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herial

김순임展 / KIMSOONIM / 金順任 / installation   2008_1015 ▶︎ 2008_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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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8_1015_수요일_06:00pm

SeMA 신진작가 지원展

관람시간 / 10:30am~06:30pm

갤러리 그림손_GALLERY GRIMSON 서울 종로구 경운동 64-17번지 Tel. +82.2.733.1045 www.grimson.co.kr

천정에 하늘이 보이는 창과 같은 크기의 눕고싶은 공간이 만들어진다. 나도 그 위에 누우면 가벼워 질 것 같은... 양털의 느낌은 부드럽고 따뜻하기도 하고, 또 동물의 냄새와 촉감도 가지고 있다. 땅바닥에 붙어, 외부의 물리적인 힘으로만 다닐 수 있는 돌들이 바닥에서 사짝 떠서 관객의 터치에 의해 흔들린다.

김순임_The Space17_코튼울, 169개의 난리로부터의 돌멩이,무명실_2008

2008 여름 연천역에서 관객에게 하고싶었으나 하지못한 마음에 묻어둔 말을 160cm 긴 광목에 적게 하여 공중에 매다는 야외 설치작업후, 비바람에 낡아버린 이 천에 놓은 연필선 위로 붉은 실로 재봉질하여 이 마음들을 그림손 갤러리 천정에 달았다. 나를 무겁게 하는 묻어둔 말을 꺼내 나를 가볍게 하는 작업, 하지만 이 글들은 한단락은 앞면으로 읽을 수 있고, 한 단락은 뒷면으로 읽을 수 있어 결국 다른사람의 조각난 이야기만 관객에게 읽혀진다. 남의 마음의 말 한조각으로 나의 마음의 말을 꺼내본다.

김순임_The Space16-못 다한 말_광목에 붉은 실로 바느질_가변설치_2008

전시장 입구 천정이 유리로 된 공간에 무명실이 머리 위까지 늘어뜨려져 있고, 그 끝에는 바늘이 있다. 이슬비처럼 영롱하고 아름다우나 아프고 섬뜩한 느낌도 동시에 있다. 이곳과 저곳이 통하기 위해 반드시 치러야 하는 아픔처럼...

김순임_The Space18-천개의 바늘_무명실, 글루건, 천개의바늘_2008

보여지는 형태는 소백산 진경이다. 아버지가 계시는 곳... 이곳저곳 떠돌다 머무신 곳... 이 산의 앞산과 뒷산 사이... 산과 산 사이의 공간이 무명실로 표현되었다. 실은 끈이지 않고 연결되어 만든 이가 쏟은 수많은 시간들이 농축되어 있다. 산과 산 사이에 흐르는 공기처럼, 내 시간도 이렇게 흐른다.

김순임_The Space19-아버지의 산_무명실, 한지, 밀가루 풀_2,000×140cm_2008

2008년 난지창작스튜디오에서 아침마다 작업실 문을 열면, 나 혼자 쓴다고 생각했던 작업실 바닥에 많은 인생들이 누워있다. 내가 모르는 사이 나와 같은 공간에서 평생을 살다, 내가 모르는 사이 떠난 작은 생명들을 기억하고 기록해 본다.

김순임_The Space20-Roommate_트레싱지에 디지털 프린트 168장_2008

몇 년전 일본에서 만난 치매할머니.. 그녀의 얼굴이 너무도 그 마을과 닮아 그녀를 그리고, 광목에 바느질한 작업을 했다. 매년 그곳을 지날때마다 그녀를 찾아 눈으로 인사하고 눈으로 말하다, 9월 그녀의 집을 다시 방문했을 때, 지난 봄 그녀가 잠속에서 떠났다는 말을 전해들었다. 아주 편안히 떠나셨다는... 그녀를 기억하기위해.. 다시 그녀의 얼굴을 만들어 본다.

