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언어-Venti Logos

윤은자展 / YOONEUNJA / 尹恩子 / photography   2008_1015 ▶︎ 2008_1021

윤은자_경복궁_잉크젯 프린트_71×103cm_2007

초대일시_2008_1015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하절기_10:00am~07:00pm / 동절기_10:00am~06:00pm

갤러리 나우_GALLERY NOW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2-13번지 성지빌딩 3층 Tel. +82.2.725.2930 www.gallery-now.com

허공의 메아리를 찾아서 ● 바람과 천 그리고 색과 공간이 만드는 수많은 허공의 형상들은 첫 눈에 어디서 많이 본 우리 고유의 것들 말하자면 하얀 소복, 색동저고리, 솜이불, 댕기 등 사라져 가는 우리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특히 작가는 허공에 굽이치는 형상들은 한국의 전통 춤인 승무에서 하늘을 향해 순간적으로 길게 솟구치는 장삼자락에서 연유되었다고 말한다. 장심자락의 미묘한 순간포착, 그것은 우리 고유의 것에 대한 또 다른 뉘앙스를 암시하는 결정적 찰라-순간이 될 것이다. 게다가 의도적으로 한국인의 보편적인 정서로서 색동과 황토 그리고 단층의 오방색은 더욱 더 설명할 수 없는 우리 고유의 한(恨)을 암시하고 있다. ● 그러나 관객의 입장에서 이러한 형상들은 단순히 승무의 춤사위로만 해석되지 않는다. 이상하게도 형상들은 관객의 모든 상상력을 무력화하면서 우리로 하여금 단번에 상징적으로 "한국의 전통"이라는 모호한 관념 이외 그 어떤 구체적인 것도 지시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컨대 초저녁 어색한 인공조명으로 희끄무레한 하늘에 솟구친 야광 천들은 갑자기 보는 이로 하여금 온 몸에 전율을 느끼게 하면서 전혀 예견치 못한 어떤 설명할 수 없는 공포를 가져다준다.

윤은자_예술의전당_잉크젯 프린트_110×156cm_2007
윤은자_이승복동상_잉크젯 프린트_71×97cm_2007
윤은자_청보리밭_잉크젯 프린트_108×152cm_2007

작가는 사진의 공간구성에서 관객의 긴장을 유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유동과 부동의 조화, 인공과 자연의 긴장, 물질적인 것과 비물질적인 것의 혼용, 그리고 순간과 지속의 대립 구조를 설정하고 있다. 특별히 허공에 던져진 상부의 주제와 하부의 배경 사이에서 드러나는 의미의 병치는 전체적인 작품의 극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예컨대 큰 공간을 차지하는 하늘 아래 배경으로 나타나는 산 능선과 청 보리밭, 한강의 밤, 예술의 전당, 전통 초가집, 남대문, 경복궁, 서울역, 민통선 등은 단순히 한국의 자연과 전통이라는 상징적인 것이 아니라 관객 각자의 경우로 재구성되고 재해석되는 일종의 제유법적인 효과를 가진다. ● 이러한 문맥에서 볼 때 바람과 하늘, 색과 선이 만드는 허공의 이미지들은 단순히 한국의 자연과 전통 미를 예찬하는 과시적인 웅변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은밀한 욕구와 기억이 무의식으로부터 의식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위장된 기억의 단편들 즉 작가 자신의 무의식에 부유하는 과거 기억의 인상들이다. ... 그것은 어두운 방을 밝게 환히 비추는 빛과 같이 곧 응시자 모두의 공통된 애환과 애착으로 전이(轉移)되어 갑자기 작가의 특별한 이미지가 응시자의 경험적인 공간에서 아무 이미지로 환원된다. 이럴 경우 이미지들은 조건반사와 같은 무기표의 신호로서 관객의 심연에 내재된 기억을 자극하는 자극-이미지(image-stimuli)임과 동시에 우리 모두의 희미한 기억의 흔적으로서 반향 없는 허공의 메아리가 된다. ■ 이경률

