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llness by practice

길현수_김창언_송윤주_구인성_김영욱_박영주展   2008_1014 ▶︎ 2008_1202

길현수_가을정원_화학약품_가변설치_2008

초대일시_2008_1014_화요일_06:00pm

참여작가_길현수_김창언_송윤주_구인성_김영욱_박영주

담당 큐레이터_김지윤

키미아트_KIMIART 서울 종로구 평창동 479-2번지 Tel. +82.2.394.6411 www.kimiart.net

이번 키미아트의 전시는 존 볼드사리의 "어떤 생각도 이 작품에 개입되지 않았다"라는 작품 속 텍스트를 반어적으로 해석하고, 사고의 개입이 작품을 간략하게 만들었다는 의미로 해석하면서 많은 의미와 내러티브를 가지는 동시에 표면적으로 절제와 침묵의 성격을 띄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 창작의 결과물들은 다음 세대의 새로운 작품의 생성에 단서를 제공한다. 미술사 속에서 일련의 흔적을 남기며 진화, 발전, 차용, 혼용을 반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각과 환영, 현실과 관념, 자연과 정신, 일상과 예술 등 상반된 것들이 서로 우열을 거듭하며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시에서는 젊은 작가들의 개념적인 작업을 기초로 하되 다른 이즘(이라 칭하는 것)과 매체들을 작가들이 어떻게 수용하여 진화시키는지 보고자 한다. ● 작업들은 실제 세계를 반영하기보다는 대상을 독립적으로 바라보고, 계산된 추상 혹은 반추상의 형식을 갖음으로써 실제적인 형태에 집중하여 성취되는 효과에 의존하지 않고자 하였다. 해독하기 어려운 것에 대한 무조건적인 경의는 옳지 않지만, 이러한 작품은 우리로 하여금 작품을 안이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고, 미술 이상의 그 무엇을 제기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낸다. 작가들은 자신의 행위와 물질(표면)의 반응에 대한 특별한 의식을 상기시키며, 모든 작업과정마다 수행의 느낌과 경지를 나타낸다. 나아가 물질의 변화와 수집 혹은 반복적 수행의 결과를 작품에 기록하는 형태로 발전한다. ● 전시에서 추가하고자 하는 것은 현재의 매체적 특징을 살린다는 것이다. 전통 회화와 구분 짓는 동시에 작가의 사고와 창작 과정에 중점을 두어 파생되는 여러 가지 표현 재료들을 포괄하려는 의도를 반영한다. 또한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감각을 자극하고, 소재와 작가 의도와의 연결성도 되짚어본다. 두 번째로 작가적 성실함에 경의를 표하고자 한다. 작가들은 과정과 사고에 치중해 지나치기 쉬운 원초적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작품을 방치하거나 반복된 작업 속에서 우연의 결과와 형상을 기대하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 사고와 수공의 노력도 지나치지 않음을 볼 수 있다. ● 길현수는 "인위적으로 변이된 생명 현상"-생명체를 모티브로 작업을 진행한다. 작가는 생명체가 변이를 거쳐 우성의 형질을 갖게 되며, 끊임없는 고리를 이어가고, 무생물 역시 시간의 순환에서 끊임없는 변화를 가진 존재로 본다. 또한 현상에 대한 인간의 인지능력이 개인의 경험으로 판단하여 각자의 고유한 생명 현상의 아우라를 가지고 있다고 간주한다. 그의 작업 속에서 전개된 생명의 변이 과정은 추측할 수 없는 우연을 포함하여 신비로움과 경의의 세계로 안내한다.

김창언_4 way traning-pedalling & headbanging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20cm_2008

김창언은 비공식적 언어의 생성과정을 개인적 감각의 기호화를 통해 구체화하는 일련의 작업을 선보인다. 1998년 교통사고로 작고한 전 Black Sabbath의 드러머 'Cozy Powell'을 작가와 동일시의 대상(작가와 Powell이 악보를 읽지 못한다는 가정하에)으로 삼고, Cozy Powell이 리듬을 이해하고 생성해나가는 가상적 감각의 논리화를 몇 가지 이미지 코드화를 제시해 보여준다. 즉, 리듬이라는 청각적 외부현상을 개인적 차원의 이미지의 연상과 기호화를 통해 건축적 다이어그램으로 구축해 평면과 영상설치 작업으로 증명해 보인다.