김순임_The Face7-Satto Miuki_울펠팅_21×20×19cm_2008

김순임의 네 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의 제목은 "ethereal"이다. 그녀의 작업을 한마디로 규정해 주는 가장 적절한 단어라고 생각되는 이 단어는 "가벼운, 천상의, 영묘한" 이란 뜻의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2007년 미국에서의 첫 개인전도 "The etheareal space"라는 제목으로 열린 바 있듯이, 작가의 관심사는 보편적인 의미에서의 성스러운 공간의 에너지에 있으며 신비롭고 초월적인 공간의 상징적 표현에 주력해 왔다. 이런 연유로 작가가 선호하는 설치장소는 다름아닌 천정이 유리로 되어 있거나 아니면 전면이 창이어서 가능한 한 전시장 내로 많은 빛을 끌어들일 수 있는 공간이다. 일반적으로 고대부터 빛은 신과 인간세계를 연결하는 영적인 존재로 해석되었다. 김순임의 유리로 된 천정 공간설치작업에서 지상과 하늘을 이어주는 매개체라 할 수 있는 실과 더불어 창으로부터 쏟아지는 빛의 효과는 마치 중세 고딕성당의 채광창을 통해 들어오는 지상을 비추는 한 줄기 천상의 빛을 떠올리기라도 하듯 성스러운 공간의 아우라를 고조시킨다. ●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공간 18- 1000개의 바늘 2008」 또한 작가의 이러한 공간 표출방식 중의 하나에 해당된다. 글루건을 이용해 마치 거미줄에 걸린 투명한 이슬방울처럼 반짝거림을 연출한 무명실을 전시장 입구에 천정으로부터 여러 줄 길게 늘어뜨림으로써 관람객으로 하여금 마치 환상의 빛 세례를 맞으며 성스러운 공간으로 들어가는 관문에서처럼 황홀경을 체험케 한다. 그러나 환희의 그 짧은 순간도 실 맨 끝단에 달아놓은 반짝이는 날카로운 바늘을 대면하는 순간 신기루처럼 이내 사라져 버리고 만다. 이는 눈부신 아름다움의 이면에 내재한 작가의 아프고 시린 상처의 표출이기도 하다. 자연과 사람, 그 공간의 에너지 ● 2003년부터 시작된 「공간」시리즈를 통해 작가는 주어진 전시장 안에 자신이 경험한 주변의 자연 현상과 그 지역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느낌을 살려 천정과 바닥을 연결시키는 공간설치작업을 다양하게 시도해 왔다. 기존의 공간 시리즈 「공간 3, 4, 5, 7, 10, 12」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근작인 「공간 17_2008」은 강가의 조약돌, 구름, 비, 안개, 햇살 등 자연적 요소를 부분 부분에서 드러내고 있다. 바닥에서 약간 띄워 털실에 매단 난지의 돌멩이는 공기나 바람의 순환에 의해 이리저리 움직이는 강가의 조약돌을, 공중에 붕 뜬 양털 더미는 모락모락 피어나는 뭉게구름을, 천정에서부터 길게 내려온 여러 가닥의 털실은 구름 사이를 뚫고 퍼붓는 소나기의 장대같은 빗줄기 또는 강렬한 태양의 빛살 등을 연상시킴으로써 전시장 안에 자연의 이미지를 은유적으로 옮겨 놓았다. 더구나 양털 위 아래로 조명까지 비추면 강한 햇살이 비치는 가운데 구름 사이로 내리치는 빗줄기 모습에서 마치 여우비가 오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또한 천연섬유인 코튼이나 울, 그 밖에 돌 등 친환경 재료의 도입과 재활용 작업방식 또한 자연의 순환에 대한 작가의 생태학적 관심을 반영하기도 한다. ● 한편 작가는 자연 공간에도, 사람의 내면 공간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 즉 기운이 존재하며, 이는 여러 형태로 삶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다. 실제로 작가는 소백산 자락의 풍기 태생으로 그 곳의 정기를 받아 나고 자라면서 운명적으로 예술가로 성장하게 되었다는 개인사를 다소 고전적인 예술가의 전설처럼 스스로 의식적으로 독특하게 소개하기도 한다. 최근작 「아버지의 산_2008」과 「사람 18_2008」은 작가의 이러한 사고를 강하게 시사해 주는 작품이다. 한 공간에 공존 설치되는 이 두 작품들은 소백산 기운에 둘러싸여 지금도 그 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아버지에 대한 작가의 개인적 느낌을 표현해냈다. 