윤은자_초가_잉크젯 프린트_71×96cm_2007
윤은자_한강_잉크젯 프린트_71×84cm_2007
윤은자_해미읍성_잉크젯 프린트_71×97cm_2007

이 사진들은 '사진 찍는 다는 행위'와 사진철학의 한 부분인 '결정적 순간'에 대한 주관적인 관점을 연구한 이미지들이다. 우리 앞에 무엇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은 우리의 시선을 통해서 대상을 인지한다는 의미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진을 찍는 다는 것은 대상과 우리와 일정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을 말한다. 이 관점으로부터 한국의 미가 지닌 대상에 사진기의 파인더를 통해 그것의 멋을 관찰한다는 것이다. 이 때 사진기의 파인더에 잡힌 대상은 문화 그리고 역사적으로 상징화된 한국의 풍광이다. ● 상징화된 대상 앞에서 본인은 전통적인 다큐멘터리 측면에서 피사체의 실재를 있는 그대로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퍼포먼스를 통해 또 다른 의미의 '결정적 순간'을 재현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결정적 순간'의 단어적인 의미는 브레송의 철학과 동일하다. 그는 공간을 선택하고 시간이라는 절대적 순간을 놓치지 않고 일순간에 벌어지는 상황을 필름의 표면에 고정시키는 것이다. 본인의 '결정적 순간'은 브레송의 것과 맥을 같이하고 있으나, 그것의 차이는 본인이 연출이라는 행위를 통해서 한 순간을 포착한다는 것이다. ● 구체적으로 언급하자면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이 모더니즘적 사고였다면 본인이 의도하는 '결정적 순간'은 후기 모더니즘적 성격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시각적 사고의 경험은 한국의 전통적인 춤의 백미인 '승무'로부터 기인되었다. 우리가 잘 알듯이 '승무'의 절정은 장삼의 순간적인 미묘한 움직임이다. 그 순간적인 움직임이 사진기의 셔터 스피드에 의해 고정되었을 때, 그 이미지는 '결정적 순간'에 의해 한국의 미로 포착되는 것이다. 한국의 멋을 재현하기 위해 1차로 공간을 설정한 후 그 공간과 어우러진 색을 지닌 천을 결정한다. 그 다음 바람의 힘을 빌려 그 천을 허공에 뿌려 천의 형상이 셔터 찬스에 의해 공간과 완벽한 조화를 이룰 때 하나의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 다시 말해서 대상과 색 그리고 천의 형상이 완벽한 조화를 이룰 때 하나의 이미지가 재현되는 것이다. 이 때 바람의 방향 그리고 본인의 연출 행위, 푸른 하늘을 향해 천을 뿌리는 퍼포먼스를 통해서 한국의 미가 지닌 아름다움이 창조되는 것이다. 작품에 재현된 바람의 의미는 한 지역에 존재했던 바람의 한 형태이며, 이 바람의 형태가 곧바로 배경과 어우러진 한국 자연의 멋으로 묘사되는 것이다. ● 또한 본인의 사진에서 화면 구도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자리하고 있다. 왜냐하면 바람에 의해 색을 지닌 천의 형상이 대상과 조화를 이루려면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어야 하늘 공간에서 그것이 상징적인 '바람의 언어'로 탄생되기 때문이다. 색을 지닌 천의 선택은 일반론적인 측면에서 한국인의 보편적인 정서에 기인한 색채가 지닌 상징성을 바탕으로 결정되었다. 결국 사진기의 파인더에 잡힌 자연, 색을 지닌 천 그리고 바람을 통해서 한국의 문화가 지닌 상징성을 '바람의 언어'로 시각화하는 작업이다. 이 사진들은 포스트모더니즘 관점에서 연출이 가미된 또 다른 의미의 '결정적인 순간'에 의해 재현된 한국의 멋이며, 한국의 미이다. ■ 윤은자

Vol.20081014a | 윤은자展 / YOONEUNJA / 尹恩子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