송윤주_素_장지에 먹, 안료, 스크래치_65×65cm_2008

송윤주은 종이를 접고, 가위로 오리고, 손으로 얼기설기 형태를 만드는 것에서 작업을 시작한다. 입체적인 형체를 종이로 만들고 이것을 다시 평면회화로 옮긴다. 이는 어떤 대상을 보고 만드는 것이 아닌 상상의 의해 만들어진 것들이다. 이러한 '상상의 이미지(the Imaginative Icon)'는 안료를 전체 화면에 수십 번 올리고, 그 위에 이미지를 물감으로 그리고, 이를 다시 송곳으로 파내면서 입체화된다.

김영욱_반짝거리는 탐욕과 실패로 인한 공포로부터 야기된 회화적 사건들-씨앗으로 위장한 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72.5cm_2008

김영욱은 백화점 명품관에서 보았을 법한 칼라와 매끄러운 질감(탐욕-그리드)위에 미리 정한 드로잉을 따라 표면을 붓으로 긋는 작업(두번째 복제-공포,fear)을 한다. 컴퓨터 드로잉(벡터방식)은 어떤 개체의 복제로 인해 컴퓨터의 수학적 계산 없이는 불가능한 상태. 그러한 기하학은 비개성적이지만 그 위에 선을 긋는 행위는 미세한 사고를 무한정으로 일으킨다. 완벽하게 동일한 선을 긋고자 하나, 저항없는 표면 위에 동일한 선을 긋는 것은 불가능하다. 컴퓨터의 선을 따라 긋는 행위는 시스템에 저항하지 못하는 무기력함과 동시에 인간의 근원적인 불완전함을 입증한다. 이러한 실패의 연속으로 화면은 토끼나 양, 푸들, 씨앗 등의 예기치 못한 형상으로 나타난다.

구인성_꽃과 화병_골판지_135×120cm_2008

구인성에게 있어서 골판지(corrugated carboard)는 재생과 수고의 행위를 위한 도구이며, 표현의 언어이다. 화려한 시각의 영상들이 시각을 자극할 때 기억을 더듬어 이미지의 기본 단위인 픽셀(pixel)이미지로 각인한다. 각인된 기억은 자연스럽게 화면 위에서 반전을 꾀한다. 겹으로 둘러싸인 골판지의 특성을 이용해 때로는 목판화 작업을 하듯 도려내고 짓누르고, 픽셀 하나하나에 기억의 이미지를 조합하여 형성된 시각적 언어로써 그 기능을 다한다. 공감할 수 있는 사유적 경험의 이미지를 재구성하고자 한 것은 단순히 이상적인 이미지를 기억함이라기보다 지금의 불확실함에 대한 안위를 찾는데 있다.

박영주_피어나다_블랙패널에 알루미늄실_52×70cm_2008

박영주는 금속판에 알루미늄사, 동선, 철사 등의 단단한 재료로 드로잉을 하듯 자유롭게 수를 놓는다. 금속 특유의 굴곡진 느낌이나 단단하고 강한 것들이 부드럽고 유연하게 보이는 시각적 경험을 하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갇힌 상태에서 슬금슬금 기어나와 땅 위의 세상을 공격하는 뿌리를 형상화한다. 형상화된 '뿌리'는 이미 터져버려 더 이상은 뿌리가 아닌 모습으로 용솟음치게 되고, 잡아먹을 것 같은 기세로 무성한 밀림을 이루게 될 것을 암시한다. 작가는 망울을 한껏 머금어 분출하지 않고는 안되는 무언가가 찬란하게 피어나는 과정을 그리고자 했다. ● 요즘 미술의 흐름에서 보여주듯 단시간에 감각의 간극만 다루거나 현재의 유행에 유유히 묻어간다면, 사회가 예술에게 바라는, 사고와 감정을 촉진시키길 원하는 역할을 간과하게 되는 것이다. 전시를 통해 작가들이 끝까지 붙들고자 했던 예술적 사유와 의도에 대해 진지하게 반응하고, 공들인 일획의 찰나에 흡족할만한 필연 혹은 우연의 결과물들을 바라던 작가의 긴장된 마음과 같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키미아트

Vol.20081012d | Stillness by practic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