「아버지의 산_2008」은 한지에 먼저 산맥을 드로잉한 후 산과 산이 겹치는 부분에만 무명실을 밀도있게 채워나감으로써 앞산과 뒷산 사이 공간을 흐르고 있는 자연의 에너지를 보여주고 있다면, 이를 배경으로 둘러싸는 방식으로 설치되는 「사람 18_2008」은 바둑 두는 아버지를 비록 노구 그 자체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강한 기운과 거대한 존재감이 전해지는 모습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이제는 늙어 연약해진 노인의 육체는 한지를 캐스팅한 가벼운 입체조형물로, 세월의 주름살이 새겨진 쪼글쪼글한 피부는 표면에 무명실을 한 올 한 올 일일이 붙여 잘 살려 내었다. ●「얼굴 7_2008」 또한 과거에 일본에서 만난 치매 할머니에 대한 작가 개인의 내밀한 기억을 현재 속에 되살려낸 작품이다. 그러나 이미 저 세상으로 가버린 특정인에 대한 개인의 기억과는 상관없이 관람자에게는 시공을 초월하여 보편적인 노인의 모습으로 다가올 뿐이다. 차갑고 매끄러운 브랑쿠지의 갸우뚱한 달걀형 두상인 「잠자는 뮤즈」를 연상시키면서도 한편으론 전혀 다른 울 특유의 따뜻한 촉감의 누에고치를 연상시키며 평온함이 느껴진다. 부유와 가벼움의 지향 ● 김순임은 「공간 7_2006」에서 미국 버몬트의 기혼(Gihon) 강에서 채집한 돌멩이를 매다는 것을 시작으로 이후 「공간 8」에서는 의자, 그리고 「공간 10」에서는 바늘, 급기야 「공간 12_2007」에선 신발마저 매다는 것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작가는 '더 더 더 가볍게 만들고 싶어졌다'고 고백한다. 이 같은 부유의 이미지는 육신을 훨훨 벗어던진 가벼운 영혼들을 상징하기도 하는데, 「공간 16-못다한 말_2008」이 이를 잘 대변해 준다. 작가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흰 광목천에 평소에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한 말'을 쓰게한 후, 그 글씨를 붉은 실로 새기고 약 200여 개의 옷고름 모양으로 바느질하여 천정에 매닮으로써 처연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일견 성황당의 모습이 연상되기도 하는 이 작업은 어쩌면 인고의 세월동안 평생 하고 싶었던 말을 밖으로 내지 못하고 안으로 삭이느라 속이 온통 숯검댕이가 되어버린 사람들의 이 세상과의 인연을 청산하는 마지막 통과의례를 보여주는 듯하다. 이는 무속신앙의 한 부분으로 읽혀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김순임의 작업이 지니는 샤머니즘적 요소를 발견하게 된다. 공중에 매단 옷고름의 나부낌은 일반적으로 우리의 내면 풍경에 다름 아니며 이승도 저승도 아닌, 무중력의 공간에서 떠도는 영혼들의 가벼운 몸짓의 표현으로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 공간에서 관람자들은 그러한 감정을 함께 공유함으로써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만끽하기도 한다. ● 김순임은 대지의 무거운 돌과 하늘의 가벼운 양털구름으로 대변되는 ethereal한 공간설치작업을 통해 차안과 피안의 경계, 이 접점에서 두 공간을 쉴새없이 넘나들며 삶과 죽음을 넘어선 저 너머의 세계에서의 최후의 안식을 꿈꾸는 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그곳은 포근하고 따뜻한 양털 침대에서의 휴식과 평안이 마련되어 있고, 고단한 현실에서의 삶의 피로를 가시게 해주며 영혼의 상처가 치유되는 곳이기에. ■ 양혜숙

서울시립미술관 SeMA 신진작가전시지원프로그램 본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시행중인 2008 SeMA 신진작가전시지원프로그램 선정작가 전시입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전시장 임대료(500만원 이내), 도록, 엽서 등 인쇄물 제작, 온-오프라인 광고를 통한 홍보, 전시 컨설팅 및 도록 서문, 워크숍 개최 등 신진작가의 전시전반을 지원하는 SeMA 신진작가전시지원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Vol.20081014f | 김순임展 / KIMSOONIM / 金順任 / installation