의 고립성을 전제하고 있다. 사진에 포착된 순간은 연속된 시간에서 분리된 이미지이고 한정된 장소가 전제된다. 특정한 대상에 초점을 맞추는 작업은 주변 공간으로부터 격리되어 있는 공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잡혀진 대상을 지속 시키려는 사진의 욕망만큼 확고하게 주변으로부터의 고립을 드러낸다. 또한 사진은 생생한 현실을 한 순간 포착하는 특정장소의 현실성을 포착하는 정밀성도 가지고 있다. 뿐만이 아니라, 예측하기 힘든 순간과 연결된 우연성 역시도 포함한다. 어쩌면 이 같은 사진에 전제된 외적 특성을 파악하고 내적요소와 결합해가면서 자신의 비전을 찾는 작업이 사진작가에게 부여된 전제조건일 것이다. ● 이동욱은 이런 사진의 고립성 혹은 한정성을 가상과 실재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확장해 간다. 「a decisive moment」는 남자 바비인형이 도로 위를 걷거나 서 있는 상태에서 빨간색 자동차가 공중에 떠있는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도시의 건물 사이로 보이는 원근감은 상단의 자동차의 움직임과 겹치며 바비인형을 중심으로 공간과 시간성이 매우 독특한 구도로 하나의 화면에 공존한다. 「barbie walks through」는 도로를 건너는 바비인형과 도시건물의 배경 그리고 자동차가 놓인 공간을 빛으로 연결해 놓는다. 이 빛은 사진 속 프레임을 여러 가지 색과 형을 통해 포착하고 있다. ● 사진은 피사체를 발견하고 포착하는 예술인 동시에 일상적인 사물을 통해 의미를 발견하는 예술이다. 이러한 예술적 의미를 작가는 인형을 통해 숨겨진 가치를 발견해 간다. 작가는 "바비인형이 사람의 형상과 유사성을 가지지만, 작업과정에서 몰입하는 방식은 큰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인형과 배경과의 관계설정에 있어 공간을 읽고 드러내는 방식이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작은 크기의 인형이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공간에 서 있을 때 인형의 눈으로 공간을 보려는 시각이 매우 흥미롭다. 작가가 작업과정에서 느꼈을 이 같은 흥미로운 시각은 사진작업들 속에 여러 가지 방식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동욱_smile_디지털 프린트_107×84cm_2007

「love speed」, 「mirror truth」, 「something happens」, 「steal a glance」는 작품 간의 차이는 있지만, 실상과 허상, 반영된 이미지, 자아와 외적 대상 사이의 관계, 자기 동일화 등 반영되는 이미지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회귀욕망이 강하게 드러나는 「mirror truth」와 「steal a glance」는 자기 동일시를 매우 강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남자 바비인형이 거울 앞에 서서 자아에 대한 인식과정을 보여주고 있고, 작가의 시선과 동시에 관객역시 카메라 위치에서 훔쳐보는 시각이 전제된다. 관음증(voyeurism)적 이미지를 보여주는 가상과 실재의 경계지점은 훔쳐보기라는 사진이 지닌 요소, 즉 사진이 일차적으로 카메라 렌즈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욕망의 심리적 효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 이동욱의 사진은 이처럼 인형을 통해 인간의 욕망을 투영하고 있다. 그는 가상과 실재라는 경계 설정을 통해 욕망의 여러 가지 심리적인 요소까지 발견해 가고 있다. 바비인형을 통해 들여다보는 작가의 시선은 자아가 경험하는 심리적인 요소가 현실적인 장소에서 여러 가지의 상황설정을 통해 나타나고 있는데, 이런 상황 설정을 이루는 이동욱의 사진은 심리적인 공간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작가가 바라보는 심리적인 공간에 자리한 바비인형은 우울한 현대인의 초상이기도 하다. 이처럼 작가의 사진 속에는 도시인의 감정과 기억, 의식 등 삶의 장소에서 일어나는 자아와 타자와의 관계가 묵묵히 펼쳐진다. ● 현대인의 초상이자, 자아와 타자와의 관계 혹은 그 자신이기도 한 바비인형은 가상과 실재를 연결하는 시·공간의 고리이자 경계다. 또한 현대인의 초상인 바비인형은 일종의 소외와 불안을 품고 있다. 이 알 수 없는 불안과 소외로부터 거리를 두거나 탈출하려는 욕망은 작은 인형 바비 속에 감추어진다. 그러나 억압의 주체로든 객체로든 욕망은 바비인형이라는 가상세계에 갇히기도 하고 또 그 속에서 다른 일탈을 감행해 가기도 한다. 이런 일련의 감행이 이루어지는 장소에 투영되는 욕망은 바로 나이고 우리일 것이다. 나아가 욕망이 투영된 장소인 바비인형은 자아와 타자가 만나는 장소이자 결핍의 장소이기도 하다. 이 결핍은 빈 공간이 아니라 자아가 투영되는 곳에서 자라나는 욕망의 그림자고 상호소통이 가능한 몸이다. 몸은 욕망의 결핍을 채우고자 끊임없이 감각을 확장해 간다. ● 작가는 욕망의 결핍을 채우는 장소인 바비인형을 통해 억압과 해방이라는 두 가지의 계기를 발견한다. 어쩌면 작가에게 있어 이 경계의 장소인 바비인형은 작가적 시선이 자기 동일성을 찾아가는 여정 속에서 하나의 근원적 물음이자 시각적인 자기반응일 것이다. 그래서 그의 사진에는 가상과 실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욕망이 투사된 심리적 요소가 강하게 읽혀진다. 이처럼 자아를 찾기 위한 긴 여정과 욕망의 장소인 바비를 통해 던져놓은 욕망이 자아가 타자와의 상호관계를 통해 차이를 발견하는 환한 창이 되길 바래본다. ■ 김옥렬

Vol.20081010c | 이동욱展 / LEEDONGWOOK / 李東